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년 만에 찾아온 이른 추석으로 명절 대목을 기대했던 차례용품 판매 상인과 농가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수산물 시장은 활기를 띠고 있는 반면, 수확 시기가 맞지 않은 사과와 배 등 과수 재배 농가는 떨어진 가격과 거래량으로 울상을 짓고 있다. 특히 사과의 경우 잦은 비로 당도 등 품질이 떨어진데다 여름 수확 품종이 대부분이어서 거래량과 가격 모두 하락했다. 배는 품종별로 수확시기가 겹치면서 물량이 집중 출하된데다 가격마저 떨어진 상태다.
◇설익은 상주배·청송사과 "일손 놨어요"
경북지역 최대 배 주산지인 상주는 이른 추석으로 대목이 사라졌다. 수확 시기가 맞지 않아 제대로 상품을 내놓을 수 없는데다 가격마저 지난해보다 30%가량 떨어졌기 때문이다.
상주시에 따르면 올해 상주 배는 한 상자(15㎏)에 3만원 수준에 거래되고 있다. 지난해 추석에 4만5천원 수준에서 거래되던 것에 비해 큰 폭으로 떨어진 것.
특히 수확 시기가 달랐던 원황'신고'화산 등 배 품종이 이상 기온으로 인해 동시에 홍수 출하되는 것도 가격 하락의 원인으로 꼽힌다. 올 추석 출하량은 생산량의 40%에 그칠 전망이지만 추석이 지나면 가격이 더욱 떨어지기 때문에 농가들의 시름은 더욱 크다.
상주지역 배 과수 농가들은 "올해는 수확 시기가 맞지 않아 일손을 거의 놓고 있고 가격까지 하락한 상태"라고 하소연했다.
사과의 경우 추석이 이른데다 품질 문제 등이 겹치면서 지난해보다 거래량이 줄었다. 대구경북능금농협 청송경제사업장의 경우, 추석을 앞두고 사과 70t이 판매됐다. 지난해 추석에 판매된 147t의 절반에 불과하다. 청송사과유통공사도 지난해 추석에는 택배주문과 일반판매 등 131t을 팔았지만 올해는 75t 수준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문원갑 청송사과유통공사 이사는 "당도가 덜한 여름사과가 제사상에 오르거나 선물로 나가기 때문에 주문량이 줄어든 것 같다"며 "특히 올해는 사과 시세도 지난해보다 30%가량 떨어진 상태"라고 했다.
상주 고도현 기자 dory@msnet.co.kr 청송 전종훈 기자 cjh49@msnet.co.kr
◇과일값 싼 데도…칠성능금시장은 한산
3일 오후 칠성능금시장 밀양상회. 33㎡(10평)가량의 점포 안에는 사과와 포도 상자가 수북이 쌓여 있다. 노순애(55) 사장은 사과 선물세트를 사러 온 고객을 위해 상자에 사과 담기에 구슬땀을 흘리고 있었다. 홍로 10㎏에 6만3천원에 판매했다.
노 사장은 "판매량이 지난해의 절반 수준"이라며 "이른 추석으로 과일 가격이 비쌀 것이라고 걱정한 탓인지 고객들이 지레 겁을 먹고 사러 오지 않는 것 같다"고 했다.
칠성능금시장 상인들에 따르면 최근 가장 많이 팔리는 사과 품종은 홍로다. 10㎏ 한 상자에 6만5천원 선에서 판매된다. 여름 부사인 '요까'는 10㎏ 한 상자에 4만5천원 선에 판매되고 있다.
배는 그나마 최근 들어 가격이 조금 오르는 추세다. 7.5㎏ 한 상자에 2만3천원에 거래되고 있고, 선물용은 2만5천원 선에서 팔린다. 포도는 5㎏ 한 상자에 캠벨 1만원 선, 머루포도 1만3천~1만5천원 선, 거봉 1만3천~1만7천원 선에서 판매되고 있다. 포도는 지난해보다 다소 가격이 내렸다.
농수산물도매시장 경매에서는 3일 홍로(특) 10㎏ 한 상자 2만9천458원, 요까(특) 10㎏ 한 상자 2만3천833원, 배 7.5㎏ 1만4천381원, 포도 캠벨(특) 5㎏ 9천125원에 거래됐다.
이창환 기자 lc156@msnet.co.kr
◇죽도시장 밀려드는 손님에 '함박웃음'
포항 죽도시장은 추석 특수를 맞아 생기가 넘치고 있다.
