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세월호 참사 가족대책위원회 집행부가 대리 운전기사를 집단 폭행하는 과정에서 드러난 새정치민주연합 김현 의원의 언행을 보면 기가 막혀 말도 안 나온다. 대리 기사 이모 씨에 따르면 호출을 받고 자정쯤 도착해 기다렸으나 30분이 넘도록 손님이 나오지 않아 "너무 오래 기다렸다. 가겠다"고 했다. 그러자 김 의원은 "너 어디 가. 거기 안 서? 너 그 몇 분도 못 기다려? 너 내가 누군지 알아?"라고 소리쳤다고 한다.
처음 보는 대리 기사에게 '너'라며 반말을 한 것부터 오만함이 그대로 묻어난다. 이어서 그가 뱉어낸 "내가 누군지 알아?"라는 협박조의 신분 과시는 김 의원이 국회의원을 국민 위에 군림해도 되는 대단한 벼슬로 여기는, 삐뚤어질 대로 삐뚤어진 권위의식에 사로잡혀 있음을 그대로 보여준다. "내가 누군지 알아?"는 내가 국회의원이니 알아서 모시라는 얘기다. 권위주의 시대에서나 보았던 시대착오적 언행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새정치연합의 전신인 민주당은 지난해 5월 '을' 즉 우리 사회의 약자를 보호한다며 '을지로위원회'를 결성했다. 그러나 이번 김 의원의 언행으로 그 진정성을 의심받지 않을 수 없게 됐다. 대리 운전기사는 '을' 중의 '을'이다. 가장 먼저 보호해야 할 대상이다. 그런 을에게 김 의원은 한껏 '갑질'을 한 것이다. 그래놓고 김 의원은 자신의 폭언과 세월호 가족대책위 간부들의 물리적 폭력으로 몸도 마음도 상처를 입은 그 대리 기사에게 사과 한마디 하지 않고 있다. 이쯤 되면 을지로위원회는 문을 닫는 게 옳다.
실소를 자아내는 것은 이뿐만 아니다. 폭행 현장에 경찰이 출두하고 시민들까지 몰려오자 "내가 누군지 알아?"라는 서슬 퍼런 기세는 어디 갔는지 김 의원은 억울하다는 표정으로 "나는 안 때렸어요"라며 책임회피의 구차한 광경을 연출했다는 사실이다. 국회의원쯤 되면 폭행을 말리는 것은 물론 대리 기사에게 정중히 사과했어야 했다. 하지만 사건이 커질 조짐을 보이자 발을 뒤로 뺐다. 비겁한 태도가 아닐 수 없다. 이런 수준밖에 안 되는 인사를 국회의원(비례대표)으로 올린 새정치연합의 수준 또한 알 만하다.
댓글 많은 뉴스
문재인 "정치탄압"…뇌물죄 수사검사 공수처에 고발
[매일문예광장] (詩) 그가 출장에서 돌아오는 날 / 박숙이
홍준표, 정계은퇴 후 탈당까지…"정치 안한다, 내 역할 없어"
대법, 이재명 '선거법 위반' 파기환송…"골프발언, 허위사실공표"
세 번째 대권 도전마저…홍준표 정계 은퇴 선언, 향후 행보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