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별 교수·박사급 심화 수업 "학과 이해,미래 설계 분명해 졌어요"

입력 2014-08-12 07:16:45

매일신문 학교 교육 지원 프로그램, 참여 학생에게 어떤 변화 일으켰나?

학교가 수능시험 대비에만 목을 맨다면 학원과 다를 바 없다. 공교육 정상화를 말로만 떠들기보다 소질과 적성에 맞는 전공을 선택할 수 있고, 다양한 학습 욕구를 채워줄 수 있는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데 힘써야 한다. 포산고가 진로집중형으로 운영하는 토요 방과후학교 프로그램 가운데 응용수학 수업 모습. 매일신문 DB
학교가 수능시험 대비에만 목을 맨다면 학원과 다를 바 없다. 공교육 정상화를 말로만 떠들기보다 소질과 적성에 맞는 전공을 선택할 수 있고, 다양한 학습 욕구를 채워줄 수 있는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데 힘써야 한다. 포산고가 진로집중형으로 운영하는 토요 방과후학교 프로그램 가운데 응용수학 수업 모습. 매일신문 DB
대륜고 학술 동아리 지원 프로그램.
대륜고 학술 동아리 지원 프로그램.

매일신문사가 운영하는 학교 교육 지원 프로그램들이 교육 현장에 다양한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매일신문사가 이 같은 일을 시작한 것은 지역사회의 역량을 모아 각급 학교에 필요한 프로그램을 지원하고, 이를 통해 지역 교육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다. 매일신문사의 시도는 2011년 교육부로부터 방과후학교 시범 사업 기관으로 지정받은 뒤 탄력을 받았고, 지난해 매일신문 교육문화센터(053-251-1798)가 닻을 올리면서 본격화하고 있다.

매일신문사와 손을 잡은 학교들은 학교 운영 예산은 물론 일반고 역량강화사업 예산, 지자체 교육지원사업 예산 등 여러 재원을 활용해 학교 교육과정과 방과후학교 프로그램에서 부족한 부분을 보완해 나가고 있다. 매일신문사 교육 프로그램에 참가한 고교들을 중심으로 학교, 학생들의 변화상과 주요 프로그램들을 소개한다.

◆'진정 자신이 공부하고 싶은 분야를 찾아서', 진로'전공 특강

대구 포산고 2, 3학년생들은 지난 1학기 목'금요일 저녁식사 후 시간과 토요일 오전에 정치, 경제, 심리, 사회과학 등 자신의 진로와 관련된 분야 과목들을 수강했다. 과목당 수강 인원은 3~5명인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해당 분야 박사 학위를 가진 이들이 강사로 나서 전공과 관련된 일반 이론'원리, 사회 현상, 진로 등에 대해 폭넓은 지식을 소개했다. 학생들은 "학교 수업에선 전혀 배울 수 없었던 깊이 있는 내용이다" "대학 진학과 진로 설정에 도움이 되는 지식들을 학교에서 배울 수 있어 큰 행운이라 생각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고교 진로 관련 활동은 형식에 그치는 경우가 많은 게 사실이다. 전공 선택도 적성이나 소질이 아니라 합격 가능성에 맞춰 원서 접수가 임박해서야 이뤄지는 등 문제점이 적잖다. 이는 대학의 다양한 전공과 사회 진출 후 진로에 대해 교사들이 잘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매일신문 교육문화센터는 이러한 부분을 보완해 주기 위해 전공 교수나 박사급 인력을 고교에 보내 학생들이 희망하는 전공 분야 지식을 쌓고 진로를 제대로 탐색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학생들로선 더 일찍 자신의 소질과 적성, 진로와 전공을 어떻게 연계할지 충분히 고민한 뒤 선택을 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포산고 김호경 교장은 "학생들이 학과에 대한 이해가 없는 상태에서 막연히 전공을 선택해 왔는데 강의를 듣고 나서 진학하고자 하는 의지가 높아지고 학습 동기도 커지고 있다"고 했다.

정화여고도 진로집중형 방과후학교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이곳은 국제경제, 국제정치, 논리학, 심리학, 소설창작입문 등의 과목을 토요일 오전에 개설,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정화여고 이인우 교감은 "학생들이 선호하는 전공 분야들인 만큼 수업에 대한 집중도가 높고 전공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는 데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했다.

◆'대입 수시의 꽃', 학생부 종합전형 대비 프로그램

대륜고 2학년 학생들은 1학기 때 수시모집 학생부 종합전형에 대비한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학생부 종합전형에 대한 이해'를 주제로 한 특강을 시작으로 ▷자신의 학생부 분석 ▷자기소개서 작성법 특강 ▷자기소개서 작성과 피드백 등을 거쳐 희망 전공 분야 교수들과 실제 면접을 해보는 순서로 진행됐다.

