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오공고 전·현직 교사들 "내 말 들어야 취업" 3천여만원 가로채 생활비 등 써
구미경찰서는 전국기능경기대회에 출전해 입상한 학생들의 상금 3천200여만원을 가로채 생활비 등으로 써버린 구미 금오공고 전'현직 교사 등 6명을 공갈'횡령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 학교 용접기능부 지도교사 A(57) 씨는 2012년 9월 대구에서 열린 전국기능경기대회 용접부문에 참가해 은메달과 우수상을 받은 제자 박모(당시 18세) 군 등 3명에게 "재료비가 없어 후배들을 가르칠 수가 없으니 상금을 내게 달라. 내 말을 잘 들어야 대기업에 취업을 시켜준다. 너희 선배 중에 대기업에 취업이 확정됐지만 내 말을 듣지 않아 잘린 사람도 몇 명 있었다"며 협박해 670만원을 가로챘다.
A씨는 부인(56)과 함께 2011년 4월쯤부터 2013년 10월 말까지 제자 김모(당시 18세) 군 등 4명의 통장과 현금카드를 보관'관리하면서 지방기능경기대회 입상금과 기능사 시험 관리수당으로 입금된 600여만원을 학생 동의 없이 인출해 생활비 등으로 사용하고, 다른 학교 학생의 개인교습에 사용된 실습재료비 400만원을 횡령한 혐의도 받고 있다.
이 학교 B(51) 교사는 2012년 9월 전국기능경기대회에 참가해 폴리메카닉스부문에 출전한 강모(당시 18세) 군이 은메달을 획득해 받은 상금 800만원 가운데 400만원을 가로챈 것으로 밝혀졌다. 이 밖에 전'현직 교사 3명도 같은 수법으로 제자 3명으로부터 모두 400만원의 상금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이번 사건은 구태의연한 악습이 되풀이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졸업생이 경찰에 신고했고, 피의자들이 서로 모르는 일이라며 발뺌을 하는 바람에 수사가 길어졌다. 경찰 관계자는 "통상 상금의 절반 이상을 가로챈 것으로 보인다"며 "학생들 입장에서는 졸업 후 진로가 걸려 있기 때문에 교사들의 요구를 거절할 수 없었다"고 했다.
한 피해 학생은 "어머니와 단둘이 살면서 기능경기대회에서 상금을 받아 치아가 좋지 않은 어머니에게 임플란트를 해주려고 열심히 노력해 상금을 받았는데 지도 선생님이 학교의 전통이니 상금을 후배들을 위해 기부하라고 해서 어쩔 수 없이 줬다"고 했다.
다른 피해학생은 "졸업 후 취업 등 진로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지도 선생님의 요구를 거절할 수 없었지만 이 같은 악습이 후배에게 되풀이되지 않도록 하려고 신고하게 됐다"고 했다.
구미경찰서 장찬익 수사과장은 "학생의 입상금을 둘러싼 부정부패 행위가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할 계획"이라며 "이 같은 비리행위 재발 방지를 위해 대회에 출전하는 학교들이 자발적으로 철저한 점검을 해 달라"고 당부했다.
구미 정창구 기자 jungcg@msnet.co.kr
댓글 많은 뉴스
문재인 "정치탄압"…뇌물죄 수사검사 공수처에 고발
홍준표, 정계은퇴 후 탈당까지…"정치 안한다, 내 역할 없어"
세 번째 대권 도전마저…홍준표 정계 은퇴 선언, 향후 행보는?
대법, 이재명 '선거법 위반' 파기환송…"골프발언, 허위사실공표"
[매일문예광장] (詩) 그가 출장에서 돌아오는 날 / 박숙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