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 버틴 '자갈마당' 이번엔 문닫을까

입력 2014-09-22 10:52:49

폐쇄 압박 시민단체 결성…권시장 공약 등 '3大 고비' 영업 중 50곳 주목

성매매방지법 제정 10년째를 맞아
성매매방지법 제정 10년째를 맞아 '자갈마당 폐쇄를 위한 시민연대' 발족식이 22일 오전 대구시청 앞에서 대구여성인권센터 등 지역 여성단체 활동가들이 모인 가운데 열렸다. 우태욱 기자 woo@msnet.co.kr

어떠한 외풍에도 한 번 내린 뿌리를 거두지 않았던 '자갈마당'이 이번에는 주변 개발이라는 환경 변화에 맞닥뜨렸다. 더욱이 성매매특별법(이하 성특법) 시행 10년을 맞아 대구의 시민단체들이 자갈마당 폐쇄를 위한 시민연대를 결성, 폐쇄 압박을 가할 태세여서 과연 문을 닫게 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자갈마당 폐쇄는 권영진 대구시장이 의지를 보이면서 다시 한 번 촉발되고 있다. 권 시장은 6'4지방선거 예비후보로 나설 때 이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당시 권 예비후보는 지역 여성단체들과 '성평등 지역정치 실현을 위한 대구시 여성정책과제 협약식'을 통해 '자갈마당 폐쇄 및 성매매여성 탈업 지원조례 제정'을 약속했다.

시민단체들의 압박도 거세지고 있다. 22일 대구경북여성단체연합, 대구시민단체연대회의, 성매매방지기관 등은 성특법 시행 10년째를 맞아 자갈마당 폐쇄를 위한 시민연대를 발족했다. 이 시민연대는 "여전히 많은 여성이 성매매에서 벗어나지 못해 인권 침해를 당하고 있다"며 성매매 집결지 폐쇄를 위한 정책구상과 실현을 대구시에 요구한다는 방침이다.

가장 관심이 쏠리는 부분은 주변 개발이다. 사실 자갈마당을 없애자는 주장은 여러 차례 제기된 적이 있다. 강제시간 제한, 행정력 등이 동원됐지만 폐쇄를 막지 못했고, 성특법 이후 그 위세가 조금은 사그라졌으나 여전히 불을 밝히고 있다. 그러나 자갈마당이 주변의 변화까지 맞서 질긴 생명력(?)을 보여줄지는 의문스럽다.

먼저 자갈마당과 50여m 떨어진 곳에 대규모 주상복합 아파트 단지가 들어선다. 옛 KT&G 연초제조창 자리에 주거시설 1천250여 가구와 오피스텔, 상업시설 등이 포함된 40층 안팎 규모의 건물이 신축된다. 이 사업은 시의 승인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인데, 일이 순조롭다면 수년 내엔 완공돼 자갈마당을 병풍처럼 치게 된다. 아파트에서 자갈마당을 내려다보는 모양이 되는데다 이 주상복합 아파트가 들어서면 낙후한 주변 개발은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아파트 주민들의 민원이 들끓을 게 뻔하고, 이를 이유로 행정기관이 강제력을 발휘한다면 자갈마당도 더는 버틸 수 없게 될 것이라 보는 사람이 많다.

대구 중구 도원동에 자리한 자갈마당은 1908년 일제 강점기 당시 일본인 남성 노동자들을 상대로 하나둘 업소가 문을 연 뒤 수많은 폐쇄 압박에도 100년 넘게 그 자리에서 버티고 있다. 2004년 성특법 시행 이후 규모가 줄어들긴 했으나 여전히 50개 업소가 영업 중이다.

김봄이 기자 bom@msnet.co.kr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