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역력의 비밀

입력 2014-09-22 07:52:58

충분한 수면·영양 주3회 꾸준한 운동 오던 질병 '줄행랑'

직장인 황모(43) 씨는 몸에 좋다는 온갖 약을 챙겨 먹는 편이다. 종합비타민과 비타민C, 프로폴리스, 붕어 엑기스, 양파즙 등 그가 먹는 영양제와 건강식품만 7, 8가지는 된다. 하지만 환절기만 되면 감기에 걸리고 알레르기성 두드러기나 비염에 시달린다. 황 씨는 "인터넷에서 면역력에 좋다는 식품을 챙겨 먹는데도 왜 늘 피곤한지 모르겠다"고 푸념했다. 면역력은 외부 환경의 변화나 유해물질로부터 몸을 지키는 최후의 보루다.

면역력을 높여준다는 갖가지 건강식품과 영양제가 범람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면역력이 약해지면 감기나 폐렴, 대상포진 등 질환에 걸리거나 건강할 때는 숨어 있던 천식이나 알레르기 비염, 류마티스 관절염 등의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다.

◆몸의 파수꾼, 면역력

면역력은 사람이나 동물의 몸 안에 병원균이나 독소 등의 공격에 저항하는 능력이다. 우리 몸은 외부환경의 세균이나 바이러스 등에 대항하기 위해 다양한 방어시스템을 가지고 있다. 혈액 내의 백혈구와 림프구가 외부의 균에 맞서 싸우거나 특정 세균에 대한 항체를 만들어 대항한다. 피부도 외부 환경으로부터 몸을 방어한다. 호흡기에 있는 점막과 섬모 세포는 외부의 이물질을 걸러내 가래로 배출한다.

면역력은 균형이 중요하다. 부족하면 이런저런 질환들이 발생하지만 과도하게 힘이 커져 자신의 몸을 공격하면 류마티스나 크론병 등 다양한 자가면역질환을 유발한다. 특히 환절기에는 몸에서 부신피질호르몬인 코티졸이나 글루카곤 등 스트레스와 관련된 호르몬이 분비된다. 우리가 위험한 상황에 처했을 때 외부 환경과 싸우거나 피하도록 하는 호르몬이다.

스트레스 호르몬이 분비되면 심장이 빨리 뛰고 혈당을 높여서 에너지원으로 쓴다. 환절기에 극심한 일교차가 이어지면 외부 기후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도 부신피질호르몬이 분비된다.몸의 에너지가 외부 환경 변화에 적응하는데 집중되다 보면 면역 세포에 할당되는 에너지가 줄어들면서 감염의 위험성이 높아진다. 또 만성적으로 스트레스를 받게 되면 면역 체계가 교란되면서 자가면역 질환이 생기기도 한다.

◆약해진 면역력은 다양한 증상으로 나타나

면역력이 떨어진다는 것은 우리 몸에 있는 면역세포의 기능 자체가 떨어진다는 의미다. 몸은 감염에 취약하게 되고 알레르기성 질환이 악화되는 원인이 된다. 장 건강과도 관련이 있다.

다양한 화학물질이 포함된 인스턴트 식품을 즐기다 보면 장에 있는 건강한 세균이 상당수 죽게 된다. 결국 몸에 흡수돼서는 안 되는 물질이 흡수되면 몸의 면역 기능은 이를 이물질로 간주하고 공격을 한다. 이 같은 싸움은 다양한 피부 병변이나 장 질환 등으로 나타나게 된다. 이런 경우 원인 물질이 무엇인지 파악하기 쉽지 않기 때문에 치료가 제대로 됐는지 판단하기 쉽지 않다.

비만도 면역력 약화의 원인이 된다. 비만 자체나 지방 세포가 문제를 일으키는 것은 아니다. 다만 비만이 되면 혈액순환이 떨어지기 때문에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심혈관계 질환 등 만성대사성질환에 걸리기 쉽다. 이 같은 만성질환은 몸의 면역력을 떨어뜨린다. 상처가 나도 잘 낫지 않고 감염성 질환에 걸릴 가능성이 높아진다.

◆면역력에 왕도는 없다

면역력을 올리는 비법은 건강한 생활습관이다. 누구나 알고 있지만 누구도 쉽게 지키지 못하는 것이기도 하다. 충분한 수면과 휴식은 면역물질을 분비하게 하고 염증반응을 줄여 주어 도움이 된다. 적절한 수분과 영양 섭취도 중요하다. 비타민이나 항산화영양소가 풍부한 음식들을 골고루 먹는 것도 중요하다. 규칙적인 운동도 해야 한다. 주 3일 이상, 한 번에 30분 이상 약간 숨이 차고 땀이 나는 정도의 운동이 도움된다. 이러한 운동과 적절한 영양 섭취를 통해 적절한 체중을 유지해야 한다. 말랐지만 체지방량이 많은 '마른 비만'도 문제가 될 수 있다.

스트레스도 줄여야 한다. 지속적인 스트레스는 자율신경의 균형에 악영향을 미치고 이는 면역력의 저하로 이어진다. 자신만의 스트레스 해소법을 찾거나 일과를 끝내고 가벼운 명상을 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면역력을 확 높여주는 음식이나 영양소는 없다. 특히 몸에 좋은 성분을 골라 약제로 만든 영양보조제가 딱히 도움이 되진 않는다. 많은 연구 결과를 보면 음식에 포함된 영양소를 섭취하는 건 도움이 되지만 좋다는 물질만 골라 약으로 만든 비타민이나 항산화영양소가 도움이 된다는 근거는 없기 때문이다.

실제 비타민E가 풍부한 토코페롤의 경우 심장 혈관에 도움이 된다고 해서 많이 복용했지만 실제로는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폐암을 예방하는 베타카로틴의 경우 약제로 만들어 먹는 흡연자 그룹과 먹지 않는 흡연자 그룹의 비교 실험을 했더니 오히려 복용한 쪽이 폐암에 더 걸렸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비타민도 약제로 복용하는 것이 두드러지게 도움이 된다는 결과는 없는 상태다.

경북대병원 가정의학과 윤창호 교수는 "영양제를 복용하는 자체가 나쁜 건 아니지만 특별히 도움이 된다는 연구결과는 없다"면서 "다만 식사가 힘들고 소화 기능이 떨어진 노인들에게는 필요하겠지만, 모든 이들이 먹어야 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도움말 경북대병원 가정의학과 윤창호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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