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속의 인물] 친일에서 납북으로 생 마친 시인 김동환

입력 2014-08-25 07:08:37

'아하 무사히 건넜을까?/이 한밤에 남편은/두만강을 탈없이 건넜을까/'''/밤새가며 속태우는 젊은 아낙네/물레 젖는 손도 맥이 풀려서/파하고 붙는 어유(魚油) 등잔만 바라본다/북국(北國)의 겨울 밤은 차차 깊어 가는데.'

두만강의 겨울 밤을 배경으로 하면서 밀수하러 간 남편을 불안하게 기다리는 아내 마음을 담은 시로, 일제 치하 살벌하고 강압 지배에 신음하는 우리 민족의 비애를 그려낸, 우리나라 최초 서사시인 '국경의 밤'이다. 작자인 문인 파인(巴人) 김동환(金東煥'1901~?)은 민족주의적인 글을 썼으나 결국 친일에 물들고 말았다. 동아일보와 조선일보사 기자를 지냈고 1929년엔 종합잡지 '삼천리'(三千里)를 만들었는데 친일잡지로 전락했다. 1938년엔 자매지 '삼천리문학'(三千里文學)이란 문예지를 발간했다. 광산부자 방응모가 언론사를 인수, 친일행각을 벌일 때 '삼천리'는 1934년 4월호 '신문사 사장의 하루-방응모씨'라는 글에서 "…저녁이면 사교관계로 명월관, 식도원(食道園)으로 돌아다니며 재벌과 대관(大官)집을 찾기도 하고…천도(川島義之'가와시마 요시유키) 군사령관의 저녁 초대를 받고 갔다가 돌아와서는 고사포도 기부하고…"라고 고발했다.

중일전쟁 뒤 전시체제가 되자 1941년 오늘 부민관에서 열린 친일단체인 임전대책협의회 결성에 앞장섰고 국민총력 조선연맹 문화부 위원 등으로 시, 강연 등을 통해 전쟁협력에 나섰고 황국신민화운동 등 친일 행위를 서슴지 않았다. 광복 후 반민특위(反民特委)에 의하여 공민권 제한을 받았고 1950년 6'25 때 납북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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