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육교사 김모(32) 씨는 근무하고 있는 어린이집의 평가인증을 앞두고 최근 한 달간 야근과 휴일 출근을 밥 먹듯 하고 있다. 늦은 밤까지 평가인증을 위해 제출할 서류를 작성하고, 휴일에는 페인트칠과 청소 등 환경 미화 작업을 한다. 그럼에도 추가 수당은 한 푼도 받지 못했다. 김 씨는 "저녁도 보육교사끼리 돈을 모아 시켜 먹는다. 쉬지 못하고 일만 하니 지치고 가족들의 불만도 많다"고 했다.
영유아에게 안전하고 질 높은 보육을 제공하기 위해 마련한 '어린이집 평가인증'이 보육교사들의 업무 과다로 이어져 오히려 보육의 질을 떨어뜨리는 원인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시행 10년째를 맞은 어린이집 평가인증은 보건복지부의 평가인증 지표를 기준으로 어린이집을 평가해 인증을 부여하는 제도다. 보육환경, 운영관리, 보육과정, 상호작용과 교수법, 건강과 영양, 안전 등 6개 영역에서 70개 지표를 3년마다 평가하는데 이 점수는 보건복지부 홈페이지에 공개된다.
이 때문에 평가인증을 앞둔 어린이집의 보육교사들은 한바탕 '홍역'을 치러야 한다.
보육교사들은 불만이 많다. 실제 새누리당 류지영 의원이 올해 초 전국 576곳의 국공립 어린이집의 보육교사(817명)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응답자 71.4%가 평가인증제에 불만을 가지고 있었다. 설문조사 결과 이를 준비하는데 보통 4.82개월이 걸리고, 관찰자 방문 전 1개월 동안의 평일 평균 근무시간은 12시간 47분에 이르렀다. 또 응답 보육교사의 93%는 관찰자 방문 전 1개월 동안 토요일 근무를 했고, 일요일 근무를 한다는 응답도 50%를 넘었다.
평가인증이 학부모가 어린이집을 선택하는데 주요 기준이 되지만 보육교사들이 평가인증에 '올인'하느라 본연의 업무를 소홀히 하게 돼 부모들도 불만이다. 조희원(35) 씨는 몇 달 전 네 살 난 아들이 다니는 어린이집으로부터 하루만 등원을 시키지 말아 달라는 전화를 받았다. 평소 산만하고 집중력이 부족하다는 얘기를 듣던 아들이 평가인증을 받을 때 어린이집에 있으면 점수가 깎일 것 같다는 어린이집 측의 말을 듣고는 화가 치밀었다는 것. 조 씨는 "좋은 평가를 받겠다고 교육정신마저 내팽개치는 어린이집의 꼴을 보니, 평가인증을 왜 하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실정이 이렇다 보니 평가인증제를 손봐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보육일지 등의 서류를 간소화하고 3년 중 하루 관찰로 평가할 것이 아니라 지속적인 평가로 어린이집의 질을 평가하고 관리해야 한다는 것.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70개의 지표를 50개로 간소화하고, 면담을 추가해 문서 비중을 축소하는 등 평가인증을 조만간 개선할 계획"이라며 "보육교사의 부담을 줄이고자 보육계획안이나 식단표 등도 정보공시내용을 평가서류로 대체해 올 10월부터 시범시행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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