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칼럼] 경제활성화, 금융에 답 있다

입력 2014-09-03 07:01:01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내리면서 정부의 재정지출 확대와 함께 경기활성화 정책의 양축이 완성되었다고 한다. 낮은 금리에 따라 기업이 투자와 생산을 늘리고 일자리 증가와 가계소득 증대로 연결될 것을 기대하는 것이다. 반면 저금리로 인해 가계소득이 당장 위축되는 측면도 살펴야 한다. 목돈을 예금하고 그 이자로 생활하는 은퇴자나 어르신들의 생활이 어려워지고, 연기금의 자금운용수입이 줄고 구성원들에 대한 배분 몫이 감소하면 결국 가계소득을 주름지게 한다. 이런 당장의 가계수입 감소 효과를 상쇄할 만큼의 기업투자 활성화 및 경제활성화와 연계된 가계소득 증대가 이루어져야 경기활성화가 된다.

저금리 시대에 금융회사들의 수지는 어려워진다. 특히 수수료 수입 비중이 낮고, 예금과 대출이자 차액을 주수입으로 하는 우리나라의 은행과 저축은행의 영업 성적이 곤두박질 치고 있다. 과거 높은 금리로 확정급여를 약속한 보험회사들도 이른바 역마진으로 경영상의 어려움이 심화되고 있다.

금융회사의 돈이 개인 가계로 몰리지 않고, 리스크 관리의 어려움이 많더라도 자금수요가 있는 기업들에게 적절한 자금이 투입되어야 경제활성화 효과가 열매를 맺는다. 기업별 신용도에 맞게 적정금액을 적시에 적정 조건으로 공급할 수 있는 자세와 역량을 갖춘 금융회사가 많아야, 저금리가 투자 및 경제활성화로 연결될 수 있다.

첫째, 금융의 기본을 되찾아야 한다. 실물경제의 중심인 기업에 여신이건, 투자이건 맞춤형 금융서비스를 제공하고 그 대가로 수익을 올리는 것이 금융 본연의 기능이다. 수익을 올리기 위해 기업고객의 필요성과 동떨어진 금융상품을 고객에게 충분히 설명도 하지 않은 채 팔아넘기는 식의 금융은 지속가능성이 제로다. 미국 주택시장에서 고객의 상환능력과 동떨어진 서브프라임금융의 공급과잉으로 인한 금융사 연쇄도산, 리먼 브러더스 등 글로벌 투자은행의 파생상품 투자손실에 따른 금융위기를 통하여 우리 금융회사들은 먼 나라 이야기로 치부해 넘기는 듯하여 안타깝다.

둘째, 처음 대출을 심사할 때는 물론 대출실행 이후에 고객기업에 대한 꾸준한 모니터링과 육성이 금융회사의 부실을 줄이는 것은 물론 고객사에도 유익하다. 금융회사들이 신규 여신을 할 때 산더미 같은 서류와 깨알 같은 수치분석에 심혈을 기울인다. 반면에 일단 여신이 실행되고 나면 이자가 연체되지 않는 한 관심 밖으로 밀리는 경우가 많다. 꾸준하게 성장하는 금융사들의 한 가지 공통점은 고객의 정량 정보는 물론 평판을 비롯한 정성정보를 꾸준하게 수집, 분석해 고객별 맞춤형 솔루션을 개발하여 고객사에 제공한다는 점이다. 고객기업의 매출액 추이, 제품별 및 고객별 매출구성과 전망, 시장 변화와 기술 및 신제품 개발, 핵심 주주와 임직원들의 모럴, 고객 및 공급사로부터의 평판 등을 소상하게 상시 모니터링하며 정보를 축적하고 이를 바탕으로 상호 도움이 되는 솔루션을 꾸준하게 모색하는 금융사가 금융 산업의 위너가 될 것이 확실하다.

셋째, 맞춤형 금융 솔루션을 제공하는데 핵심 성공요소는 고객에 대한 풍부한 정보력이다. 고객에 대한 정보를 더 많이 더 빠르게 수집, 분석, 활용하여야 한다. 이런 면에서 대구경북지역 기업고객에 대한 정보를 상대적으로 많이 확보하고 있는 지역은행과 금융기업들이 외국계를 포함한 다른 금융기업들에 비해 유리한 입지에 있다. 고객과의 지리적 근접성을 활용해 고객기업의 재무적, 정량적 애로뿐 아니라, 마케팅, 인사, 구매, 파트너링 등 정성적 애로까지 깊이 이해할 수 있게 되고, 이러한 정보를 바탕으로 도출된 솔루션이 고객 지속성장의 바탕이 돼 거래 금융회사 수익의 원천이 되는 것이다.

요컨대 금융회사는 저금리 사업환경에서 고객과 상시 접촉으로 획득한 살아있는 고객정보를 활용하여 맞춤형 금융 솔루션을 도출해내야 한다. 그러므로 지역기업 사정에 밝은 지역인재를 확충하여 현재고객과 목표고객의 금융애로를 수집, 분석하는 데 나서는 것이 오히려 효과적일 것이다. 핵심인재 육성에 투입되는 자원을 '비용'이 아니라 '투자'로 인식하고, 회계적으로도 그렇게 분류되어야 한다.

최명주/포스코기술투자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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