3일 오후 포항 죽도시장 건어물상가 밀집거리. 갑자기 쏟아지는 빗줄기 속에서도 좁은 골목길 곳곳에 가판이 들어서 있다. 밀려드는 손님을 맞기 위해 상인들은 아르바이트생을 고용해 밀려드는 손님과 배달 주문을 처리하고 있다.
올해 죽도시장 건어물 가격은 평년과 큰 차이가 없다. 품질에 따라 다소 차이는 있지만 잔멸치 1.5㎏이 지난해 평균 3만5천원에서 올해는 4만5천원으로 소폭 올랐고, 황태(300g'1만원)와 마른오징어(500g'1만2천원) 등은 비슷한 수준이다.
반면 도매가는 품목당 평균 10% 정도가 상승했다. 워낙 이른 추석이라 제철 물건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상인 박희수(42) 씨는 "명절이라 조금 숨통이 트였다고 하지만, 지난해보다 유동인구가 20% 정도는 줄어든 것 같다"며 "과거에는 기업체와 자매결연을 해 추석 단체선물 등을 전통시장에서 보내곤 했는데 경기가 어려워 그마저도 확 줄었다. 더 이상 바라지도 않으니 이만큼만이라도 계속 유지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포항 신동우 기자 sdw@msnet.co.kr
◇안동 간고등어 지난해보다 매출 두 배
안동의 대표적인 명절 선물인 안동 간고등어는 지난해 추석에 비해 매출이 2배 올랐다. 추석이 다가오면서 업체들은 밀려드는 주문량을 맞추기 위해 사무직 직원들까지 총동원돼 하루 10t의 물량을 소화하고 있다. TV 홈쇼핑에서도 연일 매진을 기록하는 등 주문량도 부쩍 늘었다. 대형마트와 백화점, 우체국과 인터넷 쇼핑몰의 주문도 평소보다 2배 가까이 늘었다.
국내 간고등어 업계 1위 업체인 ㈜안동간고등어의 경우 올 추석 매출이 15억원을 웃돌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해의 경우 일본 원전 방사능 누출 사태의 여파로 매출이 7억원에 못 미쳤다.
하지만 올 들어 정부의 내수시장 경기부양책에 따라 경기 호황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고 국내산 생선류의 안전성에 대한 신뢰가 높아지면서 소비 심리가 다시 살아났다는 것이다.
안동간고등어 김재문(46) 대표는 "홈쇼핑의 연일 매진과 간고등어에 대한 기호층이 다시 형성돼 매출 상승으로 이어진 것 같다"며 "현재 모든 공장에 최대 인력을 동원해 간고등어를 생산하고 있지만 주문량과 비교하면 물량과 일손이 턱없이 부족한 상태"라고 했다.
안동 엄재진 기자 2000jin@msnet.co.kr 전종훈 기자 cjh49@msnet.co.kr
◇가격 올라도…영천 돔배기 인기 "못 말려"
추석 대목을 맞은 영천시장의 돔배기(상어고기) 상가는 활기가 넘치고 있다. 영천시장의 어물전 20여 곳에는 제수용 및 선물용으로 돔배기를 구입하려는 고객들의 발길이 하루 종일 이어졌다.
전국의 고급 돔배기 중 70%가량이 영천을 통해 유통된다. 대구'포항'경주'경산'울산 등 인접 시군에서는 돔배기를 구입하기 위해 직접 영천시장을 찾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영천시장에서는 돔배기 중 고급품인 양제기(제수용으로 아주 좋다는 뜻'귀상어)와 모노(청상아리)를 주로 판매한다. 가격도 지난해보다 15% 정도 올랐다. 귀상어는 1㎏에 2만5천원, 청상아리의 경우 1㎏에 2만∼2만5천원에 각각 팔리고 있다.
상인 최창우(49) 씨는 "요즘 같은 대목장에는 하루 매출액이 500만∼600만원 정도 돼 상권을 회복한 것 같다. 돔배기를 구입하는 고객들이 하루 100여 명 정도 된다"고 했다.
서울에서 온 신방숙(69) 씨는 "영천 돔배기는 산적으로 굽거나 전을 부쳐도 맛있다. 서울에 살아도 명절이면 제사 때마다 돔배기를 쓴다"고 했다.
영천 민병곤 기자 minb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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