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준별 시험 폐지·한국사 필수…다음엔 뭐가 바뀔까?
2년 뒤 치러질 대학수학능력시험이 다시 바뀐다. 자고 일어나면 바뀌는 게 유행하는 패션이라는데 이쯤 되면 수능시험도 패션 못지않다. 2017학년도부터 한국사가 필수 과목이 되고, 2018학년도에는 영어 영역이 절대평가로 바뀔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오는 등 수시로 바뀌고 있어서다. 2012학년도부터는 문'이과 통합형 수능시험이 치러질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한 해가 멀다하고 바뀌는 수능시험 때문에 애를 먹는 것은 학생, 학부모다. 교육 당국은 학습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서라는 이유를 들지만 학생, 학부모에겐 이 말이 그다지 와 닿지 않는다. 수능시험 변천사와 그로 인한 학생, 학부모의 불만을 살펴보고 입시 전문가들이 말하는 수능시험의 미래, 바람직한 개편 방향에 대해 들어봤다.
◇수준별 시험 폐지·한국사 필수…다음엔 뭐가 바뀔까?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자주 바뀌면서 학생, 학부모의 불만을 사고 있다. 다양한 세부 전형 탓에 복잡하게만 보였던 대입 수시모집이 다소 간소화돼 한숨을 돌리나 싶더니 이번에는 수능시험을 대폭 손질한다는 이야기가 쏟아지고 있다. 아무리 합당한 이유가 있다 해도 그 변화에 적응해야 하는 이들로선 힘겨울 수밖에 없다.
◆수능시험, 변하지 않은 해가 드물다
그동안 수능시험은 크고 작은 변화를 겪어왔다. (표 참조) 수능시험이 처음 실시된 것은 1994학년도. 당시에는 수능시험이 두 번 시행됐다. 하지만 난이도 조절 실패와 시험 부담 증가 탓에 이듬해부터는 한 차례만 시행하는 것으로 바뀌었다.
애초 수능시험은 계열 구분이 없었으나 1995학년도부터는 수리탐구I, 수리탐구II 영역이 계열별로 시행됐다. 1997학년도 수능시험부터는 전체 배점이 200점에서 400점으로 확대됐고, 2001학년도부터는 제2외국어 영역이 추가됐다. 2002학년도 수능시험부터는 총점 제도가 폐지돼 종합 등급을 기재하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2005학년도에는 선택형 수능시험 체제가 도입됐다. 이전까지는 언어'수리'탐구'외국어 등 4개 영역을 필수적으로 응시해야 했지만, 이때부터는 수험생들이 자신이 원하는 영역을 선택, 응시할 수 있게 됐다. 2008학년도에는 수능 등급제가 시행됐다가 1년 만에 폐지됐다. 2005~2011학년도 수능시험까지 탐구 영역 선택 과목 수는 최대 4과목이었으나 2012, 2013학년도 수능시험 때는 최대 3과목 선택으로 축소됐다.
2014학년도에는 국어, 수학, 영어가 수준별 시험 방식으로 치러졌다. 쉬운 A형과 그보다 어려운 B형으로 나눠 수험생이 이 중 하나를 선택해 시험을 치르게 한 것이다. 하지만 올해 치르는 2015학년도 수능시험에선 영어, 2017학년도에는 국어, 수학까지 수준별 시험이 폐지된다. 수능시험이 2013학년도 이전 체제로 회귀하는 셈이다. 한국사가 필수 과목이 되는 것도 2017학년도부터다. 2018학년도 때는 영어 성적이 절대평가 방식으로 매겨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더 큰 변화가 기다리고 있다. 교육부가 최근 2018학년도부터 문'이과 통합형 교육과정을 고교 현장에 도입하겠다는 뜻을 비쳐 수능시험도 이 개편안의 영향을 받게 됐기 때문이다.
차상로 송원학원 진학실장은 "2017학년도부터 '문'이과 통합 수능 안(案)'을 적용하자는 말이 나오기도 했으나 일단 현행 수능시험의 큰 골격은 그대로 유지된다"며 "하지만 교육부의 생각대로 2018학년도부터 문'이과를 통합해 고교 교육과정을 운영할 경우 이르면 2021학년도부터 문'이과 통합형 수능시험이 치러질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수능시험은 학생, 학부모의 적응력 시험?
가뜩이나 널뛰는 시험 난도로 이른바 '물 수능'과 '불 수능'이 반복된다는 지적이 많았는데다 제도 자체도 수차례 바뀌어 학생, 학부모의 혼란을 가중시켰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고 있다. 학생, 학부모는 교육 당국이 바뀐 제도에 적응해야 하는 어려움을 고려하는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수성구 한 고교 2학년인 A군은 "만약 재수를 하게 되면 한국사(2017학년도 도입)를 새로 공부해야 하니 압박감이 크다"며 "또 언제, 무슨 변화가 있을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올지 몰라 불안하다"고 했다.
재수생 B씨는 "작년에 영어 A, B형 중 어느 것을 선택하는 것이 유리한지를 두고 한참 고민했는데 한 해 만에 이 제도가 바뀔 줄은 미처 몰랐다"며 "수험생을 우롱하는 처사다. 제도를 손질할 때 좀 더 신중해야 한다"고 했다.
고3, 중3 자녀를 둔 C씨는 "대입 전형 자체가 복잡해 머리가 아픈데 수능시험마저 자꾸 바뀌니 적응하기 더 힘들다"며 "둘째가 치를 2018학년도 수능시험에선 영어가 절대평가로 바뀐다니 수학 비중이 더 커질 텐데 아이가 수학을 잘하지 못해 걱정스럽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에 대해 대구 한 고교 교사는 "수능시험의 예측 가능성을 높이려면 무엇보다도 시험 제도가 안정돼야 한다"며 "이처럼 제도 변화가 수시로 나타나면 당연히 안정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채정민 기자 cwolf@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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