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만의 지독한 여름 가뭄…'물 찾아 3만리' 행렬

입력 2014-07-31 11:27:20

강우량 작년 절반 아래 '뚝' 예천·의성 농작물 고사 직전

가뭄이 심각해지면서 가뭄 비상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김관용 경상북도지사는 30일 영덕을 찾아 가뭄 상황을 직접 점검했다. 김 지사는 가뭄 대책 상황실 마련 등 향후 비상 상황에 대비하라고 지시했다.
가뭄이 심각해지면서 가뭄 비상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김관용 경상북도지사는 30일 영덕을 찾아 가뭄 상황을 직접 점검했다. 김 지사는 가뭄 대책 상황실 마련 등 향후 비상 상황에 대비하라고 지시했다.
가뭄이 극심한 의성 금성면에서는 29일 금성산 정상에서 기우제를 올렸다. 금성산은 산 정상에 묘를 쓰면 석 달간 비 한 방울 내리지 않는 가뭄이 들고, 묘를 쓴 가족 일가와 후손들이 운수대통해 큰 부자가 된다는 전설을 간직한 영산이다. 이 때문에 가뭄이 극심할 때 금성산 주변 주민들이 산 정상 묘를 파헤치고 기우제를 올리면 큰 비가 온다는 속설이 지금까지 전해온다. 의성 이희대 기자 hdlee@msnet.co.kr
가뭄이 극심한 의성 금성면에서는 29일 금성산 정상에서 기우제를 올렸다. 금성산은 산 정상에 묘를 쓰면 석 달간 비 한 방울 내리지 않는 가뭄이 들고, 묘를 쓴 가족 일가와 후손들이 운수대통해 큰 부자가 된다는 전설을 간직한 영산이다. 이 때문에 가뭄이 극심할 때 금성산 주변 주민들이 산 정상 묘를 파헤치고 기우제를 올리면 큰 비가 온다는 속설이 지금까지 전해온다. 의성 이희대 기자 hdlee@msnet.co.kr
경북지역에 극심한 가뭄으로 인해 식수 공급이 되지 않는 마을이 발생하는 등 가뭄피해가 확산되고 있다. 30일 영양군 입암면 대천리 한 마을의 공동 생활용수로 사용되는 물탱크의 물이 5일 전부터 바닥을 보이자 입암면 119안전센터 소방대원들이 소방 물탱크차를 동원해 매일 물을 공급하고 있다. 성일권 기자 sungig@msnet.co.kr
경북지역에 극심한 가뭄으로 인해 식수 공급이 되지 않는 마을이 발생하는 등 가뭄피해가 확산되고 있다. 30일 영양군 입암면 대천리 한 마을의 공동 생활용수로 사용되는 물탱크의 물이 5일 전부터 바닥을 보이자 입암면 119안전센터 소방대원들이 소방 물탱크차를 동원해 매일 물을 공급하고 있다. 성일권 기자 sungig@msnet.co.kr

◇강우량 작년 절반 아래 '뚝' 예천·의성 농작물 고사 직전

농작물이 타들어가고 있다. 여름 가뭄으로는 20년 만에 가장 지독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그나마 벼와 과수는 그런대로 버티고 있지만 밭작물은 가뭄에 직격탄을 맞고 있다.

군내 저수지 저수율 평균이 35%대로 추락한 예천. 지난해 6월 197.2㎜였던 강우량이 올해 같은 달에는 72.1㎜까지 추락했다. 이달 강우량은 지난해 159㎜였지만 올해는 44.2㎜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군내 82곳 저수지는 물이 대부분 말라 바닥을 드러냈다.

고추와 콩 등 대부분의 밭작물들은 물이 없어 크지를 못하고 있다. 심한 가뭄으로 고사 직전에 이르고 있다는 것이 농민들의 하소연이다. 이달 강우량이 지난해 절반 수준인 의성. 단촌면 장림'방하리, 신평면, 안평면 등지 고추밭과 콩밭은 생기를 잃어버렸다.

가뭄이 극심한 단촌면의 경우, 벌써 가뭄 비상 대책이 시행됐다. 건설업체들이 갖고 있는 살수차를 동원해 방하리 강구들과 장림리 금산들 등의 타들어가는 밭에 물을 대고 있는 것이다. 의성군 관계자는 "긴급 예비비를 편성해 우물을 파고 하천물을 끌어대고 있다"고 했다.

