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년 공기업에서 퇴직한 막내 남동생과 5남 3녀의 맏이인 저와의 나이 차이는 스물세 살.
우리 집사람이 동생들 다 모인 자리에서 "예나 아빠 아주 어릴 때 시골 셈촌 거랑에서 목욕시켜준 목욕비 늦었지만 지금 받아야겠다"는 말에 "받아야지" 웃으면서 지난 세월 얘기를 했답니다.
제 아래로 동생 9명 중 2명은 부모님 가슴에 못만 박고 일찍 세상을 떠났지요. 저와 동생 7명을 없는 살림에 갖은 고생 다 겪으시며 키워주신 은혜 우리가 부모 되고 절실히 깨닫게 됩니다.
50대 중반에 아버님 돌아가신 슬픔으로 한 많은 세상 살다 가신 어머님. 80대 초반에 돌아가셨지만 내 몸 성치 않으셔도 항상 미소 띤 얼굴 인자하신 모습으로 경로회관 다니시며 봉사 활동도 많이 하셨지요. 아련한 추억으로 떠오릅니다. 시골집 넓은 마당에서 덕석 깔고 저녁식사 할 때 아버님이 "죽을 먹더라도 마음이 편해야 된다는 말씀"을 하셨는데, 정직하고 인자한 성품 그 부모님의 보석 같은 유전자를 우리 8남매께 골고루 물려주셔서 저희들이 살아가는 데 큰 자산이 되었고 앞으로도 잘 가꾸어 가겠습니다.
어느 해 아버님 제사 때 음복 후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 셋째 남동생이 "이렇게 헤어지기 아쉬우니 매월 등산가는 것이 어떻겠느냐?" 하기에 모두가 "좋지"라고 했다.
"그럼 회장은 큰 자형이 맡고 총무는 둘째 형(당시 전신전화국 사원) 월회비는 1만원씩, 날짜는 큰형님 시장 노는 날인 넷째 일요일로, 점심은 각자 지참하고 차 있는 사람이 그날 무료봉사. 모두 만장일치로 가결 땅땅."
다음 달부터 모여 보니 너무나 반갑고 즐거웠습니다. 산으로 들로 발길 가는 대로 다니며 촌에서 살던 이야기, 부모님 이야기 태산 같은 추억들을 쏟아부으며 이야기꽃을 피웠습니다. 점심때는 16명이 둘러앉아 먹는 점심 반찬은 백화점 진수성찬이 바로 이것이구나. 행복했던 순간순간들을 보냈습니다.
저보다 한 살 위의 매부가 갑자기 혈압으로 세상을 뜨며 모임에 더 이상 나오지 못하게 되고, 슬픔이 잊힐 즈음엔 젊은 동생들은 아주 건강한데 누나와 형수는 세월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등산이 버거워지니 서서히 모임 자체가 퇴색해 완전히 꼬리를 내리고 말았습니다.
하지만 송년회 모임에는 15명 전원이 참석하고, 추석 후에도 콘도를 정해 1박 2일 모임을 하는데 전원이 참석합니다. 이날은 우리들만의 세상 잔칫날이 된답니다.
이렇게 이어올 수 있는 힘은 총무직을 맡고 있는 일곱째 여동생에게서 나온다. 개인택시를 운영하며 세상 보는 시야가 넓고 성품이 활달하고 나이는 58세로 큰오빠인 저와는 스물한 살 차이가 나지요. 우리는 지금 한 달에 한 집 1만원 내던 회비를 2만원으로 올렸습니다. 목표는 제주도 2박 3일 여해을 합의하에 진행 중입니다.
우애를 돈독히 하고 건강한 삶을 이어갈 것입니다.
윤육한(대구 수성구 달구벌대로)
댓글 많은 뉴스
이재명 90% 득표율에 "완전히 이재명당 전락" 국힘 맹비난
권영세 "이재명 압도적 득표율, 독재국가 선거 떠올라"
이재명 "TK 2차전지·바이오 육성…신공항·울릉공항 조속 추진"
대법원, 이재명 '선거법 위반' 사건 전원합의체 회부…노태악 회피신청
국정원, 中 업체 매일신문 등 국내 언론사 도용 가짜 사이트 포착