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동칼럼] 세월호도 패싸움의 희생물로 만드나

입력 2014-09-01 10:40:59

9월이다. 세월호는 여전히 물속에 가라앉아 있고 대한민국은 허옇게 바닥을 드러내고 뒤집힌 4월 16일 그날 그 영상에서 멈춰 서 있다. 구겨지고 찢긴 국민의 자존심과 상처 역시 진도 앞바다 맹골수도 바닥에 처박혀 있는 그대로다. 이런 와중에도 바빠진 게 있다. 스마트폰이다. SNS에서는 무슨 영상, 무슨 자료라며 움직임이 부산하다. 세월호 특별법 내용을 비난하고, 단식을 하던 희생자 유가족 한 사람이 박근혜 대통령을 향해 퍼부었다는 욕설과 독설을 담은 영상들이다. 보는 이들의 반응이 고울 리 없다. SNS가 준동을 하면 국민들 마음은 거칠어지고 황폐해진다.

세월호의 아픔에 패거리 싸움까지 가세하는 형국에는 할 말을 잃는다. 본질은 간데없고 유병언 씨와 가족들의 사생활 같은 곁가지로만 관심이 쏠린다. 이럴수록 세월호 사건을 바라보는 우리들의 시선은 싸늘히 식고 있다. '세월' 탓이 아니다. 시간의 흐름에 따른 망각이라는 자연스런 결과가 아니다. 정상적이지 못한 상황에 볼모로 잡혀 지낸 탓이다.

어린 생명의 희생에 발을 동동 구르던 안타까움과 '우리가 이것밖에 안 되었나'라는 실망감과 자괴감 그리고 '이대로는 안 된다'는 분노와 결연함은 잘 찾아볼 수가 없다. 대신 그 자리에는 증오와 반목, 삿대질과 핏발, 외면과 냉소 등 편 가르기에 뒤따랐던 양상들이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패거리 싸움이 벌어지면 언제나 자리하던 백해무익한 부산물들이다.

세월호 참사는 대통령까지 나서 '국가 개조'를 들먹일 정도였으니 더 이상 비상상황일 수가 없었다. 그런데 지금은 증오와 반목만 보이는 형국이다. 참사 한 달여가 지난 어느 날 대통령이 국민 앞에서 보였던 뜨거운 눈물의 의미도 온 데 간 데가 없다.

정상은 아니다. 세월호 문제만큼은 정쟁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생각했다. 너나 가릴 것 없이 대한민국이 철저히 망가진 사건이었기 때문이다. 전 세계에 우리들의 민낯을 낱낱이 드러냈는데 뭐 더 감출 게 있겠나 싶었다. 우리 모두가 가해자였고 피해자였던 문제이므로 뿌리 속까지 철저히 진상을 규명하고 재발방지대책을 논의하면 될 줄 알았다. 그런데 여기에도 정치색이 덧칠해지고 치고받는 싸움거리가 됐다. 나라를 망치고 있는 편 가르기가 세월호 참사에마저 '마수'를 뻗친 것이다. 여당도 야당도 뒤집혀 가라앉는 세월호를 보면서 한숨을 쉬고, 주먹을 불끈 쥐기도 하다가 눈물을 훔쳤지 않은가?

여당은 왜 속 시원하게 사태를 주도적으로 해결하지 못하는가? 뭔가 숨기려 하고 감추려 하는 것처럼 비치는 이유는 무엇일까? 대통령과 청와대를 공격하는 야권의 공세에 더 떳떳해지기 위해서라도, 말도 안 되는 음모론을 극복해서 정상으로 되돌리기 위해서라도 정공법으로 정정당당하게 대응해야 한다. 설마 세월호 참사마저 세월 흐름 속에 흘려버리고 유야무야되기를 바라지는 않았을 터.

야당도 세월호를 정치투쟁의 도구로 삼아서는 안 된다. 너무 진부하지 않은가? 멀쩡한 집을 두고 밖으로만 나돌아서도 안 될 일이다. 단식은 뭔가? 목숨을 걸고 하는 것이 단식인데 절박함과 진정성을 찾을 수가 없다. 야당 집권 시절에도 세월호 참사는 잉태되고 있었다. 여당이 제대로 하지 못하면 야당이라도 나서 유가족을 설득하고 치유해줘야 한다. 그게 수권 정당, 야당의 몫이다.

어떤 난관이 있어도 세월호 참사는 얼렁뚱땅 넘어갈 수도, 넘어가서도 안 될 일이다. 그러나 안타깝고도, 야속하게도 이대로 가다간 세월은 점점 세월호 편에 서지 않을 공산이 크다.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국민이 느끼는 피로감은 더해만 갈 것이다. 애써 시선을 돌리려는 사람들도 더 많아질 것이다.

자식과 가족을 세월호에서 잃은 이들의 아픔은 헤아릴 수도 없다. 대신할 수는 더더욱 없다. 그래도 유가족들이 직접 나서서 세월호 참사를 단죄하겠다는 주장은 무리다. 세월도 세월호 편에 서지 않으려 한다면 더 이상 지체할 수가 없다. 피로감을 느끼기 시작한 여론마저 믿을 수가 없다. 대안이 없다. 정치권에 맡겨보자. 대신 눈을 부릅뜨고 잘하는지 지켜보자. 정말 이건 아니다 싶으면 단식이든 농성이든 뭐든 할 수 있다. 그때는 어느 누구도 뭐라고 할 수 없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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