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 다리 저는 김정은

입력 2014-09-15 10:58:41

지도자의 건강은 국가 최고의 기밀이다. 독재국가일수록 특히 그렇다. 지도자가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독재자의 권력이 흔들리고 종국에는 체제까지도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지도자의 건강을 놓고 치열한 첩보전이 펼쳐지는 이유다.

대표적인 예가 구소련 공산당 서기장 브레즈네프의 대변을 채취하는 데 성공한 서방 정보기관의 개가이다. 브레즈네프가 덴마크를 방문했을 때 서방 정보기관은 브레즈네프가 머무는 호텔 바로 아래층 방을 빌렸다. 그리고 브레즈네프가 묵는 방의 화장실 배수가 자신들이 빌린 방에 설치한 통으로 내려오도록 만들었다.

이렇게 채취한 브레즈네프의 변을 분석한 결과 서방은 브레즈네프의 간이 많이 손상된 것을 알게 됐다. 결론은 그가 얼마 못 산다는 것. 서방이 브레즈네프가 구체적으로 얼마나 더 살 것으로 예상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어쨌든 그는 1982년 11월, 72세로 비교적 조기 사망했다. 재미있는 것은 이 작전을 수행한 정보기관이 미국의 CIA나 영국의 MI6, 이스라엘의 모사드가 아니라 정보기관 중 '마이너'라고 할 수 있는 프랑스의 대외안보총국(DGSE)과 덴마크 정보국이었다는 점이다.

고르바초프의 대변도 브레즈네프의 대변과 같은 운명을 피하지 못했다. 1980년대 고르바초프가 미국을 방문했을 때 CIA는 그의 대변을 채취해 건강상태는 물론 그가 어떤 약을 복용하는지도 알아냈다고 한다. 훗날 고르바초프가 자신도 모르게 자기 대변이 현미경 위에 올려져 분석되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어떤 표정이었을지 궁금하다.

미국은 자신들이 한 일을 반면교사(反面敎師)로 삼아 대통령의 대변을 철통같이 지켰다. 지난 2006년 오스트리아 방문 때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경호실이 설치한 전용 화장실에 볼일을 봤다고 한다.

지난 9일 북한 관영매체인 조선중앙TV가 김정은이 왼쪽 다리를 저는 영상을 공개해 화제다. 이에 앞서 북한은 지난 7월 8일 김일성 20주기 추모대회에서 김정은이 오른쪽 다리를 절며 등장하는 모습도 공개한 바 있다. 그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하다. 일부 분석가는 인민들을 잘살게 하려고 이렇게 건강을 해치면서까지 일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려는 것이라고 해석하기도 한다. 사실이라면 이런 말밖에 안 나온다. '유치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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