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미 현일고 학생들 "금오공대서 수업 받아요"

입력 2014-08-19 07:34:50

대입 수시 대비 진로 교육 계절학기 8개 강좌 연계 다양한 전공 체험 기회 제공

현일고가 금오공대와 연계, 다양한 진로 집중 과정으로 구성한 계절학기를 진행하고 있는 가운데 현일고 학생들이 금오공대 실험실을 찾아 실습을 하고 있다. 현일고 제공
현일고가 금오공대와 연계, 다양한 진로 집중 과정으로 구성한 계절학기를 진행하고 있는 가운데 현일고 학생들이 금오공대 실험실을 찾아 실습을 하고 있다. 현일고 제공

경북 한 고교가 인근 대학과 연계, 다양한 진로 집중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어 화제다.

구미 현일고등학교는 여름방학을 맞아 금오공과대학교(총장 김영식)와 손잡고 계절학기를 진행 중이다. 여느 고교의 방학 보충수업처럼 수능시험 대비 강의에 치중하는 게 아니라 학생들의 진로에 맞춘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달 21일부터 현일고 학생 142명은 금오공대 강의실과 실험실을 드나들고 있다. 현일고가 금오공대와 함께 진행하는 계절학기 강좌가 이곳에서 열리기 때문이다. 이들 학생은 자신이 꿈꾸는 진로에 맞춰 인문학개론을 비롯해 ▷과학사 및 과학 철학 ▷문학개론 ▷고급물리 ▷고급화학 ▷고급생명과학 ▷고급수학 ▷국제정치 ▷국제경제 등 8개 강좌 중 선택해 수강 중이다. 이달 말까지 운영되는 계절학기에는 금오공대 교양교직과정부와 응용화학과 교수들이 강사로 나서고 있다.

현일고가 이 같은 시도를 한 것은 변화하는 대학입시 흐름에 발맞춰 학교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다. 현일고의 변화는 상당수 대구경북 고교가 아직 수능시험 대비 중심 체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현실과 비교돼 더욱 눈길을 끈다. 교육부가 지난해 일반고 교육 역량 강화 방침을 밝히면서 각 고교에 진로집중 과정을 다양하게 운영할 것을 권장하고 있으나 대구경북 학교 현장의 움직임은 굼뜨다. 변화에 대한 두려움, 바뀐 입시 흐름에 대한 인식 부족 등이 그 원인으로 꼽힌다.

류인식 교사(교무부장)는 대입 수시모집에 제대로 대비하고 학생들의 꿈과 끼를 키워주기 위해 새로운 시도를 하게 됐다고 밝혔다. 류 교사는 "학교가 학생들에게 진로, 진학과 관련된 체험 기회를 다양하고 심도 있게 제공해야 한다는 생각에 이 프로그램을 도입한 것"이라며 "강사진 확보에 어려움이 예상됐으나 금오공대가 교육 기부 차원에서 기꺼이 힘을 보태줘 일이 순조롭게 풀렸다"고 했다.

계절학기에 참가 중인 학생들의 반응도 좋다. 2학년 김소희 양은 전공 교수, 실험 조교와 함께한 실험 실습을 통해 과학 이론에 대한 이해의 폭이 넓어졌다고 반겼다. 이론을 배운 뒤 관련 실험을 통해 과정과 결과를 체험하는 것이어서 이해가 빨랐다는 것이다.

김 양은 "닫힌 교실을 벗어나 첨단 기자재가 갖춰진 강의실과 실험실에서 진행된 수업에 참가하는 동안 마치 대학생이 된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며 "교수님들께서도 자상하게 지도를 해주셔서 다음 계절학기에도 꼭 참가하고 싶다"고 했다.

현일고는 앞으로 계절학기가 뿌리내릴 수 있도록 지원을 확대할 계획이다. 현일고 장창용 교장은 "계절학기를 통해 정규 교육과정에서 편성하기 어려운 심화과목과 전공 예비 과정을 운영할 수 있게 됐다"며 "학생들의 진로 지도는 물론이고 학습 의욕을 높이는 데도 도움이 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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