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시동 '창조경제 생태계' 전국에 확산

입력 2014-09-16 10:44:23

창조경제혁신센터 확대 출범식 의미

박근혜 대통령이 15일 대구창조경제혁신센터
박근혜 대통령이 15일 대구창조경제혁신센터 '크리에이티브 랩'(C-Lab) 개소식에서 권영진 대구시장, 최양희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이승철 전국경제인연합회 상근부회장 등과 함께 테이프 커팅을 하고 있다. 정운철 기자 woon@msnet.co.kr

15일 박근혜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체결된 대구와 삼성그룹 간 창조경제 업무협약(MOU)은 '대구에서 창조경제의 시동을 걸어 전국에 확산시키자'는 박 대통령의 강력한 의지를 담았다는 평가다. 청와대는 삼성이 옛 제일모직 터에 설립하는 '대구창조경제단지'를 모델로 삼아 전국의 창조경제혁신과 대기업을 연계, 창조경제 생태계를 구현한다는 큰 구상을 공개했다.

◆창조경제 생태계, 대구를 보라

대구와 삼성의 MOU에서 보듯 정부는 창조경제 확산을 위한 대기업의 참여를 강조했다. 벤처'중소기업을 지원하는 적극적인 플레이어(Player) 역할을 대기업에 주문하면서 이를 통해 창조경제 생태계를 완성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15일 대구창조경제혁신센터(이하 대구혁신센터) 확대 출범식은 지자체와 지역 혁신센터, 대기업 간 첫 번째 사례라는 점에서 그 의의가 각별하다. 대구혁신센터는 대구무역회관 1층을 확대, 창업'벤처기업 등이 소프트웨어'앱 개발 및 테스트, 시제품 제작 등을 할 수 있고, 삼성직원으로부터 멘토링도 받을 수 있는 '크리에이티브 랩'을 설치했다.

개발자용 PC, 테스트용 스마트폰, 스마트 TV, 3D프린터 등 총 263점의 기자재가 비치된다. 지역 전문가 중심으로 구성된 기존 6명의 멘토단 외에 삼성직원 2명이 상주하면서 창업'벤처기업 등에게 체계적인 멘토링을 제공한다. 크리에이트브 랩에 설치된 대형 모니터를 통해 삼성 본사 직원들로부터 원격 멘토링도 받을 수 있다. 옛 제일모직 터에 건립되는 대구창조경제단지에는 대구혁신센터를 확장'이전, 창조경제단지의 창업보육'벤처육성 기능과 연계한다.

이번 MOU에 나타난 삼성의 역할은 더욱 구체적이다. 우선 삼성전자는 미국 실리콘밸리와 뉴욕에서 운영 중인 'Open Innovation Center Accelerator' 프로그램을 도입, 유망한 기술을 선발해 해외 진출을 돕는다. 이 프로그램은 선정된 프로젝트에 10만~15만달러의 종잣돈을 지원, 수개월 내에 시제품을 개발하고 투자받을 수 있도록 지원한다.

삼성과 대구시가 향후 5년간 각각 100억원씩 200억원의 청년벤처창업지원 전용펀드를 조성한다는 것과 현재 대구 5개 초'중'고교와 2개 대학을 대상으로 운영 중인 소프트웨어 교육 지원 프로그램을 15개 초'중'고교, 4개 대학으로 확대한다는 내용도 담았다.

◆대구 주력산업 발전 촉진제로

IT'전자'반도체 등에 핵심역량을 보유하고 있는 삼성이 대구의 창조경제 생태계에 적극 참여할 경우 대구 주력산업의 발전도 촉진될 전망이다. 섬유, 자동차부품, 산업기계 등 대구 기존 주력산업의 첨단화'고부가가치화를 촉진, 하이테크 섬유, 자동차 융합 부품, 지능형 기계 개발 등으로 성장하는 것을 지원할 것으로 기대된다. 대구의 신성장산업으로 떠오르는 소프트웨어와 정보통신 산업 분야의 융복합도 촉진될 것이다.

삼성이 15일 지역 기업과 맺은 업무협약이 그 사례다. 이날 삼성전자는 스마트TV용 앱 개발업체인 '부싯돌', 스마트 TV용 앱 엔진 개발업체인 '에이투텍'과 스마트TV용 앱 개발 및 엔진 신기능 구현 등을 위한 기술개발계약을 체결했다. 또 삼성벤처투자는 전자부품 제조업체인 '티피에스', 자동차부품 업체인 '성진포머'에 지분투자를 통한 자금지원 및 공동 기술개발'마케팅 지원을 약속했다.

박 대통령은 "섬유, 자동차 부품, 산업기계 등 대구의 기존 주력산업의 혁신과 첨단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하면서, 이날 출범식장에 마련된 대구의 우수 섬유'자동차 부품업체 전시부스를 방문하고 격려했다.

◆구글 캠퍼스보다 진일보한 삼성 캠퍼스로

옛 제일모직 터에 들어서는 대구창조경제단지는 총 900억원을 투자해 연면적 4만1천930㎡ 규모에 창업보육센터, 소호(SOHO) 사무실, 예술창작센터 등 19개 동의 시설을 갖춘다. 정부는 이 대구창조경제단지를 세계적인 파급 효과를 갖는 창조경제 허브로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정부가 대구창조경제단지를 구글 캠퍼스와 비교한 점은 이런 원대한 꿈을 가늠케 한다. 구글은 내년 상반기 서울에 스마트창업 벤처기업을 위한 '구글 캠퍼스 서울'을 설립할 계획이라고 최근 발표한 바 있다.(본지 15일 자 3면 참조). 정부는 구글 캠퍼스보다 한 단계 진화한 형태의 대구창조경제단지 구상을 밝혔다.

두 시설은 창업기업 입주가 가능하고, 대기업이 멘토링'교육'네트워킹 기회 등을 제공하는 점은 유사하다. 하지만 구글 캠퍼스는 소프트웨어 분야 창업자 중심으로 공간만 유료로 제공하고 자금지원이 없는 반면 대구창조경제단지는 창업'벤처 관련 시설뿐 아니라 문화공간 등을 포함하는 융복합 비즈니스 모델을 지향한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대표적으로 소프트웨어 및 애플리케이션 개발'시험에 활용할 수 있도록 스마트 기기 등 최신 설비를 무료로 제공하고, 우수 벤처기업 등에는 기술구매 및 지분투자까지 연계하도록 한 대구혁신센터 내의 크리에이티브 랩은 구글 캠퍼스에는 없는 지원 형태로 꼽힌다.

최병고 기자 cb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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