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부 한미현(가명'46) 씨는 눈꺼풀이 붓고 눈이 커졌다는 주변의 얘기에 안과를 찾았다가 생각지도 못한 진단 결과를 받았다. 한 씨의 병명은 '갑상선 안병증'. 갑상선 호르몬 수치가 과도하게 높은 갑상선 기능 항진증으로 인한 질환이었다. 한 씨는 "체중이 좀 빠지고 맥박이 빠른 느낌이 들긴 했지만 별다른 이상을 못 느꼈는데 갑상선에 이상이 있다는 진단을 받고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갑작스러운 눈의 이상은 몸이 눈으로 보내는 구조신호일 수 있다. 빨갛게 눈이 충혈되거나 통증을 느끼는 경우, 급격하게 시력이 떨어지고 눈이 부었다면 몸에 있는 다른 질환이 원인일 수 있다는 의미다. 특히 근시가 아닌데도 갑자기 원거리 시력이 떨어진다면 고혈압이나 당뇨, 자가면역질환, 갑상선 기능 이상 등 전신 질환이 나타났을 가능성이 있다.
◆갑작스러운 시력저하는 다른 질환 의심
40대가 넘어 시력이 떨어지면 '노안'으로 생각하기 쉽다. 눈이 노화가 진행되면 물체에 초점을 맞추는 수정체의 탄력이 떨어지면서 가까이 있는 사물이 흐릿하게 보이거나 흔들리게 된다. 최근에는 과도한 스마트폰 사용의 영향으로 노안이 오는 시기가 부쩍 빨라지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특히 충혈은 노안이 심할 경우나 결막염, 포도막염, 안구건조증 등 다양한 안질환으로 인해 나타날 수도 있다.
그러나 멀리 있는 물체를 보는 데 어려움을 느끼거나 안구건조증이 심해질 경우 가장 관련이 높은 전신질환은 당뇨병이다. 만성질환인 당뇨병에서 가장 무서운 합병증 중의 하나가 당뇨망막병증이다. 이는 당뇨로 인해 눈의 안쪽 신경 조직인 망막에 생기는 질환이다. 당뇨망막병증은 15년 이상 당뇨병을 앓은 환자의 60% 이상에서 발병할 정도로 흔한 합병증이다. 당뇨병을 앓은 기간이 길면 길수록 당뇨망막병증이 발생할 확률도 높아진다. 그러나 이 병은 상당히 진행되기 전까지는 자각 증상이 별로 없는 경우가 많다. 병의 진행 속도가 느려 초기에는 시력에 거의 영향을 주지 않기 때문이다. 대구 누네안과병원 최재호 원장은 "당뇨망막병증은 환자가 모르고 지나치거나 노안으로 오해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눈에 이상 증상이 발생하기 전에 미리 정기적인 검진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고혈압으로 인해 망막에 이상이 생기는 경우도 있다. 고혈압으로 인해 혈관에 변화가 생기면서 혈관 질환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특히 눈 중풍이라고도 불리는 망막정맥폐쇄증은 고혈압이 가장 큰 원인이다. 눈에 있는 정맥 중 일부가 막히는 질환으로 정맥의 부위에 따라 분지정맥폐쇄증이나 중심정맥폐쇄증이 나타난다.
망막정맥폐쇄증은 갑자기 중심시력이 확 떨어지는 게 특징이다. 상태가 심할 경우 시력이 회복되지 않는 경우도 있다.
대구가톨릭대병원 안과 김윤영 교수는 "안과를 찾았다가 당뇨병이나 고혈압 등 전신질환이 의심돼 내과 진료 등을 받는 경우가 심심찮게 일어난다"면서 "심한 충혈이나 통증이 있는 경우, 갑작스럽게 시력이 떨어진 경우에는 반드시 병원에서 진료를 받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면역 체계의 이상도 시력 감퇴 원인
류마티스 관절염이나 베체트병, 강직성척추염 등 전신 자가면역질환은 포도막염의 원인이 된다. 포도막염은 안구 중간층에 있는 홍채와 모양체, 맥락막 등에 염증이 생기는 질환이다. 포도막염에 걸리면 충혈과 통증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눈 앞에 먼지나 벌레가 떠다니는 듯한 비문증이 생기거나 시력이 떨어지고 눈부심이 생기기도 한다. 이 경우 안구건조증이나 결막염과 달리 제대로 치료하지 않으면 시력이 영구적으로 떨어질 수 있다. 이 밖에 신경전달물질의 전달 체계에 이상이 생기는 중증 근무력증이나 림프구, 눈물샘, 침샘에 침범하며 안구건조증이나 입마름증이 나타나는 쇼그램증후군도 원인으로 꼽힌다.
갑상선 기능에 문제가 생기면서 눈에 이상이 나타나는 '갑상선 안병증'에 걸리기도 한다. 갑상선 안병증에 걸리면 눈이 튀어나오거나 눈꺼풀이 치켜 뜨이면서 검은 눈동자의 위아래 흰자위가 노출된다. 물체가 두 개로 보이거나 시신경이 손상돼 시력을 잃기도 한다. 갑상선 기능 항진증에 주로 나타나지만 기능 저하증이나 갑상선 치료 후에 발생하기도 한다. 특히 흡연은 병의 경과를 악화시키는 원인이 된다.
갑상선 안병증은 눈을 움직이는 근육과 눈을 둘러싸고 있는 조직에 염증이 생기고 붓는 질환이다. 처음에는 눈물이 나고, 눈 주위가 붓고, 흰 눈동자가 빨갛게 충혈된다. 눈꺼풀이 말려 올라가 덜 감기기 때문에 안구건조증이 나타나고 이물감을 느낄 수 있다. 눈을 움직이는 근육이 커지고 눈 뒤쪽 지방이 부어오르면서 눈이 앞으로 튀어나오게 된다.
갑상선 안병증은 인공눈물이나 점안 스테로이드제와 같은 안약으로 불편을 줄일 수 있다. 심한 경우 스테로이드제 치료나 안와 방사선 치료를 한다. 안구 돌출과 시신경 압박이 심할 경우 눈 뒤쪽의 뼈와 지방을 제거하는 안와감압술이 도움 된다. 눈꺼풀 말림 현상으로 외모가 변하고 안구 건조증이 심할 경우 눈꺼풀 수술로 교정한다.
손병재 경북대병원 안과 교수는 "안구 돌출이나 사시 등도 수술로 교정이 되기 때문에 심한 충혈이나 눈꺼풀이 붓는 증상이 나타나면 빨리 병원을 찾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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