성매매 여성 탈출해봐야 생활기반 막막…'U턴 악순화' 차단해야
성매매방지특별법(이하 성특법)이 시행된 지 10년이 지났지만, 성매매 행위가 여전히 활개를 치고 있다. 시민단체와 관련 전문가들은 성매매 여성들에 대한 지원책 강화와 함께 성매매 행위에 대한 처벌 수위를 지금보다 훨씬 높여야 성매매 행위를 뿌리 뽑을 수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특히 성매매 집결지와 성매매 여성에게 기생하는 상권, 선불금 등 성매매를 둘러싼 직'간접적인 환경 정리야말로 시급히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지적하고 있다.
◆선불금 고리 끊어야
대구의 대표적인 성매매 집결지인 자갈마당. 이곳엔 슈퍼마켓은 물론이고 미장원, 화장품, 여성복 상점 등 성매매 여성들이 별다른 불편 없이 지낼 수 있는 사실상의 독립된 생활공간을 갖추고 있다. 이런 곳은 성매매 여성들과 공생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업주로부터 선불금을 받고 이곳에 온 여성들은 이들 상점에서의 외상거래 등으로 채무'채권자로 얽히기도 한다.
자갈마당에서 일하는 A(32) 씨는 "업주들은 성매매 여성이 얼마를 받았는지, 갚아야 할 빚이 얼마나 되는지 등을 다 알고 있다. 도망가더라도 할 줄 아는 일이 없어 노래방 등을 전전하게 되고, 유사업종 간 관계로 결국은 소재가 드러나 붙잡혀 오게 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신박진영 대구여성인권센터 대표는 "업소를 빠져나온 성매매 여성 중에는 상인들에게 진 빚 등으로 고소를 당하는 사례가 많다"며 "이런 악순환을 끊으려면 선불금은 '받을 수도, 갚지 않아도 되는 돈'이 될 수 있도록 강한 법 적용이 필요하다"고 했다.
한번 발을 담그면 빠져나오기 어려운 구조, 빠져나와도 할 수 있는 게 없는 현실 속에서 성매매 여성들의 자활을 도우려면 지원책이 강화되어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성매매 여성이 자활지원센터를 찾아오면 정부가 직업훈련과 법률지원, 치료 등에 1인당 최대 760만원을 지원한다. 하지만 이 돈은 여성이 직접 만질 수 있는 돈이 아니다 보니 일자리를 구하기 전까지는 사실상 무일푼이 돼 경제적 어려움을 겪다 성매매 업소로 되돌아가려는 유혹을 이기기 쉽잖게 된다.
19세 때부터 약 5년간 유흥업소와 자갈마당 등에서 성매매했다는 B(30) 씨는 "막상 업소를 나와도 일자리를 구할 수 없고, 마흔이 넘어 다른 할 일이 없어 그냥 눌러앉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아가씨가 '나까이 이모'(호객행위를 하는 중년 여성)가 되는 것 같다"고 했다.
◆직업교육 등 종합 지원책 필요
'성매매 업소로의 유입-탈(脫)성매매-재유입'이라는 악순환을 끊으려면 현실적 지원이 우선되어야 한다. 김영화 경북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탈성매매 여성에 대한 장기임대주택과 같은 주거지 제공이나 삶의 질 개선, 다양한 분야의 직업교육 등 장기적인 종합지원 대책이 갖춰져야 한다"고 했다.
타이완의 경우, 1997년 공창제를 폐지하면서 성매매 여성들이 전업할 수 있도록 다양한 지원책을 마련했다. 공창에서 일하던 여성들을 위해 직업훈련소를 개설, 전업을 유도했고 평생 무료로 사용 가능한 건강보험카드를 발급했다. 또 1년간 매달 180만원을 생계비로 지원했을 뿐만 아니라 취업을 돕고 창업할 땐 낮은 금리로 대출도 지원했다.
성 접대 문화를 당연시하는 인식을 바꾸는 일도 시급하다. 정재원 국민대 국제학부 교수는 "성매매를 근절하려면 기업과 기관 등은 물론 사회구성원이 성매매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는 등의 사회 운동이 필요하다"며 "장기적으로는 노동시장의 성차별이나 불평등도 없애야 한다"고 했다.
각 기관의 적극적인 공조도 필요하다. 타이완 타이베이시는 1995년 천수이볜 당시 시장이 나서 대대적인 성매매 업소 단속을 벌였는데 처음 3개월간은 경찰, 공무원, 세무서, 소방서 등 공공기관이 나서 성매매 업소 명단을 파악했다. 이 과정에서 담당 지역 내 성매매 업소를 누락 보고한 사실이 발견될 경우 경찰과 공무원을 문책하고 상급자에 대한 인사조치 등의 내용을 담은 강력한 지침이 내려졌다. 또 적발된 성매매 업주에 대한 처벌은 물론, 업소에 대해서는 6개월 이상 단전'단수 조치를 취했다. 이 결과 1993년 2천517건에 이르던 성매매 업소 단속 건수가 단속 의지에 따라 1996년에는 285건으로 줄었다.
성매매 단속 업무를 하는 한 경찰은 "지난 10년처럼 정부나 경찰청의 정책이나 지침에 따라 단속했다 안 했다 하기보다 집결지 및 신'변종업소에 대한 지속적인 단속 및 관리가 뒤따라야 한다"고 했다.
홍준표 기자 agape1107@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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