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의 한국 방문은 그 자체만으로도 역사적인 일이다. 평화와 화해의 말씀은 더 울림이 크다. 천주교 서울대교구장인 염수정 추기경이 교황 방한 메인 프레스센터 축복식에서 한 "우리나라 천주교 신자뿐만 아니라 아시아 전체에 큰 기쁨이자 축복이다"라는 강론 그대로이다. 교황의 방문은 분단으로 고통받고 있는 한반도에 커다란 위로이며, 교황의 말씀은 갈등으로 얼룩진 한국 사회에 대한 세심한 배려와 사랑이다.
교황은 어제 청와대에서 박근혜 대통령을 비롯한 각계 지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환영식 후 연설에서 "여러분은 국가와 정치의 지도자로서 우리 자녀들을 위해 더 나은 세상, 더 평화로운 세상, 정의롭고 번영하는 세상을 건설하겠다는 목표를 지향한다"고 강조했다. 정치적 분열과 경제적 불평등 그리고 사회적 갈등과 씨름하고 있는 한국 지도자에게 던진 메시지였다.
교황은 또한 "한국 교회는 성공과 권력의 세속적 기준에 대한 유혹을 물리쳐라"는 당부도 잊지 않았다. 물신주의와 성장주의 그리고 기복주의에 경도된 한국 기독교 사회의 혁신과 참된 예수 정신의 부활을 상기시키며, 목자의 성공이 아니라 예수의 성공이 이루어지는 신앙공동체를 기원한 말씀일 것이다.
도(道)는 특별한 곳이 아니라 일상(日常)에 있다는 말이 있다. 위대한 말씀은 지극히 평범하다. 봄을 찾아 온종일 짚신이 다 닳도록 헤매다가 돌아와 보니 매화나무 가지 끝에 봄이 달려있었다는 옛말도 있다. 교황의 말씀도 그렇다. 이미 우리 안에 있던 울림, 내 양심과 내 영혼의 목소리를 일깨워 준 것이다. 우리 사회가 당장 세월호 참사의 아픔과 젊은 병사의 죽음으로 상처받고 신음하고 있지만, 교황이 이 모두를 치료해줄 수 있는 전능한 의사는 아니다.
그것은 오롯이 우리의 몫이다. 몰라서 안 한 게 아니라, 안 해서 이 지경이 된 것이다. 하늘의 이상을 지향하는 조화로운 공동체 질서를 이 땅에 구현하려던 선조들, 인의예지(仁義禮智)의 도(道)를 현실세계에 실현하려던 조선 선비들의 꿈이 교황의 메시지와 다를 게 무엇인가? 말씀은 이미 있었다. 가야 할 길도 다 제시되었다. 그런데 가지 않는 것은 누구 탓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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