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살 하나에 용광로 하나,
땡볕에 덴 매미 울음이 기차화통보다 더
시끄럽다
널브러진 강아지 입을 쫘악 벌리고
촐랑대는 빠알간 그네를 묶어
내 충혈된 두 눈을 초대하는 오후가
성가시다
쉴 새 없이
단내나는 입김을 내 귓볼에 불어넣는
발정 난 선풍기는
사랑이 뭔지나 알까
뜨겁던 그해 여름
내 앞에서만 난초꽃 마법을 펼쳐보이던
다소곳 청초한 단발머리 소녀를 향해
속으로만, 속으로만, 하염없이 뻐꾸기를 날리던
뜨뜨미지근했던 내 사랑의 온도는 얼마였을까
낚지 못한 세월의 애무가 못내 끈적거린다
점잖은 체 뒷짐 진 산그늘이
슬그머니 자리를 옮겨 앉는 사이
석양이 불그레한 쇠비린내를 후욱, 끼친다
한낮의 취기에 쩐 이 저녁만이라도 제발
미늘 없는 내 낚시를 덥석 물어 주기를
여환탁(대구 동구 효목1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