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넘어서 세계 미술 아이콘" vs "명성 과장…근현대미술관부터"
'이우환과 그 친구들 미술관'(이하 이우환미술관) 건립을 둘러싼 찬반 논쟁이 지역 예술계를 달구고 있다.
찬성하는 사람들은 이우환미술관이 가져올 파급 효과에 주목하고 있다. 이우환을 비롯해 세계적인 거장의 작품을 한 곳에서 감상할 수 있는 미술관이 들어설 경우 대구를 대표하는 문화 명소가 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특히 세계적 건축가 안도 다다오가 설계한 이우환미술관은 대구의 랜드마크가 될 것이라고 한다. 이들은 "시민들의 문화적 욕구를 충족시켜 주는 차원을 넘어 전국의 미술 애호가들을 불러 모을 수 있는 관광 자원이 될 수 있기 때문에 대구 발전에 기여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반대론자들은 이우환미술관 효과에 의문을 제기한다. 관광 등의 파급 효과는 아전인수식으로 과장된 측면이 많아 건립에 따른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을 펴고 있다. 이우환미술관이 애물단지로 전락할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적절한 운영 계획이 마련되지 않는 상황에서 건립이 되면 반쪽짜리 미술관으로 전락할 것이라는 것. 차라리 부실로 몸살을 앓고 있는 대구미술관 운영에 내실을 기하거나 지역 연고도 없는 이우환미술관보다는 대구근대미술관을 지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찬성
영남미술학회는 21일 이우환미술관 건립을 지지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학술단체인 영남미술학회(학회장 이중희 계명대 교수)는 '이우환미술관 건립 반대가 시민에게 과연 도움이 되는가?'라는 취지의 성명서를 통해 "빛나는 미술 역사를 가진 대구가 최근 20여 년 사이에 미술 낙후지역으로 곤두박질 쳤다. 이는 광주시에서 세계 수준의 비엔날레가 열리고 있으며 공사립 미술관이 8개나 있다는 사실에 비추어 보면 더욱 분명해진다. 도시를 활성화시키는 동력이 될 수 있다는 인식 대신 하찮은 지원 대상으로 예술을 보는 지방자치단체의 인식이 주된 원인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400억~500억원 정도의 예산이 드는 이우환미술관을 건립할 필요가 없다는 일부 주장은 대구미술의 기반이 어느 정도 취약한지 전혀 인식하지 못한 소치다. 더욱이 미술이론 비전문가들이 반일감정을 부추기거나 편협된 시각으로 주변부 문제만을 거론하며 반대를 하고 있어 대구미술 발전을 염원하는 대다수 시민들에게 실망을 안겨주고 있다"고 주장했다.
영남미술학회는 또 "예술 시설은 시민들에게 유익한 존재이기 때문에 세계 어느 국가, 어느 지역에서도 예술 시설 조성을 반대하는 경우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독 우리 지역에서는 연고를 따지고 금전 낭비라는 이유로 반대 목소리를 높이는 사람들이 있어 여론을 호도하는 한편 시민들의 문화향수 기회를 박탈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영남미술학회는 "이우환 작가는 일본뿐 아니라 한국 현대미술을 일으킨 주인공이라는 역사성을 갖고 있다. 2011년 뉴욕 구겐하임미술관에서 회고전을 가진데 이어 올 6월부터 프랑스 베르사유궁전에서 초대전을 열고 있다는 사실이 그의 위대성을 증명하고 있다. 이우환미술관이 존재하는 것 자체가 대구가 한국 현대미술의 중심지임을 과시하는 일로 어떤 미술관보다 건립 1순위임이 틀림없다. 게다가 이우환 작품은 기증이 되기 때문에 반대할 명분도 없으며 세계적 건축가 안도 다다오가 설계하는 만큼 무미건조한 대구시에 청량제 같은 명소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영남미술학회는 "미술관이 많이 건립될수록 예술도시의 위상이 높아지고 경제성장의 발판도 마련되는 만큼 대구시는 이우환미술관을 포함한 지역 미술 육성책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대
대구민예총, 대구참여연대 등으로 구성된 이우환미술관 건립에 반대하는 대구시민'문화예술단체 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원회)는 21일 결성 기자회견을 했다. 대책위원회는 우선 이우환 작가는 대한민국의 위대한 예술가가 아니며 이우환의 유명세는 국내 화상(畵商)들이 만들어낸 것이라고 주장했다. 대책위원회는 "이우환 작가는 1960년대 후반에서 70년대까지 유행한 일본 현대미술의 한 흐름인 모노하(物派'사물을 있는 그대로 놓아두는 것을 통해 사물과 공간, 위치, 상황, 관계 등에 접근하는 예술 운동)의 이론적 중심인물은 분명하지만 모노하운동은 20세기 미술사에 획을 그은 정도는 아니며 이우환이 1960, 70년대 한국 현대미술, 특히 단색 추상그룹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는 것도 논란의 여지가 있다"고 덧붙였다.
