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자 20위 '신앙 멘토' 삼다…9월, 순교자 성월

입력 2014-09-13 07:00:36

1984년 방한해 김대건 신부를 포함한 순교자 103위 복자를 성인으로 선포한 요한 바오로 2세 교황. 평화뉴스 제공
1984년 방한해 김대건 신부를 포함한 순교자 103위 복자를 성인으로 선포한 요한 바오로 2세 교황. 평화뉴스 제공
1925년 비오 11세 교황은 로마 성 베드로 대성당에서 기해
1925년 비오 11세 교황은 로마 성 베드로 대성당에서 기해'병오박해 순교자 79위를 복자로 선포했다. 조선의 순교자들에 대한 첫 시복식이었다. 평화뉴스 제공

9월은 한국 천주교의 '순교자 성월'이다. 순교자들의 신앙과 삶을 기념하고 본받기 위한 달이다. 지난달 방한한 프란치스코 교황은 한국 천주교의 특별한 점 두 가지를 강조했다. 하나는 자발적 태동이고, 또 하나는 박해가 부른 순교의 역사다. 순교는 이 땅에 천주교의 씨앗을 심었다.

◆순교자 성월의 역사

한국 천주교가 순교자들을 기리기 시작한 것은 1926년부터다. 이전 해인 1925년 7월 로마에서 국내 최초의 신부인 김대건 신부 등 기해'병오박해 순교자 79위가 시복(복자로 선포)된 것이 계기였다. 당시 비오 11세 교황이 조선의 순교자들에 대한 첫 시복식을 거행한 것.

한국 천주교는 당시 시복된 복자들 중 가장 많은 수가 순교한 9월 26일을 '한국 순교복자 축일'로 정하고, 바로 다음해부터 매년 기념했다. 그러다 1974년부터는 이날의 명칭을 '한국 순교복자 대축일'로 바꿔 기렸다.

이어 1984년 방한한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에 의해 김대건 신부를 포함한 순교자 103위 복자가 시성(성인으로 선포)된 것을 계기로 한국 순교복자 대축일은 '성 김대건 안드레아 사제와 성 정하상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들 대축일'로 바꿔 불리게 됐다. 날짜도 9월 26일에서 9월 20일로 옮겨져 현재에 이르고 있다. 또 이전까지는 9월을 '복자 성월'로 부르던 것을 순교자 성월로 바꿔 부르기 시작했다.

올해 9월 순교자 성월은 더욱 뜻깊다. 지난달 방한한 프란치스코 교황이 '윤지충 바오로와 동료 123위'를 복자로 선포해서다. 앞서 1925년에 기해'병오박해 순교자 79위가, 1968년에는 교황 바오로 6세에 의해 병인박해 순교자 24위가 각각 복자 반열에 올랐고, 이들 모두가 1984년 성인 반열에 올랐다. 이에 그치지 않고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는 2001년 시복시성 주교특별위원회를 구성해 124위의 시복을 추진했고, 프란치스코 교황이 방한해 시복식을 집전하며 그 결실을 맺었다.

물론 순교자 성월은 성인 및 복자가 된 순교자만 기리는 기간은 아니다. 현재 시복 및 시성을 추진하고 있는 순교자들은 물론, 기록이나 흔적이 전해지지 않는 무명 순교자들까지 모두 기리는 취지를 담고 있다.

◆순교 의미 되새기는 행사 풍성

순교자 성월을 기념해 천주교 대구대교구는 9월 한 달 동안 '대구대교구 복자 20위 기도운동'을 펼치고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에 의해 시복된 124위 가운데 대구대교구의 20위 순교자를 '신앙 멘토'로 삼아 되새겨본다. 교구민들은 이달 중 평일에 하루 한 명씩 복자의 삶을 익히고, 묵상 및 기도하는 시간을 갖는다. 매주 토요일에는 순교자와 관련이 있는 대구대교구 내 지정 성지를 방문한다. 6일 옛 경상감영 자리(옥터는 대안성당)와 13일 관덕정에 이어 27일 복자성당을 찾으면 된다. 역시 토요일인 20일에는 칠곡 한티순교성지에서 '도보성지순례 및 순교자 현양미사'가 진행된다.

대구의 대표적인 천주교 순교 성지인 관덕정순교기념관은 지난달에 이어 이달 30일까지 '시복 경축 및 순교자 현양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단체를 대상으로 대구시내 및 전국 성지 순례, 해설을 곁들인 교회음악 감상, 대구 순교 복자 20위 성화 관람 등을, 개인을 대상으로 묵상'기도'체험 프로그램 등을 진행한다. 관덕정순교기념관 053)254-0151.

황희진 기자 hh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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