도개'해평'산동면 등지 넓은 농지를 갖고 있는 구미에서도 농민들의 '물 찾아 3만 리'가 시작됐다. 일부 지역 저수지 물이 고갈되면서 해평면에서는 낙동강 구미보 하류에 설치된 양수장에서 물을 퍼올린 뒤 3단계 양수작업에 들어갔다.

600㎜ 양수기 2대를 가동해 오상리까지 물을 공급한 후 그곳에서 또다시 600㎜ 양수기 2대를 가동해 10㎞ 떨어진 창림저수지까지 물을 보내고 있다.

하지만 중간쯤에 자리하고 있는 마을인 오상리, 금산리, 도문리에서 물을 사용한 탓에 정작 창림저수지에는 물이 닿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결국 창림리 농민들은 대형 굴삭기를 동원, 창림저수지 상류에 웅덩이를 파기 시작했다. 웅덩이에 물이 고이면 농가마다 따로 양수기를 이용해 밭에 물을 댈 참이다.

마을 주민 김종해(80) 씨는 "고추'땅콩'고구마 등 밭작물의 피해는 이미 심각한 수준이다. 가뭄이 정말 심한 곳은 벼도 상처를 입기 시작했다. 저수지 하류 쪽은 그나마 견디고 있지만 위쪽은 물이 말라 논바닥이 갈라지고 있다. 이제 벼가 다 성장해 알이 여무는 가장 중요한 시기인데 물이 없어 잠이 오질 않는다"고 했다.

5월 1일부터 이달 30일까지 지난해보다 무려 203㎜의 비가 적게 내린 경산. 이곳 농업기술센터는 1995년 센터 개소 이후 여름철 가뭄으로는 올해가 최악이라고 했다.

경산시농업기술센터가 하양읍, 자인'압량면 등 3개 지역에 대한 토양 수분을 측정해본 결과 복숭아밭은 23%, 대추밭은 24.4%, 사료작물은 11%에 불과했다. 적정 토양 수분은 60~80%인데 기준치를 크게 밑돌고 있는 것이다.

이달 한 달 동안 강우량이 지난해보다 100㎜나 적은 울진 삼포2리의 김영기(76) 씨는 "평생 농사를 지어왔지만 여름 장마철에 이렇게 비가 안 오기는 난생처음"이라며 "콩과 고추 농사를 다 망쳤다"고 했다.

의성 이희대 기자 hdlee@msnet.co.kr 예천 권오석 기자 stone5@msnet.co.kr 구미 정창구기자 jungcg@msnet.co.kr

◇안동·경산 등 식수 고갈…관로 설치·급수차 총동원, 울진은 제한급수 불가피

지독한 가뭄 끝에 마실 물까지 모자라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급수차가 오지 않으면 생활이 불가능한 마을이 곳곳에 생겨났고, 1.5㎞ 떨어진 곳에서 물을 끌어대고 있다.

안동'임하댐이 있는 물의 도시 안동에서도 가뭄이 현실화하고 있다. 그간 안동시는 기후변화에 대비해 매년 암반관정 개발에 5억~10억원씩을 쏟아부었다. 올해도 예비비 2억원을 지원해 하천 바닥을 파고, 멀리서 물길을 대고 있다. 최근 서후면 교리 저수지가 바닥을 보이자 1.5㎞ 밖에 있는 물을 끌어오려고 관로를 설치했고, 남후면 무릉리 소장골 주민들도 높이 150m의 산을 넘기는 양수작업에 나섰다. 녹전면 매정리 담마마을 113가구 258명의 마실 물 해결을 위해 급수 차량 10대와 급수 탱크 10개(2t)를 확보해 수시로 물을 실어나른다.

영양에서는 이미 지난 6월부터 소방차를 통해 급수를 해왔다. 안동소방서 영양 입암119센터는 입암면 산해4리 명산골 15가구에 대해 하루 1~3t의 식수를 공급해 왔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최근 농사용 우물물을 식수로 사용해도 된다는 판정을 받은 것이다.

하지만 입암면 대천리 샘실과 늑구마을 8가구, 영양읍 동부2리 찰남뱅이 마을 4가구는 27일부터 소방차에서 길어오는 물에 의존해 일상생활을 꾸려가고 있다.

