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유족 세례명 '프란치스코'

입력 2014-08-18 10:16:22

교황, 이호진 씨 직접 세례…한국 신자 25년 만에 거행

세례받는 세월호 참사 유가족 이호진 씨. 프란치스코 교황이 17일 오전 서울 종로구 궁정동 주한교황청대사관에서 세월호 참사로 숨진 단원고 학생 이승현 군의 아버지 이호진 씨에게 세례성사를 집전하고 있다. 세례명은 교황과 똑같은 프란치스코다. 이호진 씨 페이스북
세례받는 세월호 참사 유가족 이호진 씨. 프란치스코 교황이 17일 오전 서울 종로구 궁정동 주한교황청대사관에서 세월호 참사로 숨진 단원고 학생 이승현 군의 아버지 이호진 씨에게 세례성사를 집전하고 있다. 세례명은 교황과 똑같은 프란치스코다. 이호진 씨 페이스북'교황방한위원회 제공

세월호 사고로 숨진 단원고 학생 이승현 군의 아버지 이호진(56) 씨가 프란치스코 교황에게서 세례를 받았다. 세례명은 교황 명과 같은 '프란치스코'다.

교황방한위원회에 따르면 17일 오전 7시 서울 주한교황청대사관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이 이호진 씨에게 세례를 줬다. 이날 세례성사는 이 씨가 거주하는 경기 안산 지역을 담당하는 천주교 수원교구 소속 신부 1명이 함께 자리한 가운데 1시간가량 한국어로 진행됐다. 세례식은 간소하게 진행됐고,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 씨와 만나고 헤어질 때 따뜻한 말을 건넸다고 교황청 대변인 페데리코 롬바르디 신부는 전했다.

아버지가 세례를 받은 것에 대해 승현 군의 누나 아름 씨는 이날 오전 아버지의 페이스북 SNS 계정을 통해 "교황님께 세례를 받는다고 해서 우리의 현실은 달라지지 않는다. 그럼에도 아빠가 교황님께 세례를 받은 건 아빠의 개인적인 욕심도 아니고 쉽게 세례를 받으려는 것도 아니다. 아빠가 하는 모든 건 아이들을 하루라도 더 기억하게 하기 위해서다"고 밝혔다.

이날 세례식은 15일 성모승천대축일 미사가 열린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이뤄진 세월호 유가족과의 만남 자리에서 이 씨가 교황에게 직접 세례를 달라고 요청해 성사됐다. 롬바르디 신부는 "교황은 세례식을 거행해서 큰 기쁨을 느꼈다"며 "한국 천주교 교회는 1년에 수만 명씩 세례를 받는다는데 교황은 한국 교회의 중요한 예식에 직접 참여하게 돼 기쁘고 행복하게 생각했다"고 말했다.

천주교에서 세례를 받기 위해서는 대부(代父)가 반드시 필요한데, 이 씨의 대부는 교황청대사관 직원이 맡은 것으로 전해졌다. 공식 기록상으로는 한국 신자가 교황에게 세례를 받은 것은 25년 만이다. 앞서 1989년 10월 7일 서울 올림픽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제44차 세계성체대회'에서 예비 신자 교리를 배우며 세례를 준비하던 청년 12명이 선발돼 당시 방한했던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에게 세례를 받은 적이 있다.

황희진 기자 hhj@msnet.co.kr

교황방한위원회·이호진 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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