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이우환 관련 미술관, 제대로 지을 수 있나?

입력 2014-09-13 07:59:14

이우환 화백이 최근 논란을 빚은 '만남 미술관-이우환과 그 친구들' 건립에 대한 설명회를 열었다. 2010년 대구시가 미술관 건립 추진 계획을 밝힌 이후 이 화백이 직접 나선 것은 처음이다. 설명회에서 이 화백은 "만남 미술관이 세계적인 명소가 될 것임을 확신한다"며 건립 추진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였다. 또, 중국과 인도 등 작품을 전시할 구체적인 작가 이름을 처음으로 거론했으며, 대구 출신 작가도 한 명이 참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설명회로 미술관 건립 취지에 대한 논란은 상당 부분 가라앉을 전망이다. 그러나 이 화백은 현재 100억 원으로 책정된 작품 구입비에 대해 많이 부족하다고 밝혀 또 다른 논란의 여지를 만들었다. 이 화백은 "전시 작가의 작품 구입비가 처음 추진한 4년 전보다 많이 올랐다"며 "한 점에 500만 달러가 넘는 작가도 있고, 최소한 100만 달러 이상"이라고 말했다. 현재 이 화백이 구상하는 참여 작가 수는 8~11명이어서 100억 원으로는 한 작가당 한 점의 작품을 사기도 어렵다는 이야기다.

이 미술관은 올해 말 착공할 계획이다. 건립 비용은 297억 원으로 국비 119억 원을 빼면 대구시 부담은 178억 원이다. 100억 원으로 예상한 작품 구입비와 연간 12억~15억 원의 운영비는 모두 대구시가 책임져야 하며, 이미 기본 설계비로 16억 원을 사용했다.

이제 대구시가 결정할 차례다. 시가 사설(私設) 성격이 강한 미술관을 짓겠다고 나선 것은 논외로 하더라도 지난 4년 동안 미술관 건립 개요를 제외하면 어떤 구체적인 내용도 밝히지 않았다. 이미 건립을 결정했으니 비판이 있든 말든 추진하겠다는 고집만 피웠을 뿐이다. 이 때문에 이 화백에게 매달린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이 화백의 설명대로라면 현재 작품 구입비로는 전시 작품 수가 10점 남짓이다. 또한, 이 화백이 이번 설명회에서 자신의 일부 작품을 기증하겠다는 뜻을 밝혔지만, 이 정도의 소장 작품으로 상설 미술관을 짓겠다는 것 자체가 코미디다. 그러나 당장 작품 구입비를 늘리기도 쉽지 않고, 대구시립미술관의 작품 구입비가 연간 15억 원 정도인 것을 생각하면 앞으로 늘리기도 어렵다.

대구시가 건립을 계속 추진하겠다면 작품 구입과 장기적인 예상 소요 경비에 대한 계획, 이 미술관의 가치와 효율성 등을 명확히 밝혀야 한다. 만약 지난 결정이 잘못한 것이라면 지금이라도 빨리 포기하는 것이 더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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