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없는 거리 1년 내내 문화 축제…발길 끊긴 구도심 살린 '금맥'
국내 으뜸의 문화, 관광, 스포츠, 교육 강소도시로 바뀌고 있는 문경에서 폐광의 그림자가 사라지고 있다. 특히 도심 공동화 현상으로 침체에 빠졌던 구도심에 다시 사람들이 몰리고, 상가 매출이 늘어나는 등 도시 전체가 균형 있게 신바람을 내기 시작했다.
신바람의 진원지는 구도심 한복판인 점촌 기차역부터 옛 경찰서까지 356m에 조성된 '차 없는 문화의 거리'다. 30여 년 전 문경이 석탄산업으로 호황을 누렸던 시절 '개도 만원짜리를 물고 다녔다'는 그 골목이지만 폐광 이후 침체일로를 걸었다.
그러나 지금은 실개천이 흐르고 거리 공연장이 들어선 희망의 거리로 바뀌었다. 상주'예천 등 인근 젊은이들까지 몰리면서 명소로 둔갑해 도심에 생기를 불어넣고 있다.
이 거리는 문경시가 주민들의 청원을 받아들여 '도시재생 프로그램'에 적극 수용한 곳이다. 문경 도심의 새로운 변화를 불러올 기반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대박 터뜨린 '차 없는 문화의 거리'
"조그마한 시골도시에도 서울의 청계천처럼 실개천이 흐르는 '차 없는 거리'가 있네요. 이곳에서 수준 높고 재미있는 거리공연이 펼쳐지고, 많은 사람들이 모여 즐기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문경새재만큼이나 인상적이군요."
최근 문경을 방문한 외지 관광객들이나 기차를 타려고 밤늦게 점촌역을 찾았다가 문화의 거리를 본 여행객들의 다양한 반응이다.
356m 길이의 이 거리는 지난해 7월 문경시가 40억원을 들여 조성했다. 도심 한복판에 실개천이 흐르고 시원한 물줄기를 뿜어내는 다양한 분수대와 각종 조형'조경물, 소공연장 등을 갖추고 있다. 차가 다니지 않고 열정적인 거리공연 환경이 조성되어 시민 만남의 장소, 쾌적한 쇼핑환경이 조성됐다. 깊이 30∼50㎝, 폭 100∼130㎝로 S자 모양으로 흐르고 있는 실개천 주변에는 흐르는 물에 발을 담그고 이야기를 나누는 시민과 종이배를 띄우며 물장난을 치는 아이들의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어둠이 내리면 화려한 경관 조명 100여 개가 동시에 켜져 환상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상인 김명호(57) 씨는 "유동인구가 문화의 거리 조성 전보다 두 배 이상 많아져 아웃도어 매장이 이곳을 기준으로 집중 조성되는 등 상점들의 매출도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라고 했다.
늘어나는 유동인구 덕분에 이곳은 지역에서 활동하는 가수와 연주단체의 거리 공연이 1년 내내 이어져 연중 축제무대가 되고 있다.
입소문을 타면서 문경을 찾은 관광객과 국군체육부대를 찾은 전지훈련단들도 이 거리를 찾아 쇼핑과 함께 차 한잔, 술 한잔 나누는 분위기가 자연스레 형성되고 있다.
주변 상가도 분위기에 맞는 새로운 업종으로 바뀌기 시작했고, 최근 문을 연 록카페 등 주점 3곳과 커피숍 3곳은 찾아드는 손님을 다 못 맞을 정도로 연일 호황을 누리고 있다.
관공서들의 대거 이전으로 상대적 호황을 누렸던 모전동 신시가지 상인들이 이제는 부러워할 정도가 됐다. 택시기사 박규정(46) 씨는 "불과 1년 전만 해도 구시가지에서 신시가지로 향하는 택시손님이 월등히 많았는데, 이제는 점심시간은 물론 직장인 퇴근 이후 많은 택시들이 구시가지 쪽으로 내려오는 역 흐름이 만만치 않다"고 했다.
2000년대 들어 상권이 쇠락하면서 주차 골목으로 변했던 구시가지에 '차 없는 문화 거리'를 조성하면서 일어난 변화다. 문경이 기존의 문경새재 등 주요 관광지 외에 도심에도 새로운 명소가 탄생한 것은 누구도 생각지 못한 일이었다.
◆폐광 이후 극심했던 도시 불균형
시'군 통폐합 이전에 점촌시로 불렸던 문경시청 소재지는 국민관광지 문경새재 등 주요 관광지와 20㎞ 이상 떨어져 상대적으로 '폐광'의 후유증이 오랫동안 지속됐다.