경산소방서는 간이상수도 물이 말라 식수난을 겪고 있는 경산시 유곡동 한 암자(도솔암)에 1주일 전부터 3차례에 걸쳐 1만2천여t의 식수를 공급했고, 금천119안전센터에서도 지하수 고갈로 식수난을 겪고 있는 청도군 매전면 덕산리에 소방차로 8천여t의 식수를 공급했다.

울진군 울진읍'죽변면'북면도 어렵다. 특단의 대책으로 왕피천에서 하루 8천t의 물을 길어 주민 2만여 명에게 공급하고 있다. 가뭄이 계속되면 제한급수가 불가피한 실정이다.

대구지역에 식수를 공급하는 수자원공사 운문권관리단에 따르면 30일 현재 운문댐 저수율은 22.5%로 예년의 절반 수준에 그치고 있다. 운문권관리단 측은 "8, 9월에 예년처럼 강수량 250㎜ 정도만 기록해도 용수 공급에는 큰 차질이 없을 것이다. 그러나 가뭄이 지속되면 동창천 유지용수를 줄이고, 대구시와 생활용수 공급 문제도 협의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안동 영양 엄재진 기자 2000jin@msnet.co.kr 청도 노진규 기자 jgroh@msnet.co.kr 경산 김진만 기자 factk@msnet.co.kr 울진 강병서 기자 kbs@msnet.co.kr

◇저수지 물 말라 수온상승…영양서도 물고기 떼죽음, 남구미대교엔 짙은 녹조

경북도내 곳곳에서는 물고기 떼죽음이 잇따르고 있고, 녹조도 심각한 상황이다.

30일 대구지방환경청에 따르면 이달 말 낙동강 칠곡보에서 물고기 집단폐사 현상이 나타났다. 낙동강 칠곡보 우안에서는 열흘간 잉엇과 민물고기인 강준치 400여 마리가 떼죽음을 당했다. 수자원공사는 30일 오전에도 이곳에서 죽은 강준치 18마리를 추가로 수거했다.

대구지방환경청은 수질검사, 독극물 분석 등을 진행했지만 아직 원인은 밝혀지지 않고 있다. 특정 어류집단에 질병이 생겼는지 파악 중이며, 다음 주쯤 결과가 나온다.

칠곡보 상류지역에서는 눈에 확연히 드러날 정도로 심각한 녹조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미 29일 칠곡보 구간에 '출현 알림' 조류경보가 발령됐고, 31일 현재 구미와 칠곡 경계인 남구미대교 인근 낙동강에는 짙은 녹색띠가 강변을 따라 형성돼 있다.

녹조는 남구미대교에서 약 5㎞ 상류인 구미시 비산동 산호대교 인근 낙동강에서도 목격된다. 산호대교 상류지역에서도 강변을 따라 형성된 선명한 녹색띠가 천천히 움직이고 있다. 올해는 유난히 비가 적어 녹조가 더욱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한편 저수지 물이 마르면서 영양군 청기면 토곡리 죽곡저수지에서는 25일부터 이틀 동안 배를 드러낸 채 죽은 붕어 약 150㎏이 떠올랐다. 군청은 죽은 물고기 수를 500여 마리로 추산했다.

영양군은 물고기 폐사원인이 수온상승에 의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영양군은 17일 죽곡저수지 붕어 폐사가 시작되자 곧바로 경북도보건환경연구원 북부지원에 수질검사를 의뢰했다. COD, BOD, 총인'총질소, 클로로필a, 유기인, 암모니아성 질소, 질산성질소 등 8가지 항목을 검사한 결과, 30일 모두 정상수치로 나왔다.

이에 따라 영양군은 30일 2차 수질검사를 의뢰해 놓고 있다. 영양군은 물고기 폐사원인이 수온상승 때문으로 보고 있다. 영양군 환경보전과 권영찬 환경관리담당은 "물고기가 폐사하던 때 죽곡저수지의 수온이 한때 28℃까지 치솟은 적이 있다. 물고기들은 수온이 24도 이상이면 활동에 지장을 받는다"고 했다.

엄재진 기자 2000jin@msnet.co.kr

전창훈 기자 apolon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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