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 인구론

입력 2014-08-08 11:11:52

영국의 경제학자 토머스 맬서스는 비관론자였다. 그가 인구론을 발표했던 1789년은 영국에서 산업혁명으로 많은 인구가 도시로 몰리던 때였다. 갑자기 도시 인구가 늘면서 빈민들은 먹을 것조차 구할 수 없는 상황에 직면했다. 이런 상황을 목도한 맬서스는 "식량은 산술급수적으로 증가하는 데 비해 인구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는 유명한 인구론을 내놨다. 인구 증가와 이에 따른 식량 부족의 암울한 미래를 경고하고 나섰던 것이다.

하지만 맬서스의 생각은 틀렸다. 19세기 유럽 인구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지 않았다. 오히려 농업기술로 식량생산이 비약적으로 늘었다. 유럽에서 맬서스는 웃음거리였다.

하지만 동양에선 달랐다. 우리나라에서 그의 이론은 금과옥조였다. 우리나라는 1960년 출산율이 6명에 달하자 1961년 부랴부랴 가족계획을 시작했다. 인구론은 이론적 바탕이 됐다. 그의 이론은 인구 증가에 대한 국민적 경각심을 일깨우기에 충분했다. 1964년 가족계획 표어는 '덮어놓고 낳다 보면 거지꼴을 못 면한다'였다. 1973년 '딸 아들 구별 말고 둘만 낳아 잘 기르자'란 구호가 처음 등장했고 1980년대 들어서는 '둘도 많다'며 한 자녀 하나 갖기 운동이 점화됐다.

중국도 마찬가지였다. 1979년 한 자녀 갖기 정책이 시작됐다. 우리나라와 다른 점이 있다면 산아제한을 강제했다는 점이다. 두 자녀 이상을 가지면 연간 소득의 3~10배에 이르는 벌금을 물렸다. 산아제한 정책을 실시한 이후 중국에서는 3억 건이 넘는 낙태수술이 이뤄졌다.

한국이나 중국이나 뒤늦게 산아제한의 이점보다 문제점이 더 크다는 것을 인식하게 됐다. 한국에서 출산율은 1.17명까지 떨어졌고 남아선호 사상이 뿌리깊은 중국에서 2012년 남'여 성비는 117.7대 1까지 치솟았다. 지금 태어나는 아이는 조부모와 부모, 자식까지 홀로 부양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미래가 암울할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에서 먼저'한 자녀보다는 둘, 둘보단 셋이 더 행복하다'는 구호가 등장했다. 중국도 한 자녀 정책을 과감하게 포기하고 있다. 늦었다. 늦어도 너무 늦었다. 출산율이 2명대로 떨어진 1980년대에는 새로운 정책이 나왔어야 했다. 요즘 부모들은 아이를 많이 낳으라고 해도 여건이 안 된다. 맬서스의 인구론이 틀렸다는 사실이 동양에선 이제야 새삼 회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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