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m 남긴채 급류에 멈춰…순식간에 계곡속으로

입력 2014-08-05 10:55:19

거센 물살 이기지 못한 승용차, 차량에 물 차오르며 떠내려가

갑자기 불어난 계곡물에 휩쓸려 7명이 숨진 청도군 운문면 삼계계곡 사고 발생 지점인 잠수교에서 4일 차량이 물살을 헤치고 통행하고 있다. 차량이 지나는 움푹 파인 지점에서 사고 차량이 휩쓸린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우태욱 기자 woo@msnet.co.kr
갑자기 불어난 계곡물에 휩쓸려 7명이 숨진 청도군 운문면 삼계계곡 사고 발생 지점인 잠수교에서 4일 차량이 물살을 헤치고 통행하고 있다. 차량이 지나는 움푹 파인 지점에서 사고 차량이 휩쓸린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우태욱 기자 woo@msnet.co.kr

청도 운문면 삼계계곡은 전형적인 산간 계곡이다. 계곡 위쪽에는 청도와 울산을 가르는 산들이 겹겹이 둘러싸고 있다. 이곳에 큰비가 내리면 물길이 빠질 통로는 삼계계곡(신원천)뿐이다. 쏟아지는 흙탕물은 하천이 감당하지 못할 정도로 급류가 되고 만다. 이 때문에 태풍이나 장마 때마다 미처 대피하지 못한 피서객들의 고립 사태가 빈번하게 되풀이되고 있다.

3일 일가족 등 7명의 목숨을 앗아간 사고도 눈 깜짝할 새 계곡물이 불어났기 때문으로 보인다. 청도경찰서와 소방당국, 목격자 등을 통해 사고 당시 주변 정황을 재구성해 본다.

2일 오후 11시 20분, 호우주의보가 발령되며 빗줄기가 굵어지기 시작했다. 3일 오전 2시대까지 시간당 5~7㎜를 기록하던 강우량은 오전 3시 무렵 시간당 19㎜를 기록했다. 오전 4시대부터는 다시 소강상태로 3㎜를 기록했다. 밤새 내린 비는 70㎜였다.

3일 오전 2시 50분쯤 한모(46) 씨 가족은 이틀간 머물렀던 펜션을 떠날 채비를 갖췄다. 다른 차량 몇 대가 빠져나가는 것도 보았다. 안전한지 확인하기 위해 한 씨의 남동생이 혼자서 승용차를 몰고 잠수교를 건넜다가 다시 돌아왔다. 이번에는 가족을 태우고 건너기 시작했다. 그러나 승용차는 잠수교 끝을 5m쯤 남기고 바닥이 푹 꺼진 지점에서 물살을 이기지 못하고 멈췄다.

몰아치는 급류가 유리창 위쪽까지 차오르기 시작했다. 주위 사람들이 고무보트를 던지며 "선루프를 열어라"고 소리쳤다. 우왕좌왕하던 사이 승용차는 순식간에 휩쓸려 내려갔다.

한 씨의 차를 뒤따라 계곡을 건너려던 다른 승용차는 급히 멈췄다. 멈춰선 승용차 운전자와 펜션 업주가 거의 동시에 119에 신고했다. 비슷한 시각, 하천에 내놓은 평상마저 둥둥 떠내려갈 정도로 물이 불어나 있었다. 잠수교 인근 펜션 업주는 동생, 친구와 함께 평상을 걷으려고 급히 계곡에 들어갔다. 처음 들어갔을 때 발목까지 찰랑거리던 물이 두 번째 들어갈 때는 무릎까지 차올랐다. 불과 몇 분 사이 벌어진 일이었다. 말 그대로 순식간에 물이 불어난 것이다.

떠내려간 한 씨의 차량은 사고 후 4시간가량 지난 오전 6시 45분쯤 사고지점에서 무려 1.2㎞나 떨어진 하류에서 발견됐다. 경찰에 따르면 한 씨 가족은 펜션을 떠나기 전인 3일 오전 1시 50분쯤 집에 있던 가족에게 연락했다. "비가 오니 베란다 창문을 닫아라, 차에 우산은 있느냐" 등 문자를 보내며 조심할 것을 당부했다. 그것이 남은 가족과의 마지막 연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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