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여름이 지나가면 당신은 누구입니까? 바람이 볼살과 만나는 테라스에 기댄 당신은 누구입니까? 오늘 당신은 어떤 당신을 만나셨나요?
네, 저는 오늘 시동을 끈 자동차가 채 식기도 전에 엉덩이를 회사 의자에 앉힌 나를 만났습니다. 시간에 쫓겨 얼른 일을 시작해야만 하는 나의 마음이 나를 그렇게도 빠르게 의자에 앉게 하였습니다. 앉고 보니 정신이 들더군요. 무엇이 나를 이리도 서두르는 사람으로 만들었을까요? 착잡하고 기운이 빠집니다. 아내가 나더러 들어보라고 한 노래가 있었어요. 스마트폰에서 검색해 봤어요. '거위의 꿈', 오랜만에 인순이 씨 목소리를 듣게 되었죠. 그녀는 소싯적 현란한 춤사위를 자랑했었는데 이 노래는 다른 가수로 착각하게 하더라고요. 가슴이 두근거리고 뜨거워지더니 머리카락이 쭈뼛거렸습니다. 아, 이건 뭐지? 그러다 점점 머리가 가벼워지고 몸이 살짝 나른해지면서 부끄럽지만 눈물이 고였습니다. 시간이 조금 흐르자 나는 눈물을 떨어뜨리지 않으려 굳이 애쓰고 있었어요.
다시 정신이 맑아집니다. 거위도 하늘을 날겠다는 꿈을 저리도 꾼다는데, 나는 무엇 때문에 사는가? 반항 시절 질문이 내 마음에서 요동칩니다. 답을 찾을 것 같아요. 눈물을 떨어뜨리지 않으려 애쓰는 성인이 되면서 나는 내 어릴 적 감정들을 잃어버렸고 잃어버린 감정의 수만큼 어릴 적 소원도 같이 사라졌어요. 내 소원은 사장님이었습니다. 사장님은 돈도 많이 벌고 좋은 차도 탈 수 있는 특별한 혜택을 누리는 사람 같아 나는 너무도 닮고 싶었습니다. 어느 정도의 성공도 했지만 좌절과 실패를 반복하면서 나는 꿈에 쫓기는 어른이 되었고, 잊고 싶을 만큼 괴로운 무언가로부터 쫓기는 듯 초조하였습니다. 그렇게 힘들어 한 나를 이제야 만나보게 되다니, 참 안쓰러웠습니다.
내 어릴 적 소원이 떠오르고 나의 괴로움도 만나고 난 후 나는 발랄하고 활기찬 내 어린 모습을 다시 찾아가는 중입니다. 그랬더니 오늘 아내의 목소리는 옥구슬입니다. 그러고 보니 째깍째깍 시계 소리도 거슬리지 않네요. 아이들 웃음소리도 듣기 좋고 테라스에 혼자 서서 달 보는 재미도 쏠쏠해집니다. 자꾸 웃음이 입술 사이로 삐져나오고요.
네, 저는 이 여름이 지나가면 행복합니다. 네, 저는 바람이 볼살과 만나는 테라스에서 웃고 있습니다. 네, 저는 오늘 스치는 바람에도 깔깔대는 유치한 거위입니다.
여러분, 힘내세요. 곧 여름이 지나갑니다.
조옥형<연세심리상담클리닉 대표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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