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진 시장의 '구애' 이재용 부회장 '화답'

입력 2014-09-15 11:21:42

박 대통령 방문 '격' 맞추는 차원…MOU 체결 2,3일 전 전격 결정

'이재용 대구 방문은 어떻게 성사됐을까.'

15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대구를 방문한 것을 두고 그 배경과 의미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 부회장의 대구 방문은 말 그대로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방문 결정도 삼성과 대구시 협약(MOU) 체결 2, 3일 전에야 확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그룹 내부 사정에 정통한 그룹 관계자조차도 이 부회장이 대구에 온다는 것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대구시는 이번 행사를 앞두고 여러 경로를 통해 이 부회장의 참석을 거듭 요청했다. 삼성그룹 차기 후계자로 거론되는 이 부회장이 직접 참석한다는 상징성이 그만큼 크기 때문이다. 지난달 23일 권영진 대구시장이 '아이스버킷' 이벤트를 하며 그다음 주자로 이재용 부회장을 지명한 것도 이를 염두에 두고 한 포석이다. MOU 체결장에는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참석하는 만큼 격(格)을 맞추는 차원에서도 이 부회장의 참석 가능성은 어느 정도 예견되기는 했다.

하지만 이 부회장이 대구 방문을 결정하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라는 분석이 많았다. 부친 이건희 회장이 와병 중인 가운데 삼성전자의 3분기 마감(9월)을 코앞에 두었기 때문이다.

지난 2분기에 실적이 격감한 삼성전자는 이후 그룹 내부에 팽팽한 위기감이 확산되고 있었다. 또 삼성전자가 통상 10월에 계열사별로 내년 전략사업을 논의하고 그에 따라 11월에 임원 인사를 하는 것에 비춰보면 이 부회장이 '가장 바쁜 시기'에 대구를 방문했다는 얘기가 된다.

이렇게 보면 이 부회장의 이번 대구 방문은 대통령 방문에 따른 격을 맞추기 위한 정무적 동기라기보다는 박 대통령의 창조경제 구현에 대한 적극적인 동참 의지를 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옛 제일모직 터에 조성되는 삼성창업단지 개발의 중요성을 대외에 강조하고, 지역인재 양성을 통해 사회적 기부를 실천하는 대기업의 면모를 보였다는 분석이다.

대구 경제계 한 관계자는 "제일모직 터는 이재용 부회장의 조부인 고 호암 이병철 회장이 첫 공장을 설립한 장소"라며 "대구시는 이 부회장의 대구 방문을 인연 삼아 삼성과 더욱 돈독한 관계를 맺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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