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의 멘토] <6>장욱현 영주시장-친구 아버지이자 장인 권상목

입력 2014-08-11 08:05:00

사위? 아들이지! 장인? 거울이죠!

고교 동창인 친구 권하용 씨의 부친으로 만나 장인이 된 권상목 씨가 장 시장의 멘토다. 이들이 오랜만에 영주 소수서원에서 만나 회포를 풀었다.
고교 동창인 친구 권하용 씨의 부친으로 만나 장인이 된 권상목 씨가 장 시장의 멘토다. 이들이 오랜만에 영주 소수서원에서 만나 회포를 풀었다.

장욱현(58) 영주시장은 정통 엘리트 고급관료 출신의 초선 단체장이다. 영주 부석면 보계리 산골마을에서 테어나 부석 상석초등학교를 졸업한 시골 '촌놈'이다. 영주종고와 경북대 행정학과를 졸업, 1977년 제21회 행정고시에 합격해 총무처 사무관(5급)으로 공무원을 시작했다. 대통령비서실 공보비서'행정관과 상공부, 통상산업부, 산업자원부, 대구경북지방중소기업청장 등 중앙부처 요직을 두루 거친 후 중소기업청 기업성장지원국장(1급)을 끝으로 2006년 공직을 마감했다.

◆곁에서 흐트러짐 없이 지켜준 장인

이후 2007년 공공기관인 대구테크노파크 원장을 지낸 뒤 고향에 내려온 장 시장은 2006년 지방선거에서 공천에 실패한 후 2010년 새누리당 영주시장 후보로 출마했다가 낙선의 고배를 마셨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지역을 누비며 인맥을 쌓고 기반을 닦아온 결과 6'4 지방선거에서 영주시장에 당선됐다. 이를 두고 주변에서는 "뚝심을 가진 의지의 사나이"라고 한다.

어렵사리 공부를 마치고 대학 3학년 때 고시에 합격, 오랫동안 행정 전문가로 일하다 영주시장에 당선된 장 시장에게는 지금껏 많은 멘토와 길라잡이로 손을 내밀었던 사람들이 있었다. 산골마을 시절 소년 장욱현의 총명함을 살피고 영주중학교 진학을 이끌어 주셨던 은사님들, 영주종고 보통과 시절 함께 경쟁을 벌였던 숱한 친구들, 가정 형편을 생각해 경북대에 진학할 때 곁에서 용기를 주었던 선생님들, 행정고시를 통해 공무원으로 일하면서 맺었던 많은 인연, 영주시장 선거에 도전했다가 실패해 좌절했을 때 옆을 떠나지 않고 지켜봐 주던 지인들. 이들이 모두 장 시장에게는 잊을 수 없는 멘토들이다. 하지만 장 시장이 꼽는 멘토는 의외의 인물이다.

평생의 반려자인 아내 권정희(57) 씨의 아버지, 즉 현재의 장인인 권상목(87) 씨다. 가장 친한 친구의 아버지이기도 한 권 씨는 삶의 고비마다 곁에서 용기와 희망을 불어넣어 주었고 힘이 돼 주었다. 그리고 새로운 인생을 설계하고 길을 걸어갈 때에도 곁에서 한 번의 흐트러짐이 없이 오롯이 자신을 위해 손잡아주고 힘이 돼 준 사람이다. 이 때문에 장 시장에게 최고의 인생 멘토는 장인 권 씨다.

장 시장은 과거 중앙 공직에 있을 때 지방대 출신이라는 보이지 않는 단점을 성실함과 부지런함, 철저한 근면성으로 극복해 낸 인물이다.

◆가정 형편 때문에 제때 고교진학 못해

어려운 가정에서 2남 2녀 중 둘째 아들로 태어난 그는 영주 부석면 보계리 상석초등학교를 마친 뒤 영주중학교에 진학, 우수한 성적으로 1970년 졸업했다. 그러나 먹고살기조차 힘들었던 가정 형편 때문에 고교 진학을 포기하고 농사일을 돕고 살 수밖에 없었다. 그에게 다가온 첫 번째 좌절이었다.

1년간 고등학교 진학을 못한 화풀이로 갖은 말썽도 부렸다. 기회가 찾아온 것은 1년이 흐른 뒤였다. "집에서 속 썩이지 말고 고등학교 가거라. 열심히 공부해서 나중에 선생님이 돼라"는 부모님의 뜻에 따라 1971년 영주에 있는 영주종고 보통과에 진학했다.

영주종고 보통과에서 줄곧 1등을 독차지할 정도로 수재였다. 하지만 가정 형편을 감안해 서울대나 유명 사립대 진학을 포기하고 경북대 행정학과를 선택했다. 어쩔 수 없는 선택이기는 했어도 그에게는 두 번째 좌절이었다. 대학 진학 후 곧바로 현실을 직시하고 학업에 몰두해 대학 3학년 때 행정고시 1차 합격, 1977년 대학 4학년 때 행정고시 2차(제21회 행정고시)에 합격해 전국 최연소 고시합격생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이때부터 공직생활이 시작됐다.

