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의 예술 수준… 매년 여름, 재벌'기업 기부금 받아 무료 공연

입력 2014-08-25 08:00:00

링컨센터 페스티벌 참관기

2014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받은 케이트 블랑셋과 이사벨 위뻬르가 열연한 연극
2014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받은 케이트 블랑셋과 이사벨 위뻬르가 열연한 연극 '하녀들'. 김현옥 교수 제공

뉴욕의 링컨센터는 많은 극장을 보유한 세계 최정상의 공연예술 메카이다. 매년 여름에는 링컨센터 페스티벌 기획 공연으로 뉴욕인의 한여름을 설레게 하는 특별 메뉴를 준비한다. 올해(7월 7일~8월 16일)는 유대인 작곡가 와인버그의 오페라 '행인들'(The Passenger), 볼쇼이 발레단의 '백조의 호수', 벨기에 현대무용, 가부키 등이 무대를 장식했다. 그리고 올해의 하이라이트는 2014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케이트 블랑셋과 프랑스의 톱 배우 이자벨 위뻬르가 출연하는 쟝쥬네의 연극 '하녀들'이었다.

음악은 뉴욕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연주하는 클래식 음악과 국제현대음악앙상블의 현대음악 창작곡이 연주되었다. 오프닝 프리뷰 연주회는 2천 석 전석 무료였다. 뉴요커들과 세계 각국에서 모인 음악애호가들이 긴 줄을 서서 질서정연하게 기다리는 광경 자체가 예술의 민주주의를 느끼게 하기에 충분하였다. 이 무료 연주회는 관객과 연주자가 모두 열린 마음으로 하나가 되어 극장 전체가 행복감으로 충만하였으며, 클래식 음악이 부유한 엘리트 계층뿐만 아니라 많은 대중들에게도 다가가는 노력을 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또한 페스티벌에는 재벌기업, 부유한 개인들이 많은 기부금을 내고 있었지만 누구나 작은 기부금도 낼 수 있도록 온라인 프로그램이 마련돼 있었고 기부금을 내는 즉시 이메일로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서류를 보내줌으로써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이 동참하도록 유도하고 있었다. 지휘자 정명훈은 문화예술이 번창하려면 예술가, 스폰서, 관객의 세 박자가 맞아야 한다고 했는데 이 페스티벌은 여러 가지 채널로 세 요소가 조화롭게 이루어지도록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었다. 또한 창작자들의 창작 과정과 예술적 배경을 주제로 한 토론회도 마련하여 관객의 작품에 관한 이해를 돕기도 했다.

오페라 '행인들'은 유대인 학살의 생존자가 체험을 바탕으로 개인의 삶과 영혼의 고결함을 느끼게 해 주었다. 우리 위안부 할머니들에 대한 생각을 하게 만든 작품이었다.

특히 뉴욕이 열광하며 기다리던 케이트 블랑셋의 '하녀들'에 대한 관객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사회적 신분, 인간 사이 역학 관계에 관하여 다룬 작품이었는데 연출은 배우들의 표정이 비디오 카메라에 의해 스크린에 투사되도록 하는 영화적이면서도 섬세한 연극무대를 만들어냈다. 관객들은 전원이 기립박수로 감동을 표현했다.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이라는 초강력 스타파워가 선사하는 황홀경의 무대였다.

김현옥 계명대 무용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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