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줄 치고, 꼼꼼히 읽고, 친구들과 토론해야 좋은 독서

입력 2014-09-13 07:00:57

영혼을 깨우는 독서/김용락 지음/문예미학사 펴냄

시인이자 대학교수인 김용락 씨가 평소 자신의 책읽기와 학생지도를 통해 느낀 독서에 대한 생각을 풀어놓았다. 자신이 생각하는 독서, 효과적인 책 읽기 방식, 청년기까지 독서 체험과 함께 우리나라와 서양의 대표적 학자들이 독서의 중요성에 대해 설파했던 내용을 담고 있다.

지은이는 "독서는 인간 존재에 대한 깊이 있는 깨달음과 함께 사회현실과 문화에 대한 깊이를 두텁게 해준다. 책을 통해 환희를 느끼고, 눈물지으며, 성장과 쇠퇴, 삶과 죽음에 대해 묵상할 수 있고, 여러 가지 모순으로 중첩돼 있는 사회현실을 다시 볼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다"며 독서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책을 읽지 않고도 한평생 살아갈 수 있지만, 그 삶은 황량하고 빈곤할 수밖에 없다. 책은 우리로 하여금 시공간을 초월해 수많은 현자를 만나게 해주고, 눈과 기억에서 사라졌던 다양한 사건과 사연을 되새겨 준다. 그만큼 삶이 풍요로워지는 것이다.

지은이는 꼼꼼한 독서를 강조하며, 옛 학자들도 꼼꼼한 독서를 강조했음을 보여준다.

'가장 좋은 독서법은 숙독이다. 글을 읽는 사람이 비록 뜻을 알고 있으나 곧 잊어버리게 되는 까닭은 숙독하지 않기 때문이다. 독서는 조용히 앉아 마음을 편안히 맑게 해서 하늘의 이치를 몸소 알아낸다는 자세가 중요하다. 더욱 중요한 일은 반드시 성현의 말과 행실을 본받아 조용히 찾고 가만히 익힌 다음에, 학문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만일 바삐 지나치거나 예사로이 외우기만 할 뿐이라면, 이것은 문장만을 익히는 제일 좋지 못한 방법이니, 비록 글을 천 편 외우고 머리가 희도록 경전을 이야기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낮에 읽은 것은 반드시 밤에 사색하여야 한다.' -퇴계평전(지식산업사, 1989)-인용.

지은이는 퇴계의 말을 인용하면서 '책을 꼼꼼히 읽고 밑줄 치고, 논평 달고, 내용을 상기하고, 친구에게 말하고 토론하는 것이 좋은 독서'라고 강조한다.

헤르만 헤세 역시 "더 풍성한 힘을 얻고자 온 힘을 기울이고 의식적으로 자신을 재발견하기 위해 스스로를 버리고 몰두할 줄 알아야 한다. 아무 생각 없이 산만한 정신으로 책을 읽는 건 눈을 감은 채 아름다운 풍경 속을 거니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설파했다.

무척 어려운 책을 읽을 것인가, 말 것인가? 지은이는 "어려운 책도 읽어야 한다"고 말한다. 책 내용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어려운 책을 읽는 순간 우리의 뇌는 긴장하고, 두뇌의 회전이 빨라지는 효과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어려운 독서를 통해 "내가 모르는 것이 참 많구나"라는 상념을 갖기 마련이고, 새로운 도전 욕구를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처음 읽을 때는 이해할 수 없었던 내용도 다른 책을 통해 맥락이 닿고 소통이 되는 경우도 있으므로 "어렵다고 무조건 피할 것은 아니다"고 말한다.

지은이는 "스마트폰으로 필요한 정보를 금방 찾을 수는 있지만, 깊은 사색의 세계에 닿을 수 없고, 창의적인 공부를 할 수도 없으며, 새로운 세상을 펼칠 수도 없다"면서 젊은이들에게 스마트폰을 놓고 책을 들라고 권한다.

책은 총 4부로 구성돼 있다. 1부는 독서의 필요성, 2부는 동서양의 책문화사, 3부는 책읽기의 방식, 4부는 지은이의 독서 체험기를 담고 있다. 부록으로 지은이가 추천하는 도서 100권을 소개하고 있다. 189쪽, 1만2천원.

조두진 기자 earf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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