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500m 가는데 2분 50초 "아…골든타임"

입력 2014-08-21 10:48:09

민방위의 날 기동훈련

제395차 민방위의 날인 20일 오후 대구시내 일원에서 화재 등 긴급 재난현장 5분 이내 도착 향상을 위한 대규모 소방차 골든타임 기동훈련이 열렸다. 이날 소방 및 구급차량 등 62대가 동원돼 두류공원에서 범어네거리까지 약 7㎞ 구간을 일렬 주행하는 카퍼레이드를 펼쳤다. 대구소방안전본부는 이번 훈련을 통해 운전자들의 긴급차량에 대한 양보의식을 높이는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정운철 기자 woon@msnet.co.kr
제395차 민방위의 날인 20일 오후 대구시내 일원에서 화재 등 긴급 재난현장 5분 이내 도착 향상을 위한 대규모 소방차 골든타임 기동훈련이 열렸다. 이날 소방 및 구급차량 등 62대가 동원돼 두류공원에서 범어네거리까지 약 7㎞ 구간을 일렬 주행하는 카퍼레이드를 펼쳤다. 대구소방안전본부는 이번 훈련을 통해 운전자들의 긴급차량에 대한 양보의식을 높이는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정운철 기자 woon@msnet.co.kr

20일 오후 1시 50분쯤 대구 중구 남산동 중부소방서 앞 달구벌대로. 소방차와 구급차 10여 대가 가장자리 차로에 서 있었다. 소방차에는 '소방출동로는 생명로, 소방차 피양의무 준수'라는 플래카드가 걸렸고 '훈련'이라고 적힌 깃발이 꽂혔다. 10분 뒤 사이렌이 울리자 범어네거리 방향으로 일렬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대구소방안전본부는 20일 민방위의 날을 맞아 소방'구급차 기동훈련을 벌였다. 이번 훈련은 응급환자를 살리고 불을 초기에 끌 수 있는 '골든타임' 내 도착률을 높이기 위해 마련됐다. 소방본부가 보유한 전체 차량 193대의 32.1%인 62대가 동원될 정도로 대규모 훈련이었다.

본지 기자는 소방차에 타고 도심 도로에서의 출동 여건을 살폈다. 수성119안전센터 소속 소방차는 오후 2시 사이렌이 울리자 곧바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비슷한 시각 두류네거리에서 범어네거리까지 7㎞에 걸쳐 6구간으로 나눠 동시에 출발했다.

출발 30초가 지나자 신남네거리에 다다랐다. 1~3차로에는 멈춘 차들이 40~50m가량 늘어서 있었다. 소방차는 비어 있는 가장자리 차로로 이동했지만, 속도는 절반 이하인 20~30㎞/h로 줄었다. 현대백화점 대구점 맞은편에 이르자 가로막은 차들 때문에 소방차는 멈춰야 했다. 느릿느릿 이동한 소방차가 반월당네거리 20여m 앞까지 접근했을 때 좁은 골목길에서 경차 한 대가 끼어들었다. 이 차는 10여m를 달려 명덕역 방향으로 우회전했다. 소방차는 노란 빗금으로 된 교통섬 구역으로 운행하고서야 겨우 반월당네거리를 빠져나왔다. 계산오거리에서 반월당 네거리까지 500m 거리를 통과하는 데 2분 50초나 걸렸다.

소방차는 속도를 60㎞/h까지 올렸지만 봉산육거리에 이르자 다시 멈춰야 했다. 교차로에 80~100m가량 차들이 늘어서 있었다. 소방차는 중앙선을 넘어 봉산육거리를 통과했다. 시내버스에만 좌회전이 허용되는 1차로를 달린 소방차는 출발 7분이 돼서야 수성교를 지났다. 대구은행 본점에 못 미쳐 다시 발목이 잡혔다. 모든 차로를 승용차와 화물차, 버스 등이 차지했다. 소방차는 다시 중앙선을 넘어야 했고, 10분 30초 만에 목적지인 범어네거리에 도착했다.

소방관들은 골든타임 도착률을 떨어뜨리는 요소로 차량 통행량과 불법 주'정차의 증가, 운전자들의 양보의식 부족 등을 손꼽았다. 특히 출동 과정에서 교차로를 지날 때마다 애를 먹는다고 한다. 교차로에서 밀린 차들은 소방차에 차로를 양보해주고 싶어도 차 사이 간격이 좁아 옴짝달싹 못하기 때문이다. 좌회전하기 위해 소방차 앞을 막아서거나 소방차 사이에 끼어드는 얌체 운전자, 초보 운전자 등도 골든타임을 놓치게 하는 골칫거리다. 긴급 출동하는 소방차에 양보 운전을 하지 않으면 2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물게 된다.

대구소방본부에 따르면 지난해 대구 화재현장 5분 이내 도착률은 71.1%로 이전 해인 2012년 66.4%에 비해 조금 높아졌다. 그러나 2010년(76.4%)과 2011년(77.6%) 수준을 회복하지는 못하고 있다.

정병웅 대구소방안전본부 대응구조과장은 "달구벌대로에서의 훈련을 통해 운전자에게 소방차 양보 의무를 알리는 계기기 됐다"며 "불을 잘 끄는 것도 중요하지만 화재현장에 가는 것이 우선이다. 모세의 기적처럼 운전자들이 적극적으로 동참해 길을 터주면 소중한 생명과 재산을 지킬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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