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공항 무비자 환승 첫날 160명 여행객 실망감…입국 심사 1시간 넘어
대구국제공항이 중국인들에게 무비자 환승의 첫 문을 연 15일. 중국인 관광객들은 어렵게 비자를 받지 않아도 대구를 둘러볼 수 있어 "여행이 편리해졌다"며 반겼지만, 그 기대는 입국 수속 순간부터 깨졌다.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긴 줄을 서야 해 평소 중국 단체관광객의 입국 수속 시간(30~40분)의 2배 이상 걸렸다. 어렵사리 대구 땅을 밟았지만 시내 곳곳과 관광지엔 중국어 안내문이 부족해 이들에게 좋지 못한 첫인상을 줬다.
이날 중국 하얼빈에서 출발해 오전 9시 30분쯤 대구공항에 내린 중국인 관광객 160여 명은 출입국사무소 옆에 임시 설치된 환승센터에서 불법체류를 막기 위한 명단 대조 절차를 밟았다. 관광객은 얼굴'지문 인식을 통해 신분 확인 절차를 밟은 뒤 출입국사무소에서 임시 여행비자를 받았다.
대구공항에선 출입국 업무 직원 7명 중 3명이 입국 심사를 했다. 한국이민재단 강원지부 직원 5명이 심사를 도왔지만, 신분 확인 절차가 더해진 탓에 평소 단체 관광객의 입국 수속 시간보다 더뎌질 수밖에 없었다. 장춘부워(51'헤이룽장성 다칭시) 씨는 "무비자 입국 혜택만 생각하고 대구로 입국했는데 입국에 1시간이나 걸릴 줄 몰랐다"고 했다.
대구 동성로 쇼핑 역시 불편의 연속이었다. 1시간 동안 자유 쇼핑 시간을 위해 지갑을 두둑하게 채워 왔으나 말이 통하지 않아 들어간 가게에선 쇼핑백 하나 가져 나올 수 없었다. 한 20대 여성 관광객은 "동성로에서 옷이나 가방을 사려고 했지만 점원과 말이 통하지 않아 구매를 포기했다"고 전했다.
오후 1시쯤 달성군 다사읍 강정고령보 인근 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1시간 동안 디아크 주변을 둘러본 중국인들이 내린 점수 역시 낙제점. 한 여성 관광객이 "건물 내부 조형물이 무엇을 상징하느냐"고 물었지만, 디아크 안내대 직원은 중국어를 몰라 대답하지 못했고, 100여 명의 인솔을 맡은 여행사 가이드는 이곳저곳 다니기에 바빴다. 디아크 안내대의 직원은 "중국인 단체여행객이 방문하는 사실을 미처 몰랐다. 중국어를 할 줄 아는 사람이 없다"며 당황한 기색이었다.
여행사 측은 디아크가 월요일마다 휴관하는 사실을 알고도 관광객들을 안내했다. 이날 관광객들은 일부만 개방된 디아크에서 기념사진만 찍고 돌아서야 했다. 여행사 가이드는 여행객들이 직접 고른 코스인데다 여행일정 탓에 디아크 관광을 진행할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이날 대구를 방문한 중국인들은 한결같이 "무비자 혜택을 보려고 대구를 관광 코스에 포함했는데 식당에는 중국어 메뉴판이 없었고, 디아크에는 중국어 안내문이 하나도 없어 실망했다"고 했다.
대구시는 중국인 관광객 유치에 힘을 쏟고 있다면서도 무비자 환승제도를 통해 대구를 방문할 중국인 맞이엔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
시 관광과 관계자는 "대구를 찾는 중국인 관광객의 편의를 위해 출입국관리소에 입국 수속 담당 직원을 늘려 달라고 했으나 어렵다는 말만 되풀이해 듣고 있다"며 "중국인 관광객들이 겪는 불편 등을 조사하고 안내문 확충, 상인 대상 중국어 교육 등을 통해 관광객들의 만족도를 높이겠다"고 했다.
홍준헌 기자 newsforyou@msnet.co.kr
※중국인 무비자 환승공항=제주도에 가고자 하는 중국인 단체관광객이 대구공항을 통해 입국하면 비자 없이 대구에서 최대 120시간(5일)을 머물 수 있는 제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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