학생들은 자신의 학생부 기록 하나하나를 살피고 진로와의 연관성을 생각해보는 한편 자기소개서에 어떻게 이를 녹여낼 것인지 고민했다. 심층 면접은 지역 대학교수들이 개별 학생의 자기소개서와 학생부를 검토한 뒤 15~20분 동안 진행했다. 이 프로그램에 참가한 한 학생은 "학생부를 챙겨보고 자기소개서를 쓰는 건 3학년 때 하는 일인 줄 알았다"며 "이번 프로그램을 통해 학생부 기록을 어떻게 채우고 어떤 학습과 활동에 주력해야 하는지 큰 방향을 잡을 수 있어 도움이 됐다"고 했다.

대학입시에서 수시모집, 특히 학생부 종합전형이 확대되고 있으나 각 고교는 뚜렷한 대비책이 부족한 형편이다. 그중에서도 지원하려는 전공에 맞춰 학생 개개인이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에 대해 교사들의 역량만으로 피부에 와 닿는 해결책을 제시하기 힘든 게 현실이다.

매일신문 교육문화센터는 이를 보완하기 위해 입시 전문가와 전직 입학사정관, 전공 교수들을 활용해 학생부 종합전형 대비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2학년 학생 경우 1년 이상의 시간이 주어진 만큼 여유 있고 착실하게 준비하는 방법을 제시하지만 입시를 앞둔 3학년 학생을 대상으로 한 프로그램은 다른 방식으로 운영한다. 1학기 때 학생 개인별 상담을 거친 뒤 실제로 지원할 대학과 전공에 맞춰 자기소개서 작성과 첨삭 지도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수능시험이 끝난 뒤 실전 면접을 진행해 입시에 직접적인 도움이 되도록 하고 있다.

◆'깊이 있는 학습', 학술 동아리 지도와 과제연구(R&E) 지도

대륜고 물리 동아리 학생들은 1학기 때 핵융합과 관련된 실험을 했다. 학교에서는 엄두를 내기 어려운 실험이지만 대학교수의 지도를 받고 대학의 실험 장비를 활용해 대학원생들이나 할 수 있는 실험을 진행한 것이다. 이를 토대로 쓴 연구보고서는 지역 대학교수들로부터 학술지에 게재해도 좋을 만큼 뛰어난 내용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학술 동아리를 운영하는 고교는 적지 않지만 교과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깊이 있는 연구 활동을 하기에는 시설과 지도교사의 전문성 부족 등 여건상 한계가 분명하기 때문. 매일신문 교육문화센터는 이러한 어려움을 해결해주기 위해 학술 동아리 지도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해당 분야 전공 교수나 박사급 인력을 학교에 보내 학생들의 활동에 깊이와 폭을 더해주는 것이다. 자신의 진로나 관심 분야 동아리 활동이다 보니 학생들은 질문을 쏟아내고 과제 수행에도 열의를 보인다. 이 모습에 감탄한 교수가 대학 연구실로 데려가 추가로 강의와 실험을 진행하는 경우도 적잖다.

대륜고 김동현 교사는 "취미나 예술 동아리와 달리 학술 동아리는 외부 강사를 구하기 쉽지 않은 데다 교사들이 직접 지도하기도 어려워 고민이 많은 부분인데 이 프로그램 덕분에 걱정을 덜었다"며 "학생들의 진로 선택과 대학 진학에도 도움이 되고 있다"고 했다.

대륜고의 과제연구(R&E) 프로그램에 참가 중인 2학년 김광현 군은 영남대 물리학과 실험실에서 플라스마 관련 실험을 하고 있다. 김 군은 "개인적으로는 이 같은 기회를 얻기 어렵기 때문에 더욱 소중한 경험"이라며 "하나라도 더 익히고 시간을 헛되이 보내지 않으려고 열심히 참여하고 있다"고 전했다.

경영'경제학과 진학을 꿈꾸는 포항제철고 2학년 학생들은 1학기 때 지역 대학 경영학과 교수와 함께 과제연구 수업을 진행했다. 진로에 맞춰 팀을 나누고 팀별로 주제를 선정해 조사, 연구하고 논문을 썼다.

과학고에서 시작된 과제연구는 희망 진로'전공 분야와 관련된 주제를 정하고 논문을 쓰는 과정을 통해 학술 연구 능력을 기르는 것이다. 현재 대부분의 자사고는 물론 일반고에까지 이 프로그램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하지만 외부 전문 인력을 구하기 힘든 고교 여건상 교과 담당 교사들이 지도하는 경우가 많아 성과는 기대에 못 미치는 경우가 많다.

매일신문 교육문화센터는 전공 교수나 박사들을 학교에 보내 과제연구를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고교와 대학 연구실을 오가면서 연구방법론 강의에서부터 주제 선정, 현장 조사, 실험, 논문 작성 지도까지 체계적으로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이와 더불어 학생들의 학술 논문 작성을 장려하고 발표 능력을 길러주기 위해 대구시, 경상북도교육청과 함께 청소년 학술대회를 두 차례 열었다. 올해로 3회째를 맞는 대구경북 청소년 학술 한마당은 10월 논문 제안서를 접수하고 내년 1월 본 행사를 치를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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