대책위원회는 또 "이우환과 그의 예술은 대구와 아무런 관계도 없으며 대구시가 이우환 작가를 통해 세계적 거장 7, 8명의 작품을 재료비만 지급하는 형태로 구입한다는 것도 실현 가능성이 떨어진다. 이우환미술관이 스페인 빌바오, 일본의 나오시마 사례처럼 엄청난 지역 활성화 효과를 창출할 것이라는 대구시의 기대도 희망사항일 뿐이다. 빌바오의 성공은 세계 최대규모의 구겐하임재단의 엄청난 투자와 소장 작품, 콘텐츠 등을 통해 이루어진 것이며 나오시마 역시 베네세재단의 자금력과 콘텐츠로 나오시마 효과를 이룬 것이기 때문"이라고 반박했다. 대구시가 투자하는 돈으로는 어림도 없는 규모라는 것이다.
대책위원회는 "대구 근현대미술을 아우르는 미술관 건립이 최우선적으로 추진되어야 한다. 안도 다다오가 설계를 한다고 해서 모두 랜드마크가 되는 것은 아니며 대구의 미술과 미술인을 온전히 담은 미술관이 지어질 때 미술학도, 동호인, 일반 시민들이 수시로 찾는 랜드마크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대책위원회는 "대구시는 6년여의 사업추진과정에 대한 협의서, 계약서, 용역보고서, 타당성 조사, 설계과정, 진행과정 등 공식'비공식 자료를 모두 공개하라. 작품조달 계획과 그에 따른 예산, 운영계획, 비전을 투명하게 밝히고 대구 시민사회와 예술가의 다양한 층위를 포함하는 연쇄 공개토론회를 개최"하라고 촉구했다. .
김진혁 작가는 "우선순위에서 이우환미술관 건립보다 더 중요한 것이 많다. 이우환미술관이 건립되면 많은 국내외 관광객들이 올 것이라는 발표 등도 현실성과 동떨어진다. 아무리 훌륭한 작가라도 지역성과 정체성을 벗어나면 시민들과 외국 관람객들을 수용하지 못한다. 대구에는 흙속의 진주보다 더 빛나는 문화예술인이 많다. 아시아의 천재화가 이인성과 이쾌대, 동양미술의 지보 석재 서병오 등 대구의 훌륭한 작고 작가의 문화사적 진실을 끄집어내 미래의 후손에게 알려줄 의무와 책임이 우리에게 있다"고 강조했다.
◆비판적 지지
원칙적으로 건립에 찬성하지만 추진 과정상의 문제를 지적하는 입장도 있다. 지역의 한 미술계 인사는 "원론적 입장에서 건립에 찬성한다. 문화시설은 없는 것보다 있는 것이 낫기 때문이다. 하지만 추진 과정을 보면 문제가 있다. 대구시가 여론 수렴 과정을 제대로 거치지 않았으며 이우환 화백에게 끌려가는 인상을 줬다. 또 미술관은 건립 후 어떻게 운영을 하느냐가 더 중요하지만 운영 방안이 불투명한 상태다. 미술관은 장기적으로 투자를 해야 하는 대상이다. 효율적인 운영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분명히 문제가 있지만 현실적 측면을 고려했을 때 건립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주장도 있다. 부지가 확보되어 있고 설계까지 의뢰한 상태에서 백지화하는 것은 득보다 실이 많다는 입장이다. 건립이 무산될 경우 대구시가 받는 이미지 타격은 매우 크며 향후 문화정책을 펴는데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것. 한 미술평론가는 "처음부터 단추가 잘못 끼워졌다. 이우환미술관 건립은 대구미술발전이라는 큰 틀에서 논의가 돼야 했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되돌리기에는 일이 너무 많이 진행됐다. 투명하게 기획되지 않아서 논란을 키웠기 때문에 앞으로 이 부분은 대구시가 해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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