하지만 순탄하던 공직생활을 접고 영주시장에 도전장을 내밀면서 굴곡 많은 삶을 살게 됐다. 2006년 영주시장 선거에 도전했지만 당 공천경쟁에서 탈락해 출마를 중도에 포기했고, 2010년 새누리당 영주시장 후보로 공천을 받고도 낙선하는 아픔을 겪었다. 이후 6'4 지방선거에서 다시 새누리당 공천을 받아 2전 3기의 투지를 발휘해 영주시장에 당선됐다.

◆고비 때마다 가르침을 준 장인

좌절과 성공 뒤에는 항상 그림자처럼 묵묵히 지켜보고 가르침을 주신 장인 권상목 씨가 있었다. 장인은 인생의 고비 때마다 "사람이 살아가는 데 굴곡 없는 삶이 어디 있겠느냐. 그 모든 것이 자산이 될 테니 기운내라"고 격려해줬다. "학교 다닐 때나 공직생활을 할 때나 정치에 인문했을 때나 곁에서 힘이 돼 주었던 멘토는 지금의 장인어른입니다. 장인의 가르침과 현명한 판단이 없었다면 공직생활이 순탄치도 않았을 것이고, 지금 자리에 있지도 못했을 겁니다."

낙락장송이 우거진 소수서원에서 장 시장과 장인 권상목 씨가 만났다. 훤칠한 키에 꼿꼿한 자세, 정장차림의 단정한 옷매무새를 갖춘 권 씨는 아흔을 바라보는 노인이라고 하기엔 믿기지 않을 정도로 건강한 모습이었다. 권 씨는 "시민 모두 행복할 수 있도록 섬김 행정을 펼쳐 삶에 지친 시민들에게 기쁨을 주는 시장이 돼 달라. 어린 시절의 야무지고 당찬 모습을 보면서 일찍부터 이런 날이 올 줄 알았다. 그동안 좌절하는 모습을 보고 눈물도 많이 흘렀다"고 했다.

장 시장의 어린 시절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권 씨는 "친구들과 어울려 놀기를 좋아했고, 즐기는 일만 좋아했다. 하지만 자기 요량은 알아서 하는 청년이었다"고 회고했다.

이들의 인연은 장 시장이 영주종고를 입학하면서 시작됐다. 장인 권 씨와의 만남은 말 그대로 우연이었다. 고교 동창생인 친구 권하용 씨의 부친이기 때문이다.

장 시장은 친구인 권하용(현재 처남) 씨의 집에 자주 놀러다니면서 자연스럽게 인연을 맺게 됐고 결국 친구의 여동생인 권정희 씨와 백년가약까지 맺게 됐다.

◆"목표의식 강하고, 야망 있는 청년"

장 시장은 "친구 부친으로 만난 장인 권 씨의 첫 모습은 대단했다. 고 김창근 국회의원의 친구이자 교육자로 사업가로 영주상공회의소 회장과 교육위원을 지낸 성공한 사람이었다. 하지만 청렴에 대한 강박을 가질 정도로 성품이 강직하고 올곧아서 휘어지는 않는 성격이었다. 본받을 점이 많은 어른이었다"고 회고했다.

아울러 "항상 아들의 친구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셨고, 같이 식사할 때면 중공군 포로로 끌려가 28개월 동안 힘들게 살았던 이야기 등 인생의 어려움도 들려주셨다. 아울러 앞으로 살아갈 방향, 사회생활의 준비 등도 상세히 이야기해줬다. 그런 이야기들이 60여 년의 삶의 인생에 좋은 약이 됐다"고 했다. 장 시장은 "고등학교 시절 고민도 많았지만 털어놓고 상담할 사람이 없었다. 아버지와 어머니는 멀리 떨어져 있었고 친구 부친이지만 항상 가까이 계셔서 많은 고민을 털어놓기도 했다"고 전했다. 권 씨는 마치 아들을 대하듯 소년 장욱현에게 인생의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아들 친구지만 어릴 때부터 똑똑한 청년이어서 눈여겨봤다. 기질이 곱고 착해서 한 번도 나무란 적이 없다. 목표의식이 강하고 야망도 있는 청년이었다"는 권 씨는 "백씨와 조부를 모시고 농사짓는 집에서 태어나 형편이 어려운데도 영주에 나와 고등학교 하는 것이 대견했다. 늘 놀기만 하는 것 같았는데 물어보면 항상 1등을 했다. 큰 열매가 될 사람은 자기중심이 있다"고 했다.

"행정고시에 합격했다는 소식을 듣고 똑똑한 사위 보면 딸 걱정 안 시키겠다 싶어서 내가 먼저 사위 하자고 했다. 지금껏 실망시키지 않고, 자식 농사 잘 짓고 행복하게 살고 있다."

장 시장은 "많은 가르침을 주신 친구의 아버지가 장인이 되고, 친구의 여동생이 아내가 될 줄을 몰랐다. 장인은 지금도 앞으로도 든든한 후견인이며 멘토"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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