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립무용단 정기공연 안무 맡은 현대무용가 거장 김복희·이숙재

입력 2014-09-11 07:00:39

대구 출신 한국현대무용의 거장 2인이 고향을 찾아 그동안 쌓은 작품 세계를 보여준다. 김복희(66) 한국무용협회 이사장과 이숙재(69) 밀물현대무용단장이다. 이들은 다음 달 29일(수)과 30일(목) 양일간 대구문화예술회관 팔공홀에서 열릴 예정인 대구시립무용단 제66회 정기공연 '전설의 귀향, 대구가 낳은 한국현대무용의 초석-김복희, 이숙재의 춤'에 안무자로 초빙됐다. 두 안무자를 만났다.

◆평생 '한국적인' 현대무용 탐구

김복희는 세계 곳곳을 돌며 한국현대무용의 전도사 역할을 하고 있다. 그동안 미국, 스페인, 터키, 일본, 프랑스 등 20여 개국에서 공연을 펼쳤다. 지난달에는 자신의 무용단을 이끌고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를 찾아 공연을 하고, 워크숍도 열었다.

그는 꾸준히 '한국적인' 현대무용에 매진해왔다. "현대무용은 외국에서 들어왔지만 우리도 현대라는 시기를 거쳤습니다. 현대무용에 가미할 수 있는 우리만의 정서와 색깔이 분명히 있어요." 그는 1986년 한국춤의 현대성을 탐구하는 '현대춤협회'를 창설하고, 고민과 연구에 이은 공연을 거듭했다. 안무가로서 그동안 70여 편의 작품을 무대에 올렸다.

그가 추구하는 한국적인 현대무용의 한 예로 들 수 있는 작품은 '천형(天刑), 그 생명의 수레'다. 빅토르 위고의 '노트르담의 꼽추'를 모티브로 해 한국춤으로 만든 작품이다. 그가 현대무용에 가미하는 한국적 요소는 현대무용에 대한 이해를 높여주는 역할도 한다. 그의 또 다른 작품 '피의 결혼'이 좋은 예다. 스페인의 극작가 가르시아 로르카 원작인 이 작품에 우리 전통 혼례와 장례의 이미지를 넣었다. 가령 한국 사람이라면 '삼베'로 만든 무용 의상을 보고 누구나 장례를, 그리고 죽음을 떠올릴 수 있다. 그러면서 우리 춤으로 풀어내는 감동과 그 전달력은 더욱 높아진다.

올해 2월 그는 39년간 몸담았던 한양대 무용학과 교수직을 정년퇴임했다. 하지만 그의 한국적인 현대무용 탐구는 계속된다. "오히려 예술가로서 더 자유로워졌습니다. 누가 그러더라고요. 동쪽에서 뜨는 해보다 서쪽으로 지는 해가 실은 더 화려하다고."

◆한글의 우수성을 춤으로, '한글춤'

이숙재는 한글춤으로 유명한 안무가다. 한글춤은 한글을 몸짓으로 표현하는 것뿐만 아니라, 한글 창제의 바탕이 된 음양오행 등을 작품 창작의 기반으로 삼는다. 그동안 신용비어천가, 한글누리, 2003년 대구 하계유니버시아드 대회 때 선보인 '움직이는 한글' 등 한글춤 시리즈 44개 작품을 발표했다. 그의 작품 167개 가운데 4분의 1을 차지한다.

그는 어떻게 한글을 춤에 접목하게 됐을까. 1980년 미국 뉴욕 유학 시절이었다. "지도교수가 한국적인 춤 소재를 가져오라고 했어요. 덕수궁 사진을 제출했죠. 그런데 같이 배우던 일본인 유학생도 일본의 전통 건축물 사진을 보여준 겁니다. 서양인인 지도교수가 보기에는 서로 다를 것이 없었죠." 그는 마침 같은 해에 문을 연 뉴욕 한국문화원을 찾아가 물었다. "가장 한국적인 것이 뭘까요?" 두 가지였다. 훈민정음과 금속활자. "한글에서 세종대왕의 과학자 및 예술가적 면모를 함께 찾을 수 있었어요." 이후 그가 한글과 춤의 접목을 수년간 연구해 만든 첫 작품 '홀소리 닿소리'는 1991년 제15회 서울무용제에서 최우수상을 받았다.

그가 이번에 대구시립무용단과 함께 하는 작품은 2012년 작 '뿌리 깊은 나무'다. "세종대왕이 훈민정음을 공식 반포하기 전에 민중에 유포한 '뿌리 깊은 나무'는 '한글 CM송' 역할을 했어요. 한글을 처음 민중에게 알렸고, 그 우수성을 널리 입증했습니다."

마침 공연이 있는 다음 달에는 한글날(9일)이 있다. 그는 다음 달 한글날에 열리는 서울 한글박물관 개관식에서 한글춤 작품을 공연하고, 이어 고향 대구에서 뿌리 깊은 나무를 무대에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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