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목 이책!] 죽음을 원할 자유

입력 2014-08-30 08:00:00

죽음을 원할 자유/케이티 버틀러 지음/전미영 옮김/명랑한 지성 펴냄
죽음을 원할 자유/케이티 버틀러 지음/전미영 옮김/명랑한 지성 펴냄

존엄사, 안락사라는 이름으로 죽을 권리를 주장하는 환자와 그 가족들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저자는 인류의 수명을 획기적으로 늘리고 질병의 고통에서 인간을 해방시켰다고 평가받는 현대의학의 손에서 죽을 권리를 되찾아와야 한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인간의 신체에 과도하게 개입해 인간의 신체적 자율권을 빼앗는 현대의학에 비판의 초점을 맞춘다. 늙어서 기력이 쇠하고 병이 드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고 받아들여야 하는 순리이지만 의학 발전은 노화를 치료해야 하는 질병으로 인식하게 만들었다는 것.

저자는 인간의 몸을 성장판 삼아 증식하는 의료기술을 '빠른 의학'(Fast Medicine)이라고 칭하면서 그 반대편에 '느린 의학'(Slow Medicine)이 있다고 소개한다. 이탈리아의 심장병 전문의 알베르토 돌라라가 2000년에 발표한 논문에 등장하는 '느린 의학'은 빠른 의학처럼 급한 검사 및 치료 중심의 치유가 아니라 시간을 들이고 억제와 평온을 중시하는 의료기술이다. 저자는 우리가 회복해야 할 것은 '빠른 의학'에 의한 연명치료가 아니라 환자에게 인간적이고 현실적이며 적절한 치료를 하는 고전적 방식의 '느린 의학'이라고 말한다.

이 책은 과도한 연명치료가 한 가족의 삶을 어떻게 황폐화시키는지, 죽을 권리를 빼앗은 최첨단의학기술이 삶을 어떻게 인위적으로 연장하며 수많은 갈등과 폐해를 낳는지 파헤치고 있다. 저널리스트 출신의 저자는 의료계와 관련 산업 내부의 문제를 짚어내고 둘 사이의 밀월을 폭로하면서 현대의료체제가 환자와 환자 가족들을 위한 치유에 집중하지 않고 경제적'재정적인 수익에 몰두하고 있다고 고발한다.

384쪽. 1만8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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