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전국 20만 대리기사들의 분노는 당연하다

입력 2014-09-20 09:03:31

세월호 유족 대리기사 폭행 사건을 두고 전국 20만 대리기사들이 분노하고 있다. 먹고살기 위해 밤이슬을 맞으며 사는 우리 사회의 을(乙) 중의 을, 대리기사들은 호출을 받고 가서 황금 시간대를 30분이나 허비한 뒤에 결국 폭행을 당했다는 사실과 집단 폭행을 가한 이들이 세월호 참사 가족대책위원회 김병권 전 위원장을 포함한 임원진과 세월호 특별법에 관한 한 최강성론자인 김현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일행이었다는 사실에 어안이 막혀 말을 하지 못하는 상태다.

대리기사들은 마지막 피크타임인 자정 무렵에 콜한 뒤, 무작정 기다리게 하고도 그에 대한 사과와 배상은커녕 세월호 유가족들이 집단 폭행을 가했다는 사실이 우리 사회의 일그러진 초상이라고 울분을 터트린다. 당장 자녀 학원비를 대기 위해, 퇴직 후 먹고살기 위해, 실직 후 생계를 잇기 위해 밤이슬을 마다 않고 운전대를 대리로 잡는 대리 기사들이라고 막 대해도 된다는 것이냐며 '여의도 콜'은 받지도 말자며 집단적 대응론까지 나오고 있다.

세월호 유족 대리기사 폭행 사건은 노무현 대통령 시절 전국 첫 여성 춘추관장을 지낸 김현 새정치연합 의원과 술자리를 함께한 세월호 참사 가족대책위원회 임원진에 의해 저질러졌다. 황금 시간대 호출 기사를 불러놓고도 차 위치를 서로 묻느라, 이동하면서 가다 서다 얘기하느라, 차 위치를 몰라 대기하느라, 차를 세워놓은 곳까지 이동하느라, 차가 있는 곳까지 이동하고도 오지 않고 계속 얘기하느라 30분을 허비한 게 발단이 됐다.

기다리다 지친 대리기사는 못 가겠다고 했다. 오래 대기한 대리기사가 당연히 취할 수 있는 행동이다. 세월호 유가족대책위 측은 "의원님 앞에서 불손하다"고 안하무인식으로 몰아붙였다. 대리기사에게는 고객이 의원이든 누구든 똑같다. 불렀으면 즉각 출발하고, 정한 대로 따르기를 바랄 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바라지 않는다. 그래서 따졌다. "국회의원이 뭔데?"

콜을 해놓고도 기다리게 한 데 대한 정중한 사과와 배상을 언급하기는커녕, '의원님'을 거론하면서 기다린 게 억울한 대리기사의 입을 틀어막으려는 발상은 바로 세월호 침몰 사태를 초래한 우리 사회의 비정상적인 구조를 그대로 보여준다. 대리기사 집단 폭행 장면을 목격한 시민들은 "정말 심하게 때렸는데 아무도 말리지 않았다"고 증언하고 있다. 대리기사 폭행 사건, 철저하게 수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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