얽히고 설킨 대학 본부·교수회…경북대 총장 '재선거' 매듭 풀까

입력 2014-07-30 11:00:33

경북대 차기 총장 선거…본부 "명예 실추…재선거 해야"

경북대 총장 재선거의 관건은 본부와 교수회의
경북대 총장 재선거의 관건은 본부와 교수회의 '합의'이다. 지난달 26일 치러진 경북대 차기총장 선거에서 총장임용후보자 추천위원들이 투표를 하고 있다. 정운철 기자 woon@msnet.co.kr

경북대학교 본부가 29일 차기 총장 재선거를 전격 결정했다. 그러나 본부의 재선거 실현 여부는 교수회와의 합의에 달려 있다. 만약 본부와 교수회가 파국으로 치닫는다면 총장 공백이라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불가피하다.

◆임용추천위원 3인 초과 일련번호 명기 투표용지 사전 선거운동 의혹도

경북대 본부와 교수회는 정부로 따지자면 행정부와 국회의 관계로 설명할 수 있다. 그동안 본부와 교수회는 총장 선거와 관련해 치열한 대립을 거듭해 왔다.

교수회는 지난 3월 '경북대총장 임용후보자 선정에 관한 규정안'을 가결했다. 규정안의 핵심은 총장 직선제 폐지이다. 규정안에 따라 총장임용후보자 선정에 관한 제반 사항을 총괄 관리'지원하는 기구로 총장후보자 선정관리위원회를 두고, 교수회가 선정관리위원회를 구성한다. 또 선정관리위원회가 소집하는 총장 임용후보자 추천위원회가 최종 1, 2순위 후보자를 선출한다.

앞서 교수회는 본부의 총장 직선제 폐지에 반발해 지난해 말 총장 불신임 투표까지 벌이며 강하게 저항하다가 결국 포기했다. 대신 '경북대총장 임용후보자 선정에 관한 규정안'은 교수회가 주도했다.

문제는 규정안에 따라 지난달 26일 치른 차기 총장 선거에서 불공정 논란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당시 선거에 참여한 총장 후보 지원자들의 반발이 거세지면서 급기야 본부는 29일 '제18대 총장후보자 선정 과정에 관한 담화문'을 통해 "일련의 불공정 사태로 대학의 명예가 실추됐다"며 재선거를 결정했다.

본부는 ▷총장임용추천위원회의 내부위원은 단과대학별로 최대 3인을 넘을 수 없음에도 공과대학에서는 4인이 선정된 점 ▷모 후보자가 선정 당일에 이 사실을 선관위원장에게 지적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는 점 ▷선정 당일 4차례에 걸쳐 실시된 투표에서 투표용지에 일련번호가 명기된 점 등을 선정 무효에 해당하는 사유로 판단했다.

이외 ▷외부 총장임용추천위원회 선정기관이 일부 후보자들에게 알려져 사전 선거운동이 가능했다는 의혹 ▷총장 후보자들이 공정한 선거를 위해 총추위원 선정과정에서 참관인을 요구하였으나 선관위에 의해 묵살된 점 ▷학칙기구인 교수회가 일련의 총장임용후보자 선정 과정 및 일정, 그리고 그 결과의 처리를 대학본부와 전혀 상의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한 점 등을 재선정 사유로 들었다.

◆교수회 "구성원 현혹 마라"…위원 4명 선정은 사무착오, 비밀 투표 침해한 적 없어

이에 대해 교수회는 아직 뚜렷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본부의 담화문에 대해 교수회의 중지를 모으는 단계로 보인다. 다만 교수회가 주관한 총장후보자 선정관리위원회 측은 재선거 불가 입장을 거듭 분명히 밝혀 왔다. 특히 이달 21일 이대우 선정관리위원회 위원장(교수회 의장) 명의로 전체 교수들에게 보낸 메일에서 "현재 상황에서는 재선정을 고려하지 않는다"며 "선정관리위원회의 진정성에도 불구하고 여러 의혹이 학내 구성원들을 동요시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본부에서 제기한 여러 의혹에 대해 공식 입장을 밝혔다. 우선 공과대학에서 4인이 위원으로 선정됐다는 점에 대해 "사무착오가 있었다. 이 사실을 이미 인정하고 사과했다"며 "그러나 규정 위반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선거가 모두 무효로 처리되는 것은 아니다. 관련 기관으로부터 선거 무효 판결이 내려지기 어렵다는 구두답변을 받은 바 있으며, 현재 공문으로 답변해줄 것을 요청 중"이라고 밝혔다.

또 모 후보자가 선정 당일에 규정 위반을 선정관리위원장에게 지적하였던 의혹에 대해 "'사적 대화' 수준이며, 그 후로도 모 후보는 선거 이의 제기 기간에 이와 관련한 어떤 공식적 이의도 선관위에 제기한 사실이 없다"고 반박했다.

이외 ▷후보자의 추첨 및 선발과정에 참관인을 두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판단했지만 1, 2, 3차 투'개표과정에서의 후보자 측 참관인은 허용했다는 점 ▷사전선거운동을 막기 위해 사전선거운동을 금하는 메일을 후보자들에게 여러 차례 발송한 점 ▷투표용지의 일련번호 부여 및 그 관리방식은 선관위에서 정하여 운영한 바 투표의 비밀을 침해했다는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점 등을 해명했다.

◆ 총장 임명 지연 사태 불보듯…본부 "후보 선정 규정 정비", 교수회 "동의 거쳐야 가능"

본부와 교수회가 재선거를 둘러싸고 기존의 입장 차이를 되풀이할 경우 총장 임명 지연 사태가 불가피하다. 현 총장의 임기는 8월 31일까지로, 안 그래도 촉박한 재선거 일정에 본부와 교수회가 첨예한 갈등을 거듭한다면 사태 해결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본부 측은 29일 담화문에서 "법령과 학칙이 인정하는 교무 통할권의 범위 내에서 선관위의 잘못된 결정을 시정하기 위해 허락된 모든 권한을 발동할 것"이라며 "우리 대학의 조속한 정상화와 이번 총장임용후보자 선정 과정에서 나타난 문제점들을 해결하기 위해 관련 규정을 재정비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관련 규정 재정비라는 게 말처럼 쉽지 않다. 규정 재정비란 '경북대총장 임용후보자 선정에 관한 규정안' 개정을 말한다. 규정상 총장임용후보자 선정에 관한 제반 사항을 총괄 관리'지원하는 선정관리위원회의 권한을 박탈하고 새로운 위원회를 구성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본부 관계자는 "규정 개정에는 또 다른 절차가 필요하다. 정식 공고 이후 법제심의위원회를 열고 학장회의, 교수회 등의 동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며 "어차피 교수회와의 합의가 필요한데, 교수회 의장이 선정관리위원회 위원장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합의 과정이 오래 걸릴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학교 구성원들은 본부와 교수회가 총장 공백 사태만큼은 막아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정부의 각종 재정 지원사업이나 구조조정을 추진하기 위해 대학의 변화와 혁신을 서둘러야 하는 절박한 시점에서 총장 공백 사태는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함인석 총장은 "차기 총장의 공백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막고 이번 사태에 따른 악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학교 구성원의 지혜와 역량을 모으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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