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춘추] 네잎 클로버

입력 2014-08-27 08:00:00

어릴 적 내가 살던 집에는 몇 종류의 짐승을 키웠는데 그 가운데 뒤뜰 장독대 옆에는 토끼장이 자라 잡고 있었다. 대여섯 마리 정도였던 것 같다. 먹성 좋은 토끼에게 많은 먹이가 필요했고 가장 많이 주었던 것이 아카시아 잎과 클로버였다. 토끼 먹이를 구하기 위해 자주 가는 곳이 있었다. 그곳은 넓은 들판이 온통 클로버 밭이었다. 멀리서는 젖소가 한가로이 풀을 뜯고 자그마한 종달새는 목청을 높여 노래하는 곳, 그야말로 목가적인 전원풍경 그 자체였다.

풀을 망태에 가득 담아두고 나서 나른해질 때쯤이면 동생과 함께 쪼그리고 앉아 어김없이 찾은 것이 네잎 클로버였다. 그 많은 세잎 클로버 가운데 네잎 클로버 찾기란 쉽지 않았고 어쩌다 네잎 클로버를 찾으면 뭐 큰 보물이라도 찾은 듯 기뻐하며 자랑했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여동생은 동심에 사로잡혀 클로버 꽃으로 반지, 팔찌, 목걸이를 만들어 치장했다. 네잎 클로버에 대해 의미도 모른 채 귀하고 신기하기에 마냥 좋았다. 소중한 마음으로 책 사이에 고이 넣어서 말리고는 코팅까지 해서 책갈피로 쓰기도 하고 선물로 주기도 했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많은 꽃말로 의미를 부여하고 수식어를 붙이기를 좋아하는데 그중에 클로버의 꽃말은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듯하다. 세잎 클로버는 행복을 의미하고 네잎 클로버는 행운을 의미하는 꽃말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프랑스의 나폴레옹이 전쟁 중에 발밑에 있는 네 잎 클로버를 발견하고 허리를 숙이는 사이 총알이 빗겨 나가 살 수 있었다 하여 행운을 의미한다고 한다. 그 많은 클로버 가운데 그것도 전쟁 중에 네잎 클로버를 발견했다는 것이 우리에게 전하는 메시지는 무엇일까? 아마도 누구나 쉽게 찾을 수 없다는 의미와 함께 특별한 상황에서 그만큼 귀한 존재로 볼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즐비한 세잎 클로버 가운데 소중한 네잎 클로버가 있듯이 늘 살아가는 행복한 삶 가운데 우리는 뜻밖의 행운을 맞이한다. 행운은 일상처럼 찾아오지 않기에 행운을 얻기 위한 욕심으로 행복을 짓밟아서는 안 되고 살피고 기다릴 줄 알아야 하는 것이다. 최선을 다하고 열심히 노력하는 가운데 어느덧 내 옆에는 네잎 클로버가 자라고 있다. 늘 함께 하면 행운이 아닌 것이다. 행운은 자주 오는 것이 아니고 매 순간 주어진 일에 애쓰는 가운데 문득 오는 것이다.

몇 일전 바쁜 일정 가운데 잠시 여유를 가지고 찾은 곳에는 클로버가 많이 있었고 무심코 찾기 시작한 네잎 클로버는 어느새 한주먹이 되었다. 불가능하겠지만 우리가 살아가면서 어느 순간 이렇게 많은 행운이 찾아올 수 있을까를 생각해 보았다. 결론은 진실한 삶 속에서 구하면 네잎 클로버는 꼭 그 자리에서 마치 예견된 것처럼 기다리고 있다는 것이었다.

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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