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시설에 입소해 있는 장애인을 불법 감금하고 가혹 행위를 일삼은 것도 모자라, 7억 원에 이르는 정부 보조금까지 횡령한 이른바 '구미판 도가니' 사건은 우리 사회의 정의와 인간의 양심에 다시 한 번 의문표를 던진다. 복지재단 대표와 사무국장 그리고 생활재활교사와 장애인 어린이집 시설장 등 20명이 무더기로 검찰에 기소된 이 사건은 복마전 같은 사회복지시설의 비리와 탈법이 어디까지인지 되묻게 한다.
장애인의 양팔을 뒤로 묶은 채 가둬놓고 굶기며 폭행과 감금 등을 한 행위도 충격적인데, 돈을 횡령하는 수법도 놀랍다. 사무국장 등과 짜고 장애인 어린이집과 생활시설 및 노인복지타운 식자재 납품 관계자 명의의 계좌를 통해 물품 대금을 부풀려 입금한 후 빼내는 방법으로 100여 차례에 걸쳐 6억 원이 넘는 돈을 횡령했다.
또 이사회 회의록을 위조해 복지재단으로 입금된 후원금 8천여만 원을 가족의 계좌로 빼돌렸는가 하면, 입소 장애인 수십 명의 통장에서 1천만 원이 넘는 돈을 무단 인출해 개인 용도로 사용했으며, 가짜 생활재활교사를 근무자로 꾸며 구미시 보조금을 받아 가로채기도 했다.
더 기가 막히는 일은 문제의 이 복지법인이 애당초 결격사유가 있어 보조사업 신청 자격에 미달하였는데도, 구미시가 60억 원이 넘는 각종 자금을 지원하고 온갖 불법 행위를 눈감아 줘 사건을 키웠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점이다. 단순히 '뒷북행정'이란 비난만으로 끝낼 일이 아닌듯싶다. 대구지검 김천지청은 이와 관련된 여죄를 캐내고, 시설 허가와 운영 과정에서 공무원과의 유착 여부도 철저히 밝혀내야 한다.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복지시설일수록 더 높은 도덕성과 윤리성을 겸비한 종사자들이 모여 모범적으로 운영해야 하는데, 수혜자인 장애인을 학대하고 시설 운영을 부정 축재의 수단으로 악용하는 사례를 더 이상 좌시해선 안 된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복지시설의 인권 유린과 보조금 횡령 여부에 대한 일제 점검은 물론 운영규정 보완 등 유사 사건 재발 방지를 위한 근본적인 제도 개선책도 마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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