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깎이 학생 위해…야학 봉사 '교장 선생님'
천직(天職)이라고 느껴질 만큼 이석수 선생님은 외모에서부터 교사의 분위기가 느껴진다.
1984년부터 30년째 교직에 몸담고 있는 이 교사는 경남 의령에 있는 신반정보고등학교 현직 교장이다. 그는 또 한 가지 직함을 더 가지고 있다. 바로'학산야간학교'의 자원봉사 야학교사이다.
대구 달서구 월성2동에 위치한 학산야학은 어린 시절 중고등학교에 진학하지 못한 성인들을 위해 무료로 운영되는 검정고시 대비학교이다. 학생의 대부분은 가난과 여자라는 이유로 학교를 다니지 못한 50대 이상의 성인이며, 1998년에 개교하여 현재 400여 명의 졸업생을 배출했다. 정규학교가 아니다 보니 수업은 자원봉사 교사들이 수업지도를 해주고 있다. 다른 야학의 경우 대부분의 교사가 대학생이지만, 이곳 학산야학은 12명의 교사 모두가 현직 교사, 사업가, 학원 강사, 공무원들로 직업도 다양하다.
이 교사는 근무하고 있는 학교인 의령에서 대구까지 1시간 30분 정도의 먼 거리를 출퇴근하면서도 금요일에는 모든 약속을 제쳐 두고 야학수업을 위해 달려온다. 2006년부터 학교 동료의 권유로 시작하게 된 야학 봉사는 10년 가까이 계속되고 있다.
그는 "봉사를 처음 시작할 때부터 지금까지 매일매일 수업시간이 기다려진다"면서 "늦은 시간까지 야학에 와서 하나라도 더 배워가려는 학생들의 눈망울을 보면 피곤함이 사라진다"고 했다. 덕유교육원에 근무하던 시절, 거리가 멀어 일주일에 한 번씩 대구 집에 오는 그 피곤한 시간에도 야학을 그만둘 수 없었다. 힘들게 봉사를 이어 온 만큼 2010년 졸업식에는 그 어느 해보다 감동스러워서 야학 제자들과 함께 울었던 것이 제일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성인 검정고시 응시자는 기본기가 부족한 국어, 영어, 수학 과목보다는 암기 과목을 공략하여 전체평균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그가 가르치는 국사는 검정고시 합격을 위해 매우 중요한 과목이다. 시중에 나오는 검정고시 문제지는 고령인 학생들이 보기에 쉽지 않다고 한다. 그래서 그는 학기 초가 되면 직접 교재를 만들어 학생들에게 나누어 준다. 또한 평소에도 야학 운영에 필요한 물품과 후원을 적극적으로 하고 있다.
이 교사는 "야학에 오시는 분들의 열의가 대단해서 내가 아무리 피곤하고 바빠도 절대 이 일을 그만둘 수 없는 힘이 난다"며 "누구든지 배움 앞에서는 부끄러워하지도 말고, 늦었다고 생각하지도 말고 지금 시작하라"고 당부했다.
글 사진 남리나 시민기자 lake22@daum.net
멘토 이석수 기자 sslee@ms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