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세트 30만원 이런 연필이?…필기구의 세계

입력 2014-08-23 08:39:58

1자루 1만5천원 '모나미 볼펜', 만년필은 '고급' 벗고 대중화

파버카스텔 연필
파버카스텔 연필
프레피 만년필
프레피 만년필
영웅 만년필
영웅 만년필

아무리 태블릿 PC에 손가락이나 스타일러스 펜 등으로 데생도 가능한 시대라지만 종이에 펜이나 연필로 직접 사각사각 써 나가는 그 필기 감과 정교함을 따라가기에는 아직 멀고도 먼 게 현실이다. 그래서일지는 몰라도 손글씨의 시대가 물러나는 듯 보이는 이 시대에도 필기구는 다양한 변화를 시도하며 우리들 곁에 남아있다.

◆땅으로 내려온 만년필

그중 만년필은 '획기적'이라 할 만큼 다양한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고급 필기구로 인식되던 만년필이 가격과 디자인의 측면에서 점점 대중과 가까워지려는 시도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한때 인터넷상에서 화제가 된 만년필이 있는데, 바로 중국산 만년필인 '영웅'이었다. 인터넷에서만 판매되고 있는 이 만년필은 가장 저렴한 모델이 한 자루당 5천~8천원에 판매되고 있다. 써 본 사람들은 '가격 대비 성능이 최고인 만년필'이라는 칭찬을 아끼지 않고 있다. 다만, 이 만년필의 인기에 편승한 '짝퉁'도 많기 때문에 정품을 인증하는 홀로그램 스티커와 생산연도 도장이 찍혀 있는지 확인하고 구입해야 한다.

'영웅'이 아직 온라인에서만 구입할 수 있는 데 비해 일본산 만년필인 '프레피'는 대형문구점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가장 저렴한 만년필이기도 하다. 투명한 플라스틱 재질이라 만년필이라기보다는 볼펜처럼 보이지만 부드러운 필기 감과 3천원 대라는 저렴한 가격으로 많은 인기를 얻고 있다. 색깔도 검은색부터 보라색까지 7종류가 있어 취향에 따라 골라 쓰기도 편리하다.

◆DIY가 가능한 볼펜 등장

대구 중구 동성로의 한 대형 문구점의 필기구 코너에는 빈 볼펜 깍지와 볼펜 심들이 진열돼 있었다. 청소년들은 빈 볼펜 깍지와 볼펜 심 몇 개를 골라 담았다. 이 문구점에서 만난 이현정(15) 양은 "요즘 친구들 사이에서 자신이 색깔을 골라 만든 다색볼펜이 인기가 있다"며 "친구들끼리 어떤 색을 골랐는지 비교해보는 재미도 있고 볼펜 심만 갈아 끼우면 계속 쓸 수 있어 경제적"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자신이 원하는 색깔의 볼펜 심 3~5개를 모아 하나의 볼펜으로 만드는 일명 'DIY 형 볼펜'이 등장해 청소년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예전의 다색볼펜은 공장에서 검정, 빨강, 파랑 등을 미리 끼워놓고 사용하는 경우가 많아 선택의 폭이 좁았다. 지금은 3색 이외에도 주황, 보라, 초록색 등 다양한 색깔의 볼펜 심을 마음대로 골라 빈 볼펜 깍지에 끼워 쓸 수 있게 만들었다. 볼펜 심 종류도 유성뿐만 아니라 젤리 형 잉크 볼펜 심도 등장하는 등 자신의 구미에 맞춰 볼펜을 조립할 수 있다.

◆프리미엄 화 되는 고전 필기구

'국민 볼펜'이라 불려도 손색이 없을 우리나라 대표 필기구인 '모나미 153' 볼펜이 지난 5월 '153ID'라는 모델명으로 한정판을 내놓았다. 지난 5월 19일 정식판매를 시작한 153ID는 5월 12일부터 18일까지 1천530개를 사전예약 판매분으로 내놓았는데 하루 만에 판매가 종료됐을 정도로 큰 인기를 끌었다. 가격 또한 한 자루에 1만5천원으로 비싼 편이었지만 중고거래 사이트에서는 5만~10만원까지 웃돈을 주고 거래되기도 했다.

153ID의 외형은 우리가 흔히 보는 육각형 모나미 볼펜과 비슷하지만 황동에 니켈 또는 크롬을 도금한 깍지에 금속볼펜 심과 수입품 잉크를 사용하고 케이스도 특별 제작해 '한정판'으로서의 특징을 부여했다. 이 한정판 볼펜은 이달 15일 프란치스코 교황 방한 당시 '153피셔맨'이라는 한정판으로 만들어져 교황에게 헌정되기도 했다.

연필 또한 프리미엄 연필이 등장했다. 몇 년 전 한 명품브랜드에서 한 자루에 7만원인 연필을 출시해 논란을 불러일으킨 적이 있지만 이는 한정상품으로 더 이상 수입되지는 않는다고 한다. 하지만 시판되는 연필 중 가장 비싼 제품인 그라폰 파버카스텔은 연필 한 자루와 연필 캡, 연필깎이까지 포함해 30만원 안팎에 팔리고 있다. 리필용 연필도 5자루에 9만원으로 결코 만만한 가격이 아니다. 제조사 관계자는 "연필의 재질이 캘리포니아 산 고급 삼나무로 만들어져 있고, 연필 캡이 백금으로 도금돼 있기 때문에 프리미엄 연필로서 소장가치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화섭 기자 lhsskf@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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