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족들과 비공개 면담, 아픔 달래며 말없이 경청
빈자와 약자의 벗으로 통하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한 일정에서 유독 눈에 띄는 부분이 세월호 유가족들과의 만남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방한 첫날인 14일부터 시복식이 열린 16일까지 매일 세월호 희생자 유가족들을 만나 이들의 아픔을 달래주고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세월호 언급은 듣는 이로 하여금 다시 한 번 숙연하게 만든다. 그만큼 교황이 세월호 사고로 인한 고통에 공감하고 희생자들의 아픔을 달래주고자 한다는 점을 방증하는 셈이다.
14일 서울공항 도착 때부터 세월호 유가족을 만나 "가슴이 아프다. 희생자들을 기억하고 있다"고 한 교황이었다. 교황은 15일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성모승천대축일 미사를 집전하는 내내 왼쪽 가슴에 '노란 리본'을 달고 있었다. 세월호 사고 희생자를 추모하는 리본으로, 미사 전 제의실에서 만난 세월호 유가족이 준 것이다.
이날 미사 집전 직전 제의실에서는 비공개로 유가족들과의 면담도 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 자리에서 생존 학생 2명과 유가족 8명 등 10명이 한 명씩 차례로 얘기할 때마다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경청했다. 세월호대책위(이하 대책위) 김병권 위원장은 이날 교황 면담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 "세월호 참사 유가족과 생존 학생 36명이 오늘 미사에 참석했고 이 중 10명이 교황님을 만났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세월호 유가족의 아픔이 치유되도록 특별법 제정에 정부와 의회가 나설 수 있도록 해 달라고 말씀드렸고 단식 중인 세월호 희생 학생의 아버지를 광화문 미사 때 안아달라고 했다"고 전했다. 그러자 프란치스코 교황은 말없이 고개를 끄떡였다고 한다. 가족들은 면담이 진행되는 동안 눈물을 흘렸으며, 교황은 가족들의 손을 잡고 이야기를 들어주고서 일일이 포옹을 하고 이마와 뺨에 키스했다.
교황은 가족들의 말이 끝날 때마다 "잊지 않겠다, 기억하겠다" 등의 메시지로 화답했다고 대책위는 전했다.
유가족 측은 교황에게 안산 단원고 학생과 교사, 유가족의 사진이 든 앨범과 함께 세월호 희생자를 기억해 달라고 부탁하는 영문 편지도 함께 전달했다. 유가족과 함께 교황을 면담한 세월호 참사 생존 학생 2명도 영어와 스페인어로 쓴 편지를 건넸다. 유가족들은 또 희생 학생들의 앨범, 세월호 가족들이 착용하는 배 그림과 'We want the truth'(우리는 진실을 원한다)라는 문구가 새겨진 티셔츠, 팔찌 등의 선물을 곱게 포장해 면담에 앞서 대전교구장을 통해 교황에게 전달했다.
교황은 또 이날 미사 도중 드린 삼종기도에서도 "세월호 침몰 사건으로 생명을 잃은 모든 이들과 이 국가적 대재난으로 인해 여전히 고통받는 이들을 성모님께 의탁한다"고 말했다. 교황은 앞서 미사 전 지붕이 없는 무개차(오픈카)를 타고 경기장을 돌며 관중과 인사를 나눌 때에도 세월호 유가족 30여 명이 모인 곳에 잠시 차를 세우고 내려서 이들의 아픔을 어루만졌다.
교황방한위원회는 세월호 유족의 요청을 받아들여 16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리는 천주교 순교자 124위 시복식에 세월호 유족 600여 명이 참석할 수 있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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