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 대신 선물세트…근로자들 '우울한 명절'

입력 2014-08-21 11:27:07

지역 기업들 경기 하락에 울상, 보너스보다 저렴한 선물 준비

예년보다 한 달 가까이 빨리 다가온 한가위가 대구 지역 기업과 노동자에게 반갑지만은 않다. 경기가 하락세를 면치 못하면서 추석 보너스와 선물 지급이 여의치 않을 전망이어서다. 기업은 직원들의 사기를 위해 특별한 선물을 마련하는 등 고민에 빠졌다.

통상 명절 연휴 때 직원에게 지급하는 특별 선물은 보너스와 교통비 등 '현금'과 '선물세트' 두 가지다. 이 중 경기에 가장 영향을 많이 받는 것이 바로 '현금'이다. 한 기업 임원은 "생활용품 선물세트 등은 가격이 크게 나가지 않고 대량으로 구입하면 저렴하기 때문에 따로 줄일 필요가 없지만 아무래도 보너스나 교통비 등 현금은 경기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우리 회사의 경우도 올해는 지난해보다 현금 지급이 좀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현금 지급의 범위를 결정하는 지역 경기가 그다지 좋지 않다. 성서산업단지관리공단에 따르면 올 2/4분기 성서산단 가동률은 74.94%로 전분기 대비 0.42%포인트(p), 전년 동기 대비 1.37%p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총생산액 역시 4조4천378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530억원(1.18%)감소했다. 3/4분기 경기 역시 하락할 것이라는 부정적인 의견이 많다.

다른 지표도 마찬가지다. 중소기업중앙회 대구경북지역본부의 '8월 중소제조업 경기전망조사'에 따르면 대구 지역 중소기업 업황전망건강도지수(SBHI)는 74.5로 전월(82.5) 대비 8.0p 하락했다. 올 4월 97.5로 최대치를 기록한 뒤 계속해서 하락세다.

이 때문에 올 추석연휴 기간 동안 대체휴일을 검토하는 기업도 나오고 있다. 추석 3일간의 연휴 가운데 일요일이 있어 대체휴일 적용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업계는 하루 더 쉬더라도 대체휴일이 아닌 '연차'를 사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한다. 한 업체 대표는 "일감이 떨어진 곳의 경우 휴일을 하루 더 하는 게 낫지만 대체휴일로 할 경우 '유급'이기 때문에 오히려 부담이 된다. 올여름 휴가가 지난해보다 하루이틀씩 더 길었던 이유도 경기 때문인 만큼 추석 연휴도 좀 더 길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가운데 지역 기업들은 직원들의 사기를 높이기 위해 다양한 선물을 선보이고 있다. 국내 공구유통업체 1위인 크레텍책임은 명절 선물을 직원들이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 올해는 사과와 배 한 상자 가운데 고를 수 있다. 관계자는 "이 밖에도 직급에 따라 다양한 특산품들을 따로 선물로 주고 있다. 명절 연휴 전날이면 직원들 차량에 싣고 가느라 주변 교통마비가 올 정도다"고 말했다.

자사 제품을 지급하는 곳도 있다. 주류 기업인 금복주는 '경주법주'를 한 박스씩 직원에게 선물로 준다. 이곳 관계자는 "법주는 차례와 성묘, 친척들과의 모임에서 쓰이기 때문에 직원들도 매우 만족하고 있다. 다른 선물을 준비하기보다 자사 제품을 주기 때문에 명절 선물로 고민이 적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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