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지수 느리지만 상승세?…포스코·中企 체감경기는 '썰렁'

입력 2014-09-17 07:45:01

3면 사진설명=포항지역의 경기를 반영하듯 평소 사람들로 들끓는 포항중앙상가 거리가 많이 한산해졌다.
3면 사진설명=포항지역의 경기를 반영하듯 평소 사람들로 들끓는 포항중앙상가 거리가 많이 한산해졌다.

#백화점 추석 상품권 판매 반토막 '울상'

올 추석 상품권 특판 행사에 나섰던 포항롯데백화점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절반 가까이 뚝 떨어진 상품권 매출에 울상을 지었다. 백화점 측은 포스코가 '윤리적 명절문화 정착'을 위해 선물 반송 캠페인을 펼치면서 상품권 매출이 줄어든 경향도 있지만 철강경기 침체에 따른 기업들의 지출 감소가 주요 원인이라고 파악했다. 백화점 측은 매출 확보를 위해 경주'영덕'울진까지 영업을 확대하고 있지만 주요 소비처인 포항시민들의 주머니를 열지 못할 경우 매출 확대가 어려울 것이라 보고 있다.

#중기 근로자, 상여금·선물없이 빈손 귀향

포항지역 중소기업 근로자 대부분은 '배고픈 추석'을 보냈다. 철 가공업을 하는 A업체는 직원들에게 상여금이나 선물을 주지 못했다. 포항철강관리공단이 올 추석을 앞두고 공단 내 91개사를 대상으로 상여금 지급 현황을 조사한 결과 100% 상여금을 주는 회사가 11개사에 불과했다. 상여금 지급 업체는 매년 3.4개씩 줄고 있으며 상당수 회사는 소액의 선물만 지급했다. 철강경기가 호황이던 7, 8년 전만 해도 200~300%의 상여금을 받았는데 이제는 '꿈같은 얘기'가 됐다.

#포스코계열사 하반기 1개월 무급휴직

철강경기 침체는 대한민국의 대표기업인 포스코마저 흔들고 있다. 포스코 계열사인 포스코플랜텍은 합병에 따른 적자 규모 확대와 중동 등 해외 수주 저하로 창립 이후 처음으로 직원들의 상반기 성과금을 주지 못했고, 올 하반기 전 직원들을 상대로 1개월간 무급휴직을 시행하기로 했다. '포스코 계열사'라는 자존심이, '올해만 버텨라'는 절박함 앞에 고개 숙였지만 포스코플랜텍은 내후년 회사 정상화를 위해 보다 큰 희생도 각오한다는 방침이다.

◆포스코계열사도 흔들

포항 경기가 추석을 통해 어두운 민낯을 드러냈다. 내수경기 침체와 경영 악화에 따른 소규모 사업장 붕괴, 일용직 근로자의 고용 불안 등으로 임금 체불 근로자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2.4% 늘어난 1천851명으로 집계됐고, 포스코도 생존을 위한 구조조정에 돌입했다. 포항에 본사를 둔 포스코 계열사 가운데 포스코켐텍을 제외하고는 모두들 어렵다고 난리다.

포스코ICT는 2, 3년 전 따낸 수주로 지금까지 잘 버텼지만, 올해는 내수경기 불황으로 국내 수주가 전혀 없어 앞으로가 걱정이다. 인도네시아'베트남(제철소 엔지니어링 및 IT), 브라질(스크린도어), 중국(전기집진기) 등 해외 수주에 기대를 걸고 있지만 성사는 미지수다.

포스코플랜텍은 성진지오텍과 흡수합병하면서 부채가 크게 늘었고 중동 등 해외시장 수주가 곤두박질치면서 지난해 630억원의 영업손실과 995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냈다. 올 상반기에만 벌써 486억원의 적자가 나는 등 올해를 버티지 않으면 내년이 없을 정도로 절박한 상황이다.

포스코엠텍은 상반기에만 572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세무조사 추징세액 391억원이 기타영업외비용에 반영됐기 때문이다. 이는 1973년 설립 이후 처음 있는 대규모 손실이다. 포스코엠텍은 지난해 흡수합병한 나인디지트의 불법 세금계산서 수취 등으로 지난 6월 국세청으로부터 435억원의 추징금을 받았고, 이 가운데 391억원을 2분기 잡손실로 계상했다. 특히 안정적인 수익을 내던 철강원료사업 부문도 영업손실이 발생하고 있어 최악의 국면을 맞고 있다.

포스코건설은 2009년부터 5년간 10조원대의 공사 수주 기록을 이어가며 성장세를 달리고 있지만 올해는 불확실성이 많아 목표 달성(14조원)을 예단하기 어렵다. 지난해는 브라질(3조원) 및 인도네시아(1조원) 일관제철소 건설이 확정되면서 수주에 자신감을 가졌지만 올해 나이지리아 사업은 불확실한 요소가 많아 성사 여부가 불투명하다.

포스코강판은 가격 마진이 적고 시장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올 상반기 16억원의 영업손실과 39억원의 당기순손실이 났다.

포항시와 포항상공회의소, 한국은행 포항본부 등은 지역경기 흐름의 악재가 다소 누그러졌다고 보면서도 불안 요소를 경계하고 있다. 포항시는 포항테크노파크 2단지(이하 TP 2단지)가 백지화되면서 비용 낭비(171억원)에 대한 부담과 산업단지로 묶여 12년간 재산권 행사를 못 한 주민들과의 마찰을 우려하고 있다. 이 끝없는 싸움이 소모전이 될 경우 포항시의 경제정책이 발목을 잡힐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포항상공회의소는 올 하반기 기업경기조사에서 글로벌 경기 회복 및 가계소득 여건 개선 등의 기대 속에서도 지역기업들의 소비와 투자심리가 위축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특히 원화가치의 변동성 확대를 기업경영의 주요 위험 요인으로 보고, 중국 경제의 둔화와 판매 부진을 경계했다. 한국은행 포항본부는 포항 경제 개선을 위한 우선 과제로 단순노무직이 많고 철강산업에 너무 치우친 일자리 구조 개선을 꼽았다. 최근 부동산 가격 상승세 둔화로 인한 가계금융 위축 등의 부작용도 걱정했다. 철강산업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고부가가치 및 신소재 제품 개발과 더불어 물류'지식서비스'관광 등 융'복합산업의 발굴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포스코 구조조정

'철강 본업 중심의 경쟁력 강화'는 권오준 포스코 회장의 핵심 경영 전략이다.

포스코는 몸집을 줄이고 철 관련 사업 집중을 위해 포스코특수강을 세아그룹의 세아베스틸에 팔기로 했다. 포스코특수강은 2011년 영업이익 1천500억원을 찍은 뒤 최근까지 계속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대우인터내셔널이 갖고 있던 창원 대우백화점과 부산 대우백화점 센트럴스퀘어와 베트남 다이아몬드플라자 백화점을 롯데그룹에 넘겼다. 광양 LNG터미널과 포스화인, 포스코-우루과이, 포스코엠텍 도시광산 사업부 등의 비철강사업도 매각기로 했다. 포스코플렌택에 대해서는 조선'해양산업을 축소하고 본원인 화공과 지상설치 기자재와 모듈(플랜트를 레고 형식으로 조립)을 강화하기로 했다.

또 유사 자회사끼리 묶어 경쟁력을 최대화했다. 철강유통 및 가공 사업군(포스코AST'포스코TMC)은 포스코P&S로, B2B서비스 사업군(엔투비)은 포스메이트로 넘긴다. 포스코P&S'포스코AST'포스코TMC'엔투비는 각각 탄소강, 스테인리스, 전기강판, 소모성 자재 구매 대행을 맡고 있다.

포스코의 구조조정에 시장은 즉각 반응했다. 권 회장 취임 반 년 만에 27만원 선에 머물던 주가가 36만원까지 치고 올라왔다. 단기성 차입금 역시 지난해 말 1조9천300억원에서 상반기(6월) 9천200억원으로 절반가량 줄었다.

◆희망은 있다

포항지역 기업들이 '죽는다'고 몸부림치고 있는데도, 각종 경기 지수는 '느린' 상승세를 보이는 것이 이채롭다. 기업체가 느끼는 체감경기를 나타내는 기업경기실사지수(BSI)가 소폭이나마 상승하고 있는 것은 경영환경 개선에 대한 기대감 때문이지, 실질경기를 반영하고 있기 때문은 아니라고 한다.

이와 함께 중국 경기 둔화로 철강업황은 부진하지만 포스코, 세아베스틸 등 철강주는 강세다. 원재료인 철강석 가격이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면서 수익성이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다. 철강석의 약세 덕분에 주가 상승이 이뤄지고 있는 것이어서 지역 철강경기 호전과 직접적으로 연관짓기는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한국은행 포항본부 김진홍 부국장은 "철강석의 가격 약세는 중국의 경기 둔화 때문이다. 앞으로 철강 수요가 회복될지 여부는 지켜봐야 한다"며 "철강 마진은 다소 회복됐지만 조강 생산량이 늘어나면서 공급 과잉은 계속되고 있다. 수요 회복 없는 업황 개선은 경기 회복에 제한적으로 작용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국은행 포항본부는 포항 경제에 대해 1차 금속제조업인 철강업에 대한 연계사업 개발을 강조했다. 수도권에서 주택 건설 붐이 일어나면 대구'경북지역의 설비투자가 늘고, 덩달아 경남의 기계금속 수출, 울산의 자동차'조선업 활기 등이 연쇄적으로 일어나 포항 경제도 살아날 수 있다는 것이다.

김 부국장은 "침체된 세계 경제 속에 포항 경제를 일으킬 큰 투자 여력을 찾기는 쉽지 않다. 일단 포항경제자유구역을 중심으로 한 새로운 도약 발판을 만들어야 한다. 새로운 신성장동력의 맥을 잡고, 국내 유일의 양성자가속기'방사광가속기 활용, 로봇산업 육성, 위그선 개발 등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는 산업에 포항 각계의 지원이 병행된다면 '강한 포항'으로 거듭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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