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 곳 잃은 오페라재단] <4·끝>향후 방향

입력 2014-08-06 07:32:29

부산 바닷가 시드니 표방한 대규모 오페라하우스 착공

▲부산오페라하우스 조감도
▲부산오페라하우스 조감도

2003년 개관한 대구오페라하우스는 단일 공연장으로 국내 최초의 오페라 전용극장이라는 입지를 다져왔다. 하지만 이런 독보적인 존재감도 2020년까지다. 총 사업비 2천600억원이 투입되는 부산오페라하우스가 설계에 착수해 올해 안에 착공에 들어갈 예정이기 때문이다. 부산시는 호주 시드니 오페라하우스를 모델로 부산항 바닷가에 지하 2층, 지상 7층, 전체 면적 4만9천㎡ 규모의 '엄청난' 위용을 자랑하는 오페라하우스를 짓겠다는 포부다.

당장 오페라를 대구 대표 문화 브랜드 중 하나로 내세워왔던 대구로서는 상당한 위협이 아닐 수 없다. 부산 오페라하우스가 완공되면 대구와는 규모 면에서 비교가 안 된다. 대지 면적만 해도 대구의 5.6배, 사업비 규모 역시 대구 600억원에 비해 4배 이상이 투자된다. 1천500석 극장이 사실상 전부인 현재의 대구오페라하우스와는 확연한 차이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이 때문에 대구는 내실을 다지고 실력과 콘텐츠로 승부해야만 한다. 대구오페라하우스를 지켜보는 지역 음악인들의 시선에는 오페라재단 활성화에 대한 기대와 함께 불안감도 교차한다.

사실 오페라재단은 출범 이전에 장기적인 관점에서 오페라오케스트라와 합창단, 연습실과 세트·의상 창고 확보 등에 대한 사전 검토를 했어야 했다. 그러나 재단화 과정에서 이런 문제들은 아예 고려 대상에 끼지도 못했다. '재단화'라는 껍데기를 갖추는 데만 급급했다. 음악인들은 "처음 1년은 시행착오라고 생각하더라도, 지금부터라도 새롭게 판을 구성해 오페라재단을 바로 세워야 한다"고 입을 모았지만 전망이 그리 밝지 않다.

신미경 계명대 초빙교수는 "이사진의 전문성을 보다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10명의 오페라재단 이사진 중 지역 음악인은 김완준 계명아트센터 관장과 김성빈 전 대구국제오페라축제 집행위원장 2명뿐이다. 신 교수는 "오페라 제작 시스템을 이해하고, 지역 실정에 대한 이해가 있는 인물이 필요하다"고 했다. 현재 오페라축제자문위원회가 부족한 전문성을 보완하는 기능을 하고 있지만 권한이 없는 '자문' 기구일 뿐이다. 조직 개편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신 교수는 "지금의 조직으로는 특정 직원들에게 업무가 가중되고, 기존의 업무 노하우를 살릴 수 없다"고 밝혔다.

최승욱 대구음협회장은 "현재의 오페라재단은 톱니바퀴가 맞지 않다는 인상이다 보니 통합을 위한 시너지는커녕 오히려 폐단만을 낳고 있다"며 "국제적인 것도 좋지만 대구가 살아야 오페라가 존재할 수 있다는 기본 인식을 바탕으로 지역에 뿌리를 둔 사업을 확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성빈 전 집행위원장은 "재단화의 필요성으로 강조됐던 '전문성'과 '효율성', 그리고 '자율성'이라는 단어에 충실해야 한다"고 밝혔다. 주요 인적 구성뿐 아니라 작품과 직원들의 개별 업무에 있어서도 전문성을 살려줄 필요가 있으며 이를 통해 시스템적 효율성을 추구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특히 김 전 위원장은 "무엇보다 재단의 자율성을 갖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지금같이 운영된다면 오페라재단의 존재 이유를 부각시키기 힘들다"고 언급했다.

10월 축제 기간을 빼고는 오페라를 만날 수 없는 현재의 극장 운영 구조를 바꿔 상시 공연 관람이 가능한 체계로 개편해야 한다는 의견 제시도 있었다. 한 지휘자는 "대구는 이미 10년 이상 노하우를 축적해 온 만큼 대구를 찾는 관광객 누구나 오페라를 관람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가야 한다"며 "몇 개의 작품을 상시적으로 공연하는 외국의 레퍼토리'시즌제 도입도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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