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불륜, 해선 안 될 사랑은 없다/ 설미현 지음/ 책미래 펴냄
동서고금 역사 속 '해선 안 됐을 사랑' 사례들을 다룬 책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렇다. 해선 안 될 사랑은 없다. 생을 다해, 사랑할 수 있을 때, 바로 지금 이 순간, 열심히 사랑할 일이다. 왜냐하면 모든 사랑은 소중하고 나름 의미가 있어서다. 동서고금 역사 속에서 이미 그래왔다.
원효대사는 종교인에게 생명과도 같은 계율을 어기고 요석공주와 만났다. 하지만 이들은 행복했다. 어쩌면 요석공주는 원효대사를 해탈만큼 가치 있는 사랑의 세계로 인도했던 보살은 아니었을까. 영국 왕족 에드워드 8세는 왕위를 버리고 다른 남자의 부인과 결혼했다. 미국 출신 심프슨 부인이다. 이들 역시 행복했다. 이들의 사랑은 저마다의 잣대로 애정을 대차대조표로 작성해 들이대느라 피곤한 요즘 연인들에게 어떻게 보여질까.
책은 도덕과 종교 등 사회의 여러 통속적 기준에서 어느 정도 벗어난다 할 지라도, 해선 안 될 사랑은 없다고 본다. 특히 불륜의 경우 '불륜 자체가 나쁜 것이 아니라 인간이 그런 불안한 감정을 겪을 수밖에 없는 나약한 존재라서 관계의 부조리가 발생한다'며 '불륜이라는 감정적 위기가 찾아오면, 오히려 현명하게 극복해내고 더 크게 자아를 성장시키는 계기를 만들 수 있다'고 강조한다.
그래서 사랑은 '격심한 성장통을 수반하고 많은 것을 한순간에 가르치는 좋은 수업'이 되고, '사랑을 베푸는 여자와 상처 받은 남자를 둘 다 재생시키는 마법'도 된다. 명저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을 남긴 한나 아렌트는 나이 많은 유부남인 철학자 하이데거를 사랑했다. 폴란드가 낳은 피아노 음악의 시인 '쇼팽'은 프랑스 소설가 '조르주 상드'와 그의 딸을 동시에 사랑했다. 그러나 이들은 불합리한 상황에 놓인 사랑에 좌절하기보다는, 그러한 사랑이 주는 불합리성과 고통을 성장의 계기로 삼아 세상에 길이 남을 명작들을 남겼다.
물론 사회 통속적으로 어긋난 사랑을 해야만 학계나 예술계에서 희대의 명작을 남길 수 있다는 말은 아닐 것이다. 사고 처럼 갑작스레 터지는 사랑에 속절 없이 이끌려 왔다면, 바로 그때 이런저런 가치 기준에 맞춰 사랑을 재단할 것이 아니라, 현명하게 극복하며 사랑을 꽃피우자는 얘기다. 그러면서 나의 자아도 한층 더 성장한다는 것. 동서고금 역사 속 수많은 연인들이 보여줬듯이 말이다.
이 밖에도 책은 다른 여러 터부에 도전했던 동서고금 역사 속 사랑 사례들을 독특한 시각으로 조명하고, 쉽고 재미있게 비유한다. 수필가이자 환경학자인 저자의 감수성 넘치는 문체도 맛있게 읽힌다. 256쪽, 1만4천원.
댓글 많은 뉴스
"재산 70억 주진우가 2억 김민석 심판?…자신 있나" 與박선원 반박
"TK를 제조·첨단 산업 지역으로"…李 청사진에 기대감도 들썩
민주 "김민석 흠집내기 도 넘었다…인사청문회법 개정 추진"
트럼프 조기 귀국에 한미 정상회담 불발…"美측서 양해"
김민석 "벌거벗겨진 것 같다는 아내, 눈에 실핏줄 터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