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음같이 차가운 '아이스버킷 챌린지'로 전 세계인들의 심장이 오히려(?) 따뜻하게 데워지고 있다. '얼음물 샤워'로도 불리는 아이스버킷 챌린지는 미국 루게릭병협회가 루게릭병 환자들을 돕기 위해 시작한 모금 운동의 일환이다. 참가자가 얼음물을 뒤집어쓰거나 루게릭병협회에 100달러를 기부하는 방식. 참가자는 동시에 다음 참가자 세 명을 지목하고, 지목받은 이들은 24시간 내에 이를 이행하면 된다. 얼음물 샤워 이벤트는 차가운 얼음물이 피부에 닿을 때처럼 근육이 수축되는 고통을 잠시나마 경험해보자는 것이었다. 이 운동이 언론과 SNS를 통해 급속히 전파되면서 국내에서도 유명인들은 물론 일반인들까지 기꺼이 얼음물 뒤집어쓰기 행렬에 동참하고 있다.
◆지역에서도 참가 잇따라
화제의 기업인과 정치인, 연예인 등 각계각층의 인물들이 아이스버킷 챌린지에 참가하면서 이제 이 행사에 참가하지 않는 이들은 핫 피플(화제 속 인물)이 아닌 것처럼 간주될 정도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 등 기업인들은 물론이고, 오프라 윈프리, 저스틴 비버, 르브론 제임스 등이 참가했다.
국내 연예계도 예외가 아니다. 가수 겸 배우 비는 23일 SNS에 공개한 얼음물 샤워 영상을 통해 자신의 소속사 대표가 3년째 루게릭병으로 투병 중인 사실을 공개하면서 1억원을 루게릭병 치료제 개발을 위해 기부한다고 말해 큰 관심을 모았다. 평소 일상이 베일에 가려져 '신비주의'에 빠져 있던 배우 원빈과 고현정, 박신양은 지난 주말 나란히 얼음물을 뒤집어쓰고 '인증 샷'을 SNS에 올려 팬들에게 신선함을 줬다. 온 가족이 함께 얼음물 샤워 행진에 동참한 연예인들도 다수다. '의리의 사나이' 김보성(본명 허석)도 초등학교 6학년 아들 허영우(12) 군과 함께 길거리에서 아이스버킷 챌린지 얼음물 샤워에 도전했고, 가수 윤종신도 자신의 자녀 라익, 라오, 라임 삼 남매가 들이붓는 얼음물을 뒤집어쓰는 영상을 공개했다. 그 외에도 지드래곤, 강호동, 최강희, 루나, 이종석, 한상진, 이상윤, 지진희, 김원준, DJ DOC 김창렬, 태진아, 소녀시대 윤아 등 셀 수 없이 많은 연예인이 인증 샷을 공개했다.
이런 열기는 대구라고 예외가 아니었다. 지역에 연고를 두고 있는 프로야구 삼성의 류중일 감독과 진갑용 선수, 나바로 선수를 비롯해 권영진 대구시장, 이동희 대구시의회 의장, 우동기 대구시교육감, 양명모 대구시약사회 회장, 서상기 새누리당 의원(대구 북구 을), 홍승활 대구도시철도공사 사장 등 정관계에서도 동참 행렬이 줄을 이었다.
◆일부 우려의 목소리도?
그런데 최근 아이스버킷 챌린지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참가한 사람 중 일부는 본래 취지를 무시하고 자신들의 홍보용으로 이용하거나 재미삼아 하고 있다는 지적이 불거지고 있는 것이다.
삼성전자가 방수폰인 갤럭시S5 마케팅을 위해 아이스버킷 챌린지를 이용해 논란을 낳았다. 사람이 아닌 IT기기가 아이스버킷 챌린지에 참가한 점에서 '센스있다'는 반응도 있었지만, 다음 릴레이 상대로 노키아 루미아930과 HTC 원 M8, 애플 아이폰5S 등 경쟁사 제품을 지목해 삼성전자 갤럭시S5의 방수기능을 부각시키는 '꼼수'라는 지적도 불거졌다.
예기치 못한 사고도 있었다. 21일 켄터키주 캠벨스빌에서는 대학생들의 단체 아이스버킷 챌린지를 돕다 소방관 4명이 감전 사고를 당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의외의 효과로 주목받는 경우도 있었다. 24일 미국 할리우드 여배우 올리비아 와일드(30)는 물 대신 모유로 아이스버킷 챌린지에 참가해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이 배우는 논란이 일자 자신의 SNS를 통해 모유가 아니었다고, 우회적으로 해명하기도 했다. 걸그룹 시크릿의 멤버 전효성은 아이스버킷 챌린지에 참가하면서 당시 입고 있던 흰색 티셔츠가 물에 젖으면서 검은색 속옷이 그대로 드러나 노출 논란이 일기도 했다. 행사의 취지보다는 엉뚱하게 노출 논란이 되며 맘고생을 겪어야 했다.
더구나 일부 정치인들은 자신의 정치적 입장을 대변하는 멘트로 상대방을 공격하는 용도로 아이스버킷 챌린지를 이용해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상대 당 정치인을 지목하며 "얼음물 맞고 정신 차려라"고 날을 세운 것이다.
◆새로운 형태로의 진화 가능성
이제 아이스버킷 챌린지는 단순히 근육병 환자들의 아픔을 공감하고 후원금을 모금하는 차원을 넘어 도전자들이 주목하고 있는 다양한 사회문제에 대한 관심을 환기시키는 수단으로 발전하고 있다.
할리우드 스타 리어나도 디캐프리오가 아이스버킷 챌린지에 참가하며 10만달러(약 1억174원)를 기부했으며, 스티븐 하퍼 캐나다 총리를 후속 참가자로 지명했다. 특히 디캐프리오는 이날 엄청난 환경오염을 유발해 환경운동가들의 단골 비난 대상이자 캐나다의 대표적 오일샌드 개발현장인 앨버타주의 포트맥머레이를 방문해 현지 원주민 대표 2명과 함께 아이스버킷 챌린지를 마쳤다. 특히 디캐프리오와 두 원주민 대표가 하퍼 총리와 석유 관련 산업 지도자를 아이스버킷 참가자로 지명한 것은 하퍼 정부의 석유 산업과 환경 정책에 대한 비판을 상징하는 시위로 풀이됐다.
여러 연예인들의 지목을 받은 그룹 노라조는 얼음물을 뒤집어쓰지 않는 대신 기부만 하면서 메시지를 전했다. 사진 속 조빈과 이혁이 들고 있는 피켓 속에는 "따뜻한 마음이 담긴 차가운 얼음물도 좋지만 그 물조차도 없어 힘들어하는 아프리카 어린이들이 떠올랐다"며 아프리카 어린이들을 위한 기부 및 후원 방법들을 설명하기도 했다.
또 노라조를 비롯해 이정현, 김제동, 김태희, 권상우, 남보라 등의 연예인들은 아이스버킷 챌린지와 함께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위해 싸우고 있는 유가족들에 대한 관심을 호소해 눈길을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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