1980년대 중반부터 문경의 도시개발계획이 30여 년째 행정구역 남쪽 끝자락인 상주 경계지점 쪽으로 치우쳐 진행되는 바람에 극심한 도심 공동화 현상이 발생, 경기침체와 인구감소로 이어지는 등 상당한 부작용으로 이어졌다.
특히 1980년대 초 구시가지인 점촌동에 있던 버스터미널이 옮겨간 데 이어 문경시청사도 1989년 상주 함창읍과 인접한 점촌 5동(모전동)으로 이전하면서 극심한 도심 불균형 개발이 시작됐다. 비슷한 시기 구시가지 중심 상권에 있던 한전 문경지점과 문경제일병원이 점촌 5동으로 이전했고, 2005년 등기소, 2006년 연금관리공단과 선거관리위원회가 옮겼으며, 2008년 3월에는 경찰서까지 이전했다. 관공서들이 균형 있게 흩어 분산된 것이 아니라 점촌 5동으로 몰아서 이전된데다 인근 일대 60여 만㎡가 택지로 집중 개발되면서 베드타운에다 상권까지 모두 갖춘 명실상부한 신시가지로 거듭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점촌 5동은 남'서쪽이 모두 상주 함창읍에 가로막혀 더 이상 팽창이 불가능한 한계상황에 도달한 상태가 됐다.
결국 1980년대 근시안적인 도시개발계획은 도시발전 불균형 현상 가속화라는 난제만 남긴 꼴이 됐다. 더욱이 도시개발이 문경을 관통하는 구도심 쪽 영강을 배제한 채 이뤄져 쾌적한 주거환경은커녕 둔치 등 시민 휴식공간이 전혀 확보되지 못해 시민 불편까지 가중됐다.
문경의 불균형 도시 개발로 직격탄을 맞은 곳은 현재 문화의 거리가 조성된 점촌역 앞 구도심권.
신시가지에 대형소매점 등의 잇따른 입점으로 유동인구가 줄면서 문을 닫는 점포가 늘었다.
시청 직원들이 주로 이용하던 식당들은 공무원의 발길이 뚝 끊기면서 대부분 폐업하거나 전업했다. 밤이면 네온사인이 번쩍이던 곳은 어둠만 짙게 내려앉는 곳으로 변해 버렸다. 2006년 이후 구도심권 지역을 중심으로 해마다 200~300여 명씩 감소했고, 모전동 등 신도심지역은 해마다 700명 가까이 늘어났다.
◆정부 도시재생사업 공모에 도전
고윤환 문경시장은 취임 이후 구도심 상가의 명성 회복을 위해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올해도 도시 균형발전을 주 내용으로 한 '도시 재창조'를 시 행정의 첫 머리에 두고 있다.
'문경시 도시공간 재창조 프로젝트 연구용역'을 통해 도시재생 프로그램을 만들어 두고 있다. 구도심이 가진 역사와 문화를 바탕으로 타지역과 차별화된 문경다운 모습으로 도심을 재생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점촌역을 중심으로 시민광장이 조성되고 숙박시설 및 각종 업무시설이 들어설 전망이며, '문경 8진미 거리'라는 열십자 형태의 먹거리타운이 추가로 조성된다.
모전오거리에서 흥덕삼거리까지 중앙로 2.6㎞ 구간을 한전 지중화 사업과 인도 정비를 병행 추진한다. 이 사업은 한전과 업무협약을 통해 시비 부담을 줄이고 갓길 노상주차대 설치로 주차문제 해결과 상가 활성화 등 두 마리 토끼를 잡는다.
흥덕동 회전교차로 설치사업은 시가지 교통 흐름을 원활하게 하고 또 하나의 볼거리를 제공한다.
시는 이를 위해 전선 지중화에 220억원, 간판 디자인 개선 49억원, 회전교차로 설치 20억원, 먹거리골목 30억원 등 모두 11개 사업에 376억원을 투입시키고 있다. 문경시는 이 같은 계획과 도심 재생용역을 통해 2015년 정부 도시재생사업 공모에 도전하기로 했다.
고윤환 문경시장은 "2012년 이전 점촌 구도심에 대한 투자는 매우 미흡했다"며 "하지만 2012년 이후 선제적으로 점촌 구도심에 대한 투자를 늘려 왔고, 특히 올해 문경시 전체를 대상으로 한 도시계획 재정비 용역과 도시 재생프로그램이 계획대로 완성되면 문경은 가장 균형발전이 잘된 대한민국 대표 강소도시로 부각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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