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하루에도 수천, 수만 개의 신곡이 쏟아져 나온다. 그러나 그 곡들의 유통기한은 짧고, 사랑받는 명곡이 된다 해도 리메이크가 몇 번 이루어질 때를 제외하고는 대체로 온전히 원곡자의 그늘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한다. 그러나 클래식은 수백 년의 세월 동안 수많은 사람들에 의해 제각기 다른 방식으로 오리지널리티를 뛰어넘으며 연주되고 있다. 그렇기에 클래식을 들을 때 곡의 아름다움에 매혹되는 것과 별개로 우리는 해석의 매력을 놓칠 수 없다.
오늘은 가장 대중적인 클래식 중 하나인 비발디(Antonio Vivaldi '1678~1741)의 '사계'를 다양한 연주자의 버전으로 들어본다. 이 곡은 그야말로 수많은 사람들에게 리메이크된 가장 유명한 바이올린 협주곡일 것이다. '사계'는 비발디의 바이올린을 위한 독주 콘체르토의 모음집인 '화성과 창조에의 시도, Op. 8'의 12곡 중 제1번부터 제4번까지를 뜻한다. 4곡은 각기 '빠름-느림-빠름'의 3악장의 구조다. 특이하게도 사계 악보에는 군데군데 짧은 시구가 적혀 있는데 이는 소네토(sonetto)라 불리는 이탈리아 르네상스 시기에 유행한 시이며, 사계는 이 시를 청각적으로 구현하고 있는 곡이라 할 수 있다.
사계의 악보가 소네토를 한 단어 한 단어 놓치지 않고 풀어내며 탄생하고 있듯 '사계' 또한 후대의 많은 연주자에 의해 해석돼 왔다. 아마도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가장 먼저 이 곡을 알린 이들은 '이 무지치'일 것이다. 그러나 이 외에도 좋은 연주가 많다. 가령 나이젤 케네디의 '사계' 음반은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200만 장) 클래식 음반으로 잘 알려져 있다. 군화를 신고 펑키한 복장으로 연주를 선보였던 그는 몇몇 비평가들에게는 클래식의 본령을 지키지 않는다는 혹평을 받기도 했지만, 그의 쇼맨십 이상으로 훌륭한 연주에 열광하는 이들도 많았다. 이후 1990년대에는 파비오 비온디가 이끄는 '에우로파 갈란테'의 사계가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이들은 꾸준히 내한하며 두터운 팬층을 형성한 그룹이기도 하다. 믿을 수 없는 속도감, 거침없이 몰아치는 음의 폭풍, 날카로운 스타카토의 탄력. 처음 이들을 접했을 때 테크닉적으로 급진적이기만 하다는 인상을 받았었다. 그러나 들을수록 그들의 급진성은 놀라운 일관성을 유지하며 그 자체로 강렬하고 치밀하며 확고한 해석으로 자리 잡았음을 느낄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 달콤함이 아닌 떫고 거친 과즙을 한입 베어 무는 듯 색다른 느낌으로 다가왔던 '까르미뇰라'의 연주 또한 잊을 수 없다. 특히 겨울 1악장의 강렬함은 정말 말로는 설명할 수 없을 만큼 놀라웠다. '사계'라고 하면 너무나 잘 알려져 다소 뻔하게 느끼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알고 보면 개성 있는 연주자들의 독단에 가까운 연주를 통해 완전히 다른 질감과 울림 등으로 우리를 사로잡고 있는 매혹적인 곡이기도 하다. 음반으로 들어도 좋으며, DVD나 유튜브 등을 통해 라이브 영상 속 그들의 연주와 퍼포먼스를 함께 감상해 보면 분명 즐거운 경험이 될 것이다.
신동애(오디오 동호회 '하이파이클럽'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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