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5명 중 3명이 병원 신세 생계 막막"
정원일(54) 씨는 폐결핵으로 3개월째 자리에 누워있지만 하루도 마음이 편치 않다. 다섯 식구의 가장으로 생활비를 벌어와야 하지만 몸져 누워 일을 할 수 없는 상황때문이다. 정 씨가 결핵때문에 일을 나가지 못하면서 18살 딸이 여름방학동안 음식점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겨우 생활비를 보탰지만, 개학하면서 딸의 수입마저 없어졌다.
"고등학생 딸이 아르바이트해서 번 돈으로 다섯식구가 먹고 사는데 아버지가 돼서 부끄럽기까지 하죠. 그래도 그 돈이 참 고마웠는데 딸이 학교가면 이젠 방세도 병원비도 막막해서…."
◆집단폭행으로 얼룩진 아들의 인생과 가족의 행복
정 씨 부부는 항상 행복한 가정을 꿈꿔왔다. 젊은 시절 의자를 만드는 공장에 일하며 넉넉지는 않지만 꼬박꼬박 월급을 받아오고, 세 아이가 태어나면서 부부의 꿈은 손에 잡힐 듯 가까워졌다. 하지만 큰아들이 중학교 1학년 되던 해, 하굣길에 또래 학생들에게 집단폭행을 당하면서 가족의 행복은 깨져버렸다. 심하게 폭행을 당한 큰아들은 병원으로 옮겨졌고 의식이 제대로 돌아오지 않아 중환자실 신세를 졌다.
"학교 갔다올 시간이 됐는데 오지 않아서 걱정하던 차에 갑자기 병원에서 전화가 왔는데 세상이 무너지는 것 같았어요. 병원에 갔더니 아들이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었어요."
없는 살림에 아들이 1년 가까이 병원에 입원하고, 같은 시기 부인도 고혈압과 당뇨로 치료를 받으면서 가세는 크게 기울기 시작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정 씨는 공장에서 허리를 다쳤고 일을 할 수 없게 됐다.
"그래도 전셋집 하나는 있어서 든든했는데 가족 중 3명이 병원 신세를 지고 가장이 일을 하지 못하면서 전세자금을 조금씩 까먹었죠. 얼마 지나지 않아서 월세방을 전전하게 됐어요."
아들은 건강을 회복하고 집으로 돌아왔지만 예전 모습을 찾지 못했다. 폭행 당시 머리를 다치고 코뼈가 부러지는 부상을 입었지만, 비용이 부족해 코 수술을 제대로 하지 못한 탓에 코는 휘어버렸고 매주 2번 병원에서 치료를 받지 않으면 매일 코피를 쏟을 정도로 상태가 나빠졌다. 매일같이 머리가 아프다는 얘기에 검사를 받았지만 병원에서는 큰 문제가 없다는 말만 들었다. 결국 아들은 학교를 중퇴해야만 했다.
지금 아들은 20살이 됐지만 매일같이 코피를 쏟는 통에 작은 아르바이트 자리 하나 구할 수 없다. 자퇴 후 대인관계도 극도로 줄어들어 바깥 출입도 거의 하지 않는다.
"그때 치료를 잘해줬으면 괜찮았을 것 같아서 미안할 뿐이죠. 아들은 10년 전에 산 운동화를 아직도 신고 있는데 구멍이 나서 헤져서 사주고 싶지만 그 돈 조차 없으니…."
◆결핵으로 월 60만원 버는 일도 못하게 된 가장
힘든 상황에서도 정 씨는 일을 해야겠다는 의지를 가지고 2007년부터 안경을 조립하는 자활사업에 참여했다. 한 달에 60만~65만원 정도 돈을 버는 일이었지만 정 씨에게는 가족이 함께 생활할 수 있는 소중한 일이었다. 허름하고 낡은 집이지만 다섯 식구가 함께 살 수 있는 집의 월세를 내고 김치 한 쪽이라도 밥상에 올릴 수 있다는 생각에 정 씨는 하루도 빠지지 않고 일을 나갔다.
"아내는 당뇨에 고혈압, 관절염 등 각종 지병때문에 하루에 약을 6~7종류씩 먹지 않고는 걸어다니지도 못하니 일을 할 수 없고, 아들도 코피를 쏟는 통에 일자리가 구해질리 없죠. 그래도 그나마 내가 일할 수 있으니 다행이라 생각하고 살았어요."
불행히도 지난해 4월부터 정 씨의 몸도 점점 상태가 나빠졌다. 정 씨는 갑자기 체한 것 같은 느낌때문에 음식을 잘 먹지 못했다. 하지만 생계 걱정에 병원도 가지 못하다 지난해 12월쯤에는 기침과 고열이 계속됐다. 그래도 정 씨는 아픈 몸을 이끌고 자활사업에 참여해 월급을 받아왔다. 그러다 올 4월 정 씨는 갑자기 피를 토해 병원을 가게 됐고 폐결핵 진단을 받았다.
"주변에 결핵에 걸린 사람이 있었던 것 같은데 면역력이 워낙 약해지다보니 병을 얻게 됐나봐요. 그때부터는 지금까지 힘이 하나도 없어요."
정 씨가 병원에 입원하면서 매달 들어오던 수입이 사라진 것은 물론 병원비까지 가족의 부담은 점점 불어나기 시작했다. 전기요금, 통신비 등 각종 공과금을 내지 못하고, 월세가 밀리면서 최근에는 집 주인에게 방을 빼라는 통보까지 받았다. 병원에서는 육류를 많이 섭취해야 빨리 털고 일어날 수 있다고 조언하지만 라면 한 봉지 살 돈도 없어 아내는 멀건 된장국을 내놓으며 눈물짓는다.
"딸아이가 여름방학 동안 아르바이트 한 돈으로 겨우 입에 풀칠만 하고 살았는데 이제 어떻게 살아야하나 막막해서 아이들 몰래 아내와 매일 울어요. 딸이 학교 마치고 잠깐이라도 할 수 있는 아르바이트를 구하겠다는데 아비가 돼서 너